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안분지족의 행복이 깃든 아침

카잔 2013. 6. 28. 10:03

 

 

아침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첫 차례대로 읽은 게 아니고 밑줄이 그어진 대목을 이곳저곳 뒤적였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행복감을 느꼈다. 그럴 만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운동을 하고 왔으니까. 어젯밤에 계획한 대로 하루를 열었다는 사실과 숙제 같은 운동을 끝냈다는 점이 기분을 좋게 했다. 아침 식사는 푸짐한 과일과 달걀 후라이 그리고 견과류로 든든하게 먹었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었다. 충분히 행복할 만했다.

 

현재의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대개의 경우, 행복은 과거를 추억하는 형태로 뒤늦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나의 할머니가 이렇게 말하는 식이다. "네 엄마와 이모들 키울 때 정신없이 바쁘고 생활도 빠듯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게 행복이더라." 할머니는 그렇게 30~40년 전의 행복을 추억했다. 십수년 전의 행복을 인식하시며 이런 말도 하셨다. "삼성동에서 일할 때는 잘도 돌아다녔지. 일 잘한다는 소리도 들었고. 그땐 참 행복했지." 당시 할머니는 60대 중반이셨고, 삼성동의 레스토랑 주방에서 여러 잔일을 거드는 일을 수년 동안 하셨다.

 

나는 지금 음악사이트 Olleh Music 에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노트북에서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가 흘러나온다. '명랑아침' 폴더에 포함되어 있는 곡이다. 이 폴더에는 상쾌한 아침을 창조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곡들을 모여 있다. 물론 주관적인 리스트다. 나를 편안하게 하는 곡들은 어떤 이들에겐 처진다고 느껴질 것이다. 한 와우팀원의 남편 분은 일어나자마자 헤비메탈을 듣는단다. 그걸 들으면 기분이 편안해지고 좋아진단다.

 

아침부터 헤비메탈이라?! 그런 음악들은 나를 정신없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달라서 조율해야 하는 힘겨움이 있지만, 달라서 세상이 굴러가고 있을 것이다. 다르다고 해서 제거해 버리면 세상은 멈춰버릴 것이다. 그래서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해가는 것은 세상을 떠받드는 일에 일조하는 셈이다. 이해하려는 노력은 아름답다. 이해하는 일이 어렵기에 그렇고, 세상을 빛내는 일이기에 그렇다. 나의 리스트가 당신과 달라도 '이해'해 주기를.

 

에피톤 프로젝트의 <선인장>,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Insomnia>와 <커피 한잔 어때?>, 어반 자파카의 <그날에 우리>, 로이킴의 <봄봄봄>과 <love love love>, 요조의 <Love>, 변진섭의 <새들처럼>, 제이레빗의 <요즘 너 말야> 등이 '명랑아침' 폴더에 담긴 곡들이다.

 

갤럽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악감상은 가장 즐거운 활동 중 하나다. 사람들은 음악을 들을 때 더욱 행복하다고 보고했고 스트레스 정도도 낮아졌다." 사람들이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들을 조사한 보고에서 음악감상은 자녀와 놀기와 함께 5점 만점 중 4.81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파티가 4.72, 체육활동이 4.74 등으로 높은 편인데 그보다 음악감상을 더욱 선호했다. 가장 낮은 활동은 금융 및 공무가 0.32, 의료 및 건강관리가 0.21이었다.

 

하지만 친구의 아내는 음악에 무감하다.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나 내가 보기엔 싫어하는 편에 가깝다. 음악감상이 5점 만점이 되지 못한 이유를 '이해'하는 순간이다. 0.19 점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나는 음악감상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듣고 있으니 지금 편안하고 차분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나는 잠시 소파 위에 누웠다 오련다. 눈에 휴식도 주고 스트레칭도 하고, 좋아하는 곡이 나왔으니 음미도 하고.

 

5분이 지났다. 잠깐의 휴식은 달콤했다.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 일을 쫓기듯이 할 때도 있고, 여유로이 할 때도 있다. 여유까지 조각하려면 컨디션 관리와 시간경영에 능해져야 하지만 욕심을 줄이고 현재에 만족하는 것만으로도 여유를 되찾을 수 있다. 하나의 목적지에도 이르는 길은 다양하기 마련이니까.

 

행복의 추구는 두 가지 전략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나는 "인생의 기쁨을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고 물으며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위해 성장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거울까?"물으며 결핍된 삶을 아쉬워하는 대신 있는 것들을 누리는 것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삶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기뻐할 수 있는 깨달음의 삶 모두 행복을 만끽하는 비결이다. 

 

'유지경성(有志竟成)'이란 말이 있다. 문자 그대로, 뜻이 있으니 마침내 이룬다는 의미다. 행복 추구의 첫째 전략은 유지경성의 삶이 되겠다. 그렇다면 둘째는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며 편안함을 즐기는 '안분지족'의 삶이다. 오늘 아침엔 안분지족하고자 애써 보았다. 지금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유지경성인가? 안분지족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