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책을 이야기하는 졸바

아름다운 관계를 만드는 말들

카잔 2013. 5. 14. 14:13

 

아름다운 관계를 만드는 네 마디

- 아이라 바이오크의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을 읽고

 

책의 제목만을 보고 손사래 치지 않으시길. 책은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아니라, 아름답게 살고픈 이들을 향해 있습니다. 저자인 아이라 바이오크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세계 최고의 호스피스입니다. 그는, 곧 죽음을 맞게 될 사람들이 깨달은 삶의 지혜를 전해 줍니다.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죽음이 임박할 때 갖게 되는 생에 대한 열망과 지혜를 좀 더 일찍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죽음을 인생경영의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의미와 열정 그리고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특히,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지혜를 감동적으로 다룹니다. 감동을 받은 것은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지만, 책의 핵심 메시지와 연결되니 잠시 제 이야기를 해 봅니다.

 

1992년 4월의 봄날, 특별활동 시간이었습니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운동장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중이었죠. 국어 선생님이 저 멀리 스탠드에서 나를 불러, 달려갔습니다.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했으니 얼른 교무실로 가라시더군요. 멍한 표정으로 교무실에 들렀다가 집으로 갔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온 전화는,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 테니 동생과 함께 집에서 기다리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다치셨는지, 어느 병원에 계신지도 모른 채 동생과 하룻밤을 보냈지요. 엄마가 제발 무사하기를 빌고 또 빌면서. 나는 울다가 지쳐 잠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집으로 오신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어제,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이십 년이 지났음에도 어머니 기일이 되면 눈물이 납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마찬가지였지요. 누구나 언젠가는 부모님과 영원히 이별합니다. 그러니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일찍 이별한 것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다가도 기쁜 일을 맞는 순간이면, 나보다 더욱 기뻐해 줄 엄마가 계시지 않음이 괜히 서럽고 슬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슬픈 일은 따로 있습니다. 엄마와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나는 엄마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날 밤, 엄마 말을 안 들어서 미안하다는 말도.

 

그날 밤이란, 돌아가시기 전날을 말합니다. 나는 엄마 말을 잘 듣는 편이었지만, 문제의 그날 밤엔 엄마랑 다퉜습니다. 독서실에서 친구와 함께 밤을 새며 시험 준비를 하고 싶은데, 엄마는 절대 외박은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공부하려는데 왜 허락을 안 하시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지요. 그렇다고 엄마 말씀에 대꾸할 순 없으니 저녁 내내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도 나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불만의 표시였어요. 그러다가 집을 나서면서 한 마디를 했습니다. “나, 학교 간다.” 차갑고 간단한 말이었습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그 말이 엄마와의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와의 작별인사로는 도무지 가당치 않은 말입니다.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인정하기 싫고, 간절히 되돌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사별이 내 숙명이라는 것은 오래 전에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마지막 인사만이라도 다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그러니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의 다음과 같은 말에 공감하고 지지합니다. “죽음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말은 단 네 마디뿐이다. 사랑해요. 고마워요. 용서해 주세요. 잘 가요. 이 네 가지 말은 죽기 전에 반드시 전해야 할 마지막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네 가지의 말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를 파고듭니다.

- 관계의 문제를 푸는 열쇠, 용서 (Forgiving)

- 관계를 단단하게 이어주는 고리, 감사 (Thank you)

- 가장 강력하고 소중한 말, 사랑 (I love you)

- 관계 완성을 위한 마지막 절차, 작별인사 (Good-Bye).

 

Good-bye는 ‘신이 함께 하기를 빈다(God be with you)’에서 나온 축복의 인사라네요. 몇 시간 동안 헤어지든, 영원한 이별이든 신의 가호를 빌어주는 일은 아름답습니다. 입 속으로만 웅얼거렸던, 용서해 주세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라는 말을 용기 있게 표현하는 것은 멋집니다. 네 가지의 말은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말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관계를 원만하게 하고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말이기도 합니다. 살날이 창창하게 남은 우리에게도 이 책이 유용한 까닭입니다. 따뜻한 가슴을 품은 이가 쓴 책이니 가슴으로 읽을 책입니다. 죽음이 임박할 때 찾아드는 지혜와 생에 대한 애정이 지금 당신에게 깃들기를 기원 드립니다.

 

- 온 마음을 다해 Goodbye, 조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