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군데군데 다시 읽었다. '책을 이야기하는 남자'의 원고로 다루기 위해서다. 이참에 유명한 '하이데거의 릴케론'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수영이 이 논문의 일어판을 달달 외웠다는데, 나는 그럴 생각은 없다. 비록 얄팍하더라도 정확한 지식을 갖추기 위한 공부일 뿐이다. 릴케 시선집 정도는 읽을 만큼의 열정은 있다. 이것은 성실함이기도 하리라. 독서리뷰를 쓰는 사람으로서 작가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를 하려는 열심이니까.
2.
7월은 약간의 부담감으로 시작했다. 6월의 마지막 주말에 한달을 성찰하고 다가올 달에 대한 계획을 세우다가 생긴 부담감이다. 7월에 해야 할 일이 넘쳐났던 것이다. 8월에 와우들과 함께 떠날 20일 간의 호주 여행이 주는 필연적인 결과다. 업무의 공백을 7월에 미리 메꾸어 두어야 한다. 조르바 원고를 미리 써 두어야 하고, 4월 이후 미뤄 온 여러 가지 일들도 7월 내에 끝내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을까지 달고 가야 하니까.
이런 부담감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 손님이 오면 최소한의 집안 정리정돈은 하게 마련이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더라도 마찬가지다. 손님이 가고 나면 청소와 정돈은 또 해야 하지만, 손님이 오는 것을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거나 묵은 먼지를 털어낼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 주는 미덕이다. 부담감은 나의 7월을 치열함으로 채워 주고 있다. 부담감의 유일한(?) 미덕이다.
3.
7월 한달 동안 채식을 먹기로 했다. 이영돈 PD의 <논리로 풀다> 채식편을 보았던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지만, 사실 이전부터 그런 마음이 잉태했었고 무르익어 왔다. 그러다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엄격한 편이 못 된다. 한 달 동안 누군가를 만나 육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나는 그런 상황에 휩쓸릴 것이다. 일주일에 두 번은 가금류를 들기도 할 테고. 결국 채식만 먹는 게 아니라,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가겠다는 말이다.
7월이라는 기간을 정해둔 것은 그 기간 동안에는 좀 더 채식을 풍성히 먹겠다는 의지다. 사실 나는 샐러드 뷔페를 좋아하고, 과일을 즐겨 먹어왔으니 식단이 크게 달라지는 않았지만, 더욱 건강한 식생활을 즐기게 된 점이 변화다. 7월 들어서 (고작 3일이 지났지만) 밤 9시 이후로는 음식을 들지 않았고, 과식을 피했다. 이 모든 것들은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지만, 이번 달에는 실천률이 더 높아질 것 같다. 건강해지는 것이니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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