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책을 이야기하는 졸바

코엘료의 소설을 읽는 법

카잔 2012. 5. 21. 20:23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은 영적인 깨달음과 자기실현이라는 두 가지의 키워드를 관통합니다. 그래서 소설의 형식이지만, 자기경영서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냅니다. 2002년 7월, 코엘료가 브라질 문학 아카데미의 일원으로 선출되었을 때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대중적 인기를 얻은 작가이긴 하지만, 문학이라기보다는 자기계발서에 가깝다고 주장한 일부의 비평가들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코엘료의 작품을 읽는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알려 줍니다. 그의 소설은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읽을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합니다. 변화하려는 노력이 그의 소설을 제대로 즐기는 준비물입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이런 유의 말에 흥분해 가며 읽는 것이 코엘료 소설의 맛입니다.

 

<순례자>는 그의 첫 작품입니다. 그가 스페인의 옛 성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의 길을 다녀온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입니다. 그의 소설 중에서도 자기계발서에 가장 가깝습니다. 주인공은 빨리 목표점에 도달하여 검을 손에 쥐고 싶어 하지만, 길의 안내자는 말합니다.

“당신은 삶의 진실이 길 위에 있음을 마음 속 깊이 깨닫지 않고는 결코 검에 도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순례자>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것” 말입니다. 생의 의미와 진실은 일상과 평범함과 소박한 곳에 있음을 뜻합니다. 그러니 자기실현을 위해 누구나 산티아고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일상 속에서 비범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비범하게 행동하면 됩니다.

 

어떻게 비범한 시선과 움직임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이 <순례자>의 화두입니다.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자기실현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어제의 자신과 결별하기,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기, 열정을 유지하기, 자기실현과 사랑 사이에서 균형 이루기 등의 자기경영의 필수 기술들을 말이죠.

 

책 속의 많은 구절이 자기실현에 필요한 통찰과 깨달음을 주지만, 나는 77페이지에서 83페이지에 이르는 내용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꿈을 잃어갈 때 우리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의 예리한 통찰을 읽으며, 꿈을 잃은 내 모습에 화들짝 놀랐던 내용이었지요.

 

“선한 싸움은 우리가 간직한 꿈의 이름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 우리 내면에 간직한 꿈들이 힘차게 꿈틀댈 때면 우린 용기백배하지만, 그땐 아직 싸우는 법을 알지 못했지요.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그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을 때는, 전장에 뛰어들 용기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적대시하게 되고, 결국엔 스스로 자신의 가장 큰 적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자신의 꿈은 유치하다거나, 실행하기 힘들다거나, 인생에 대해 몰랐을 때나 꾸는 꿈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말이죠. 선한 싸움을 이끌어갈 용기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꿈을 죽여 버리는 겁니다.”

 

“꿈들을 죽일 때 나타나는 첫 번째 징후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내가 살면서 알게 된 사람들 중 가장 바빠 보였던 사람조차 무엇이든 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 피곤하다고 말하고, 정작 자신들이 하는 게 거의 없음을 깨닫지 못하면서 하루가 너무 짧다고 끊임없이 불평하지요. 그들은 사실 선한 싸움을 벌일 자신이 없는 겁니다.”

 

“세 번째 징후는 평화입니다. 삶이 안온한 일요일 한낮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자신에게 대단한 무엇을 요구하지도,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구하지도 않게 됩니다. 그러고는 우리는 자신이 성숙해졌다고 여깁니다. 젊은 날의 환상은 내려놓고 개인적이고 직업적인 성취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지요. 선한 싸움을 벌이기를 포기한 것이죠.”

 

물론 책에는 두 번째 징후도 있으니, 자기실현에 관한 코엘료의 통찰이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순례자>와 <연금술사>를 이어서 읽어도 좋습니다. 일부의 비평가들이 코엘료의 문학을 자기계발서에 머문다고 비판했지만, 오히려 나는 그 점 때문에라도 그의 작품을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문학이 갖지 못한 실용적인 메시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기실현 외에도 이타주의, 정의, 신앙, 고난 등 문학이 다룰 만한 고귀한 주제는 많습니다. 나는 거기에 자기실현도 포함하고 싶습니다. 더욱 중요한 가치로서가 아니라, 그것들 중의 하나로 말이죠.

 

자기실현에 관한 통찰을 보편적인 언어로 탁월하게 전달해내는 작가, 코엘료. 꿈을 지닌 이들에게 그의 소설은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겁니다. 그는 말합니다. “음식이 몸을 살찌우듯이 꿈은 영혼을 풍요롭게 합니다. 탐험과 모험이 주는 기쁨이 우리의 꿈을 키워갑니다.” 나는 내 삶이 흥미진진함 모험이 되기를 바랍니다. 꿈을 향해 탐험하는 모험! 이것이 곧 선한 싸움이겠지요.

 

- 싸움의 달인이 되고픈, 조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