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책을 이야기하는 졸바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카잔 2013. 11. 2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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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 칩 히스, 댄 히스 <스틱>을 읽고

 

"시계가 자정을 친 시각, 빈 교실에 소녀 세 명이 책상을 둘러싸고 모여 앉았다. 책상 위의 서로 맞잡은 손에는 붉은 볼펜 한 자루가 들려 있다. 소년들은 눈을 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주문을 외기 시작한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분신사바……. 갑자기 볼펜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녀들은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 귀신을 부른 것이다."

 

책의 저자들은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한 귀신 이야기로 한국어판 서문을 열었습니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의 뇌리에 찰싹 달라붙는 스티커 메시지'니까요. <스틱>은 어떤 것들이 이야기에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지, 어떤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되고 멀리멀리 전해지는지를 밝힌 책입니다.

 

누구에게 유익한 책일까요? 얼핏 생각하면,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 강사, 카피라이터 등이 떠오르지만, 책의 유익을 누릴 이는 거의 모든 사람들입니다. 선생님, 부모님, 회사의 팀장들도 학생, 자녀, 팀원들에게 할 말이 있을 테고, '할 말'을 당연한 이야기(들이 쉬이 귀결되는 잔소리)가 아닌 살아있는 메시지로 전한다면 더욱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책의 제목은 말콤 글래드웰이 <티핑포인트>에서 언급한, 달라붙는 성질을 뜻하는 고착성(stickness)에서 따왔습니다. 저자들이 보여준 '스틱'한 메시지 두 개만 인용해 봅니다.

 

#1. J. F. 케네디는 "앞으로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킨다"고 사명을 선언했다. 그가 평범한 CEO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우리의 사명은 팀 중심적 혁신과 전략적인 주도권 확립을 통해 항공우주 산업 분야에서 국제적 리더가 되는 것이다." 다행히도 케네디는 뛰어난 메시지 전달자였다.   

 

#2. 시각 장애인에게 인기가 좋은 역사 전시회를 기획한 레베카 풀러는 박물관 관장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그녀는 프리젠테이션이 시작되었을 때 회의실 불을 모두 꺼서 방안을 칠흑같이 어둡게 만들고서 말했다. "이것이 바로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이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느끼는 기분입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녀는 단박에 청중의 관심을 자신의 문제에 집중시켰다.

 

두 개의 메시지 모두가 비전을 전파하고 관심을 공유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을 준 겁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스틱 메시지가 유용하다고 말한 까닭입니다.  

 

스틱 메시지를 만드는 비결이 무엇이냐고요? 사실 스틱 메시지를 만드는 '공식' 같은 것은 없습니다. 스틱 메시지들의 공통된 특성이 있을 뿐이지요. 위대한 농구선수가 되는 5단계 '공식' 따위는 없지만. 위대한 선수들이 지닌 공통적인 특성(스피드, 민첩함, 넓은 시야, 슛 감각, 패스능력)을 말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니 '비결'이 아닌 '특성'이 무엇인지 물어야 합니다. 저자들은 스티커 메시지가 지닌 여섯 가지 특성을 제시합니다. 서둘러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공적인 메시지를 창출하려면 '단순하고 기발하며 구체적이고 진실하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씩 설명해 보겠습니다.

 

단순성 Simplicity 메시지는 단순하고 심오해야 한다.

의외성 Unexpectedness 직관에 반하는 결론으로 허를 찔러야 한다.

구체성 Concreteness 실질적 행위와 감각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신뢰성 Credibility 사람들이 말을 믿게끔 해야 한다.

감성 Emotion 감성을 담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스토리 Story 머리에 생생히 그려지도록 말해야 한다.

 

책은 여섯 가지 특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 사례로 보여줍니다. 케네디와 레베카와 같은 사례들은 독자들이 스틱 메시지의 특성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어떤 독자는 4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분량에 질렸다고 할 정도로 저자는 친절하고 다양한 스틱 사례를 담았습니다. 책의 메시지가 '스틱'하니 저자들의 주장이 저절로 머릿속에 박히더군요.

 

저자들이 스틱 메시지의 특성만을 제시한 건 아닙니다. 이 탁월한 형제는 독자들이 스틱 메시지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조언을 들려줍니다. 본문 곳곳에 '메시지 클리닉'이란 코너에서 실전사례를 보여주고,  책의 뒷편(348~406쪽)에서는 스틱 메시지를 만드는 실전 노하우도 담았습니다. 공식 정도는 아니지만 유용한 팁을 충분히 제안해 둔 셈입니다.

 

스틱 메시지의 6가지의 특성은 로켓 과학이 아닙니다. 고도로 복잡한 지식이 아니란 말입니다. 유용하고 실용적인 도구일 뿐입니다. 다만 모국어처럼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우리 모두가 케네디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우리 모두가 대통령을 꿈꾸는 것도 아니니까요. 매일 스틱 메시지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메시지를 스틱하게 만들 필요도 없고요.

 

얼마나 자주 스틱 메시지를 만들어야 할까요? 그것은 필요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일주일에 한번일 수도, 한 달에 한번일 수도 있지요. 일 년에 한 번일지도 모르고요. 누군가에게 전할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면, 그때 스틱 메시지의 6가지 특성을 반영하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스틱>을 들춰 보면서요.

 

7~8년 전, '삶의 고통'을 주제로 강연할 때였습니다. 나는 인생에는 고통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고통이 주는 유익에 대해 전하고 싶었습니다. 결론으로는, 강인한 영혼을 갖게 되면 삶의 고통까지도 자기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저는 티백 하나와 뜨거운 물을 준비해 두었죠. 강연장에서 나는 티백에 뜨거운 물을 부으며 말했습니다. "강인한 영혼은 녹차 티백과 같습니다. 뜨거운 물을 만나면 더욱 은은한 향기를 품어냅니다."

 

이것은 스틱 메시지였을까요? 강연을 통해 전했던 지금까지의 제 메시지가 스틱했는지 궁금해지는 날입니다.  

 

- 스틱 메신저를 지향하는, 조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