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자유로운 단상노트

여행할 때 그대는 변화하리라

카잔 2013. 2. 16. 18:29


여행
잘랄루딘 루미

여행은 힘과 사랑을
그대에게 돌려준다.
어디든 갈 곳이 없다면
마음의 길을 따라 걸어가 보라.
그 길은 빛이 쏟아지는 통로처럼
걸음마다 변화하는 세계,
그곳을 여행할 때
그대는 변화하리라.

*

 

시인은 마음의 길을 따라 걸어보라고 권하지만,
마음은 나애게 아무런 길을 내어놓지 못했다.  
내 마음의 길은... 없다.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슬퍼할 까닭은 아니나, 한번쯤 삶을 되돌아볼 일이긴 하리라.

20여개 국을 다녀보며, 또 내 나라의 산천을 떠돌며
어찌하면 즐거이 여행할 수 있을지 정도는 알아두었다. 
나는 역사, 특히 예술사와 지성사와 연괸된 곳에 가면 열광한다. 
사람들과의 추억보다는 홀로 자유로이 예술과 지성을 만나기를 사모한다.

내 머리 속에는 '여행의 기술'이라 부를 만한 지혜를 습득할 수 있는 책의 목록도 들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여행이란 삶의 순간을 사유하기에 좋고
롤프 포츠의 <여행의 기술>은 장기여행을 자주 즐기기 위한 가치관을 세우기에 좋다.
록그룹 토킹 헤즈의 데이비드 번이 쓴 <예술가가 여행하는 법>은
자전거 여행의 낭만과 자유가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다. 

후지와라 신야의 책이나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 
그리고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은 여행에 대한 로망을 키운다.
여행을 충동하는 책들이기는 하지만 현실이 주는 한계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점에서 국내 작가들의 국내여행 에세이집 <여행, 그들처럼 떠나라>가 더 충동적이다.

다시 루미의 시를 음미해 본다. 

시인은 여행에 대한 책을 읽으라고 하지 않았다. 
침묵의 언어로 여행을 떠나라고 노래했고, 
떠날 곳이 없다면 마음의 길이라도 따라 걸어보라고 했다. 
나는 시인이 의도를 알고 있으면서도 몇 권의 책을 적어 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여행 책들을 공유하고 싶었다. 
훌쩍 떠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나처럼 책을 통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다.
그치만, 가끔씩은 여행을 떠나시라.

여행 권유는 내게 던지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믿는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에야 비로소 깨닫는 것들이 있음을.
떠나는 순간에 우리는, 떠나지 못하게 만든 온갖 그럴듯한 이유들이 실제로는
자신의 나약함, 용기 없음 혹은 게으름에 대한 변명에 불과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