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월의 마지막날을 보낸 기분

카잔 2013. 4. 30. 23:17


목이 칼칼했기 때문일까. 선생님이 떠나신 이후로 조금 우울해진 탓일까. 기운 없음으로 오늘을 보냈다. 편도선이 조금 부은 것은, 어제 당일치기 강화도 여행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올 무렵부터 느낀 증상이다. 그로 인해 오늘 저녁 독서수업을 진행할 때에는 걸걸한 목소리로 낮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미안했다. 그렇잖아도 발음이 좋은 편도 아닌데. 쩝.


"인생무상을 어떻게 넘어서는가, 하는 게 요즘 제 고민이예요."


어제 강화도 여행을 하던 중 동행했던 연구원 형에게 건넨 말이다. "그거지 뭐." 그도 허망하고 허전하여 4월을 정신없이 보냈다고 했다. 남편의 마음을 헤아린 형수는 나랑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권했단다. 형수님의 여행 권유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장례식장에서였다. 그때 형에게 말했었다. 4월 중에 한 번 떠나자고. 그리고 어제 약속했던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은 아름다웠다. 동행했던 형과 평소에도 마음 편히 지내던 사이라 마음이 잘 맞았다.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동행, 이것은 여행을 아름답게 만드는 제일의 요소일 것이다. 날씨가 환상이었다. 집을 나섰던 오전 9시에는 비가 왔었다. 하지만 정오가 지나면서 날이 개더니 오후에는 화창해졌다. 뜻밖에 주어진 하늘의 선물에 우리는 감탄했다. 


자연도 황홀했다. 서울에는 벚꽃이 지고 잎이 모두 돋아났을 무렵이었지만, 강화도에는 벚꽂치 만개했다. 우리는 개나리, 진달래, 철쭉, 벚꽃이 모두 만개한 진귀한 모습도 보았다. 진달래가 지는 무렵에 철쭉이 피던가, 철쭉이 지는 무렵에 진달래가 피던가 둘 중의 하나일 텐데 어찌된 현상인지 모두가 만개 합창을 했다. 찬란한 봄이었다. 


창후리선착장과 적석사 낙조대는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감동적인 풍광이었다. 사진을 잘 찍는 형은 카메라를 두고 온 것을 거듭하여 후회했다. (오전에만 해도 비가 왔기에.) 그만큼 멋진 장면을 많이 보고 온 여행이었다. 집에서만 있으면 계속 선생님 생각을 하면서 지냈을 텐데 서울을 떠나니 기분 전환이 되었다고, 형은 말했다. 


나도 그랬다. 함께 선생님을 떠나보낸 이와 하루의 시간을 보낸 것 자체가 좋았다. 우린 덕진진과 광성보에서 김포쪽 바다를 바라보며 선생님에 대한 추억을 나눴다. 나는 물었고 형은 대답했다.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여 가는지도 모르겠다. 형이 그랬기를 바란다.


마음 속의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다. 형이 어렵거나 불편해서가 아니다. 하루라는 시간이 부족했다. 대화주제는 자연스럽게 바뀌어갔고, 그래서 선생님을 떠나보낸 심정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못한 것이다. 서로 말을 하지 않을 때에도 문득 선생님을 떠올리곤 했다. 형도 그랬을 것이다. 


집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알차고 의미 있는 하루였다. 잘 보낸 하루는 기분 좋은 밤을 선사한다는 것을 오랜만에 맛보았던 순간이었다. 목이 칼칼해져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지만, 마음은 봄햇살처럼 푸근하고 따뜻했다. 그런 평화는 일일천하였다. 날이 바뀌어 맞이하게 된 오늘을 힘차게 살아가기를 바랐지만, 그러지 못했다.


매주 화요일은 조르바 원고를 쓰는 날인데, 결국 오늘 원고를 쓰지 못했다.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든다. 이럴 때도 있지 하고 생각해보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생각이다. 내일은 5월이다. 새로운 한 달은 또 어떻게 펼쳐질까? 나는 우울감과 친해져보려고 한다. 의식을 떼어내어 울적해하는 나를 객관화하여 바라보면서 명랑하게 지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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