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지적인 사교 활동의 필요성

카잔 2012. 7. 22. 18:59

 

4시간에 걸친 인터뷰가 끝났을 때, 피곤함이 몰려왔다. 오랫동안 말한다는 것은 에너지를 소진하는 일이다. <발칙한 밥벌이>라는 팟캐스트 인터뷰 녹음이 있어서, 오늘 나는 많은 말을 했다. 나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자기경영에 대해서. 두 명의 열정 청년이 질문을 했고, 나는 답했다. 인터뷰 내내 한 명의 여성 청중이 경청해 주었다.

 

하나의 질문에도, 나는 길게 답변했다. 하나의 이론도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니, 여러 경우의 수를 모두 대답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신중하게 보일 것이고, 다르게 보면 복잡하고 장황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가진 특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호흡이 길어서, 글이든 인터뷰든 길게 쓰고 다차원적으로 말한다는 것.

 

인터뷰어 그들도, 인터뷰이 나도 비슷한 꿈을 가졌기에 질문에 답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평소에도 고민하고 생각해왔던 질문들이었고, 내 삶 속에서 늘 부딪쳐왔던 문제들이기도 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세 사람이 그 시간을 즐거워하고, 크고 작은 도움을 받은 듯 하니 말이다.

 

아직은 친하지도 않고(그들은 내 책을 읽고 나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내 강연에도 참여했던 바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나는 성과 열을 다해 인터뷰에 응했다. 그들의 고민과 삶의 열의가 질문에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질문은 아니었지만 진정성 있고 순수한 질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인터뷰가 즐거웠다.

 

진행자가 나를 섭외하는데 '삼고초려했다'고 표현했는데, 내가 인터뷰를 두 번이나 거절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스트를 치켜세우고, 재미를 위해 다소 과장하게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나는 왜 거절했었나?' 굳이 내게 필요한 일도 아니고, 나를 좀 더 알리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였다. 그러나, 진행자가 거듭 요청하여 수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오늘 긴 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던 게다. 예정했던 것보다 많은 질문이 왔고, 나도 즐기면서 답을 했다. 덕분에 집에 들르려 했던 계획도 틀어졌다. 쉼 없이 다음 일정을 마무리하고 난 지금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머릿 속은, 지적 생활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지적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교류에 대해서 말이다.

 

괴테는 자신의 집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눴다. 그도 사람들도 그 시간을 퍽 즐겼다. 깊은 지성과 유머 감각으로 사람들과의 대화를 잘 이끌었다고 한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작가 월터 스콧 역시 자택에서 손님을 환대하며 지적 교류를 누렸다. 윌리엄 워즈워스나 바이런 등의 작가들이 와서 어울렸다고 한다.

 

예술가든, 지성인이든 자신만의 고독한 시간을 가져야 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작품이나 글을 쓰는 시간은 온통 고독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삶의 모든 시간을 고독으로 채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적 교류를 통해 사상적인 영향과 지적인 도전을 주고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지적인 사교 활동은 지적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지적 생활은 전문 연구자나 작가, 지성인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배움은 사람을 고양시키고 성장시킨다. 그런 면에서 누구나 지적 생활을 통해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느끼고 삶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 마음이 통하고 지적 자극을 주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고 삶의 지혜도 배워가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당분간 생각하고 도전해 볼 좋은 질문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풍요롭고 깊은 지적 교류를 누릴 수 있을까?' 이런저런 모색을 통해 내게 적합한 방법들을 실천해보고 싶다. 지적 생활의 3가지 중요한 영역을 들자면 독서와 사색 그리고 지적 교류가 될 것이다. 그 중에 지적 교류가 다소 부족했던 나였으니까.

 

오늘 팟캐스트 인터뷰를 했던 것 역시 소극적인 지적 교류 활동이라 할 수 있겠다. 올해가 가기 전에 두 열정 청년을 다시 한 번 만나는 것도 좋겠다. 여전히 질문이 남아 있는 듯한 그들과 함께 또 한 번의 자유로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적 교류 활동도 하나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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