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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어떻게 입문할까?

카잔 2013. 11. 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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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어떻게 입문할까?

- 구스타프 슈바브 <그리스 로마 신화> 물병자리

 

 

"왜 하필이면 신화입니까? 우리는 왜 신화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까? 도대체 신화가 우리 삶과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시청자들에게 존경 받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가 조셉 캠벨에게 물었습니다. 20세기 최고의 신화 해설자라 불리는 캠벨은 제 마음에 쏘옥 마음에 드는 답변을 했습니다.  

 

"그래요. 우리는 우리 몫의 삶을 살면 됩니다. 삶이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요. 그저 우리 몫의 삶을 살면 신화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지요. 이것이 나의 첫 대답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삶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믿습니다. 캠벨은 신화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신화가 삶을 이런저런 모양으로 돕기 때문에 의미 있다는 식으로 풀어갑니다. 다시 캠벨의 말입니다.

 

"우리는 신화라는 것에서 도저히 손에서 놓아버리고 싶지 않은 인류 유산의 느낌, 깊고 풍부하고 삶을 싱싱하게 하는 정보가 솟아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나는 인생살이를 돕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여행이나 독서가 좋은 것은 그것이 나의 인생이 나아지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캠벨은 신화도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질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신화가 우리 삶을 돕는다는 말인가?

 

제가 공부한 바에 의하면, 신화는 정답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신화는 심오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어떤 것인지,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물어 우리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정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사유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성장시키는 물음이니까요.

 

"신화의 주된 기능은 인간의 의미 있는 모든 의식과 행동들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한 종교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도 비슷한 견해를 가진 셈입니다. (전형을 전범이라고 번역한 분도 있는데, 제 관점에서는 전형이 더 정확한 단어입니다. 원문이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죠.)

 

삶을 사랑한다면, 삶을 돕는 것들을 아끼게 마련입니다. 신화는 그 중의 하나입니다. 물론 누구나 신화를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삶을 돕는 도구는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조셉 캠벨도 이렇게 강조했지요.

 

"나는 남들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주제라고 해서 관심을 두지는 않아요. 내가 신뢰하는 것은 어찌어찌 하다보니 사로잡히게 되는 주제입니다."

 

캠벨은 신화에 꽂혔고, 인생의 대부분을 신화에 쏟았습니다. 여러분을 사로잡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그것이 무엇이든, 삶을 돕는 것이라면 거기에 꽂히면 그만입니다.  

 

꽂힌 것이 없다고요? 바로 그 때, 관찰이 필요하겠지요. 다른 이들은 어떤 것들에 꽂혀 자기 삶을 성장시키고 있는지를 살펴 보는 겁니다. 저는 신화를 하나의 제안으로 드리는 것 뿐이랍니다.  

 

그런데 도대체 신화가 무엇일까요? 학자들의 정의는 다양합니다. 공통된 정의로는 '신화는 이야기다' 정도이고, 어떤 이야기냐 라는 질문에서부터 견해가 다릅니다. 정의는 차치하고, 서양 문명의 뿌리가 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의 힘겨움은 사전 지식이 없음에서 옵니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낯설어서 힘든 것입니다. 약간의 사전 지식이 있거나, 재밌는 이야기꾼으로부터 신화를 들으면 힘겨움이 사라집니다. 저는 후자를 선택하여 신화의 이야기꾼 한 명을 소개하려 합니다.

 

표제도서의 저자 구스타프 슈바브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독일의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시입입니다. 그도 캠벨처럼 신화에 사로잡혀 오랜 세월 동안 자료를 수집하여 책을 썼습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썼기에 재밌는 소설처럼 술술 읽힙니다. 신화 입문으로 제격입니다.

 

예술성을 추구하는 시인이다 보니 문장도 좋고, 가독성이 좋아 적지 않은 분량인데도 부담 되지 않습니다. '비인간적인 잔혹한 신화이야기'는 생략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는 인간의 야만성 탐구 면에서는 약점이고, 청소년 교양도서로는 장점이겠지요.

 

"학자들은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 속에서 모든 지식의 출발점, 종교와 철학의 기초가 된 사고 그리고 역사의 시작을 찾아내려 할 것이다. 일반 독자들은 다채롭게 등장하는 신과 인간들의 모습과 이제 막 창조되는 듯한 자연과 정신세계가 펼치는 웅장한 광경에 도취될 것이다."

 

구스타프 슈바브의 말입니다. 앞서 언급한 삶의 실용적 기능 외에도 신화가 서양 문명을 이해하는 첩경이고, 인간사의 풍광을 들여다보는 데에도 유익하다는 주장인데, 정말 그러한지는 직접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고개를 젓는 분도 있을 테니까요.

 

 

더 읽을 만한 책도 정리해 두겠습니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1차 자료입니다. 원천이니, 가장 중요한 텍스트입니다. 배경 지식이 없으면 지루하지만, 해석력이 생기면 거듭거듭 볼 수 밖에 없는 중요한 텍스트지요.

 

그리스 로마 신화의 훌륭한 해석자들도 많습니다. 대중과의 소통에 가장 성공한 작가는 구스타프 슈바브(독일), 토마스 불핀치(미국), 조셉 캠벨(미국) 등입니다. 신화의 훌륭한 권위자들입니다. 한국에서는 이윤기 선생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압도적인 대중성을 획득했고요.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 선생은 신화와 자기경영을 접목하여 『신화 읽는 시간』을 썼는데, 신화의 독법을 서술한 서문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역시 삶을 사랑하는 작가로서 삶의 돕는 기능을 극대화하는 신화 독법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습니다. 인문교양으로서의 신화가 아닌 삶을 돕는 신화로서 접근한다면, 구본형 선생의 책이 훌륭합니다.

 

읽을 책이 많다고 부담감이나 스트레스 받지는 마세요. 우리는 삶을 살다가 여유가 생기면 꽂히는 책을 들고 잠시 독서의 즐거움에 취하면 그만이니까요. 책을 읽다가 삶을 도울 만한 것을 만나면 책에서 빠져나와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적용하면 되고요.

 

- 꽂히는 것에 취해 사는, 조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