♥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왜 책을 사고 책을 읽는가?

카잔 2012. 3. 15. 12:21

1.
"겨울자켓 하나 사세요." 며칠 전 와우연구원이 내게 한 말이다. 내겐 겨울용 자켓이 없다. 겨울 끝자락이 되어 겨울 옷 이월상품이 나오면 그걸 사서 내년 겨울에 입자, 라는 생각이었다. 두 개의 가을 자켓을 입고 다니며 겨울을 보냈고, 겨울자켓 구입을 차일피일 미루던 터에 저 말을 들은 것이다. 저런 말을 할 정도로 친해졌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뭔가 들켰다라는 느낌이 들어 쑥스럽기도 했다. 사실, 겨울 내내 장갑 한 번 끼지 않고 보냈으니(장갑 살 돈이 아까웠다), 옷을 사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돈이 없어서 그런가? 그렇지는 않다. 돈을 안 벌고 있는 것도 아니다. (관리가 허술하여 돈이 술술 새긴 한다. 안 쓰고 있는 갤럭시탭, 보지도 않는 쿡TV 등등) 분명한 건 내가 휴지, 샴푸 등의 생활용품이나 의류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들으면, 저축을 꼬박꼬박 하고 있겠구만,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가 청승맞게 절약을 하는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비싼 사무실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엄청나게(?) 사들이는 품목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3개월 동안 예스24에서 책을 주문한 내역들이다. 맨 위에 있는 하나의 주문을 제외하면 모두 내가 읽고자 사들인 책들이다. 나도 놀랐다. 궁핍했던 이유를 발견해서 속시원하긴 했지만, 돈을 너무 썼다는 생각도 했다. 3월에는 나아지려나 했는데, 비슷했다. 두 번으로 구매 회수가 줄긴 했지만 11만원, 18만원치를 샀으니 하릴없다. 예스24에서만 책을 구매한 것도 아니다. 3개월 동안 헤이리예술마을에서 약 25만원 그리고 교보문고에서도 7~8만원은 구매한 것 같다.

내 동생은 옷이나 액서사리에 큰 돈을 지불하는 편인데(그는 남자다), 과소비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치만 나도 과소비를 했다. 책이라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솔직한 내 생각은 이렇다. 책도둑도 도둑이고, 책에 대한 소비가 지나치면 그것도 과소비다. 책 구입을 자제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더 이상 과소비를 하지 않기 위한 대책도 세웠다. 이미 집에는 평생 읽어도 못다 읽을 정도의 책이 쌓여가고 있으니.

2.
대책이란 별것 아니다. 1천 페이지를 읽거나 원고지 1백매를 채워야 3만원의 책을 구입하는 것이다. 대책의 주안점은 지식의 소비가 아닌 지적 생산물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자는 것이다. 읽은 만큼 쓰고, 배운 만큼 실천하자는 취지다. 3월 15일부터 유효한 나와의 약속이다. 이 약속을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여, 어제 왕창 내질렀다. 3개월만 갈 수 있으면 참 좋겠고, 6개월을 이어가는 게 목표다. 일년 즈음 실천한다면 나의 의지력에 감탄할 터인데... 글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3.
사실 요즘 책을 열심히 읽었다. 책 읽는 일은 즐겁다. 실천으로 이어가지 않고 책장을 넘기기만 해도 된다면, 책읽기는 손쉬운 일이기도 하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존 쿳시의 『추락』과 같은 세계문학의 명저들을 읽을 때면, 하루 종일 책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강신주 선생이 쓴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읽으면서는 그가 단행본을 쓰는 일에 도가 텄다고 느꼈고, 이이의 『격몽요결』을 통해 내 삶의 뜻을 확고히 다지기도 했다. 위대한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정리해가는 맛이 달콤한 『501 위대한 작가들』 읽기도 즐겁다.

문득, 나는 왜 이렇게 많은 책을 사고 열심히 책을 읽는가, 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답을 얻지 못했다면 종종 독서의 열정이 시들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확실히 믿고 이해하고 체험한 나름의 답변이 있다. 그것을 또박또박 적어본다. 배.운.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과. 함.께. 인.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동.이.다. 배움을 얻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내게는 책을 통한 배움이 익숙하고 효과적이다. 내가 책을 사고 읽는 이유다. 물론, 책읽기는 즐겁다는 원초적 이유는 기본이다.

"먼 옛날, 아리스토텔레스는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인간은 새로운 것을 알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뭔가를 배우고 싶어한다. 이런 욕망이 현재의 우리를 있게 했고, 우리를 주변의 다른 동물들과 구분 짓는 요인이다. 또한 이런 욕망이 우리에게 큰 행복감을 안겨 준다. 이 세상과 과거의 역사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얻고, 또 우주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위치를 이해하고 우주를 지배하는 규칙을 발견하기 위해 기울이는 행동이야말로 인간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이다." - 마이클 더다, 저명한 서평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