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나름대로 예술만끽

문인들의 말로 살펴본 김현

카잔 2013. 12. 3. 13:49

 

수많은 문인들이 '김현'을 말했다. 목포문학관 내의 김현 전시관은 한쪽 벽면에 김현을 기리는 말들을 전시해 두었다. 고종석에서부터 김병익 선생까지, 소설가와 비평가들의 김현 상찬을 모두 읽었다. 특히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말들이 있어 정리해 둔다. 감정은 중요하다! 감정의 주인이 어떠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니까.

 

이번 울림은... 아마도...

내가 어떤 평론을 써야 하고, 쓰고 싶어하는지를 보여주는 푯대이리라.

말하자면 내 비평쓰기의 가치들!

 

끝내 획득할 자신은 없더라도 힘껏 추구하고 싶은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그에게는 지금 달려갈 푯대, 다시 말해 가치가 필요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김현 사진

 

김현을 둘러싼 말들을 내 깜냥대로 세 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1.

"김현, 술에 젖어 초월과 폭력의 문제를 입에 걸고 함께 아우성쳤던 1980년대의 나날들,

반포의 정든 거리들이 그립구나!" - 문학평론가 김주연

 

김현은 구 반포삼거리에 있던 '반포치킨'에서 자주 문인들과 술을 즐겼다 한다. 김주연 선생과도 그 곳에서, 그 거리에서 문학을 논하고 인생을 나누었겠지. 나는 김영하의 글을 매우 존경하고 좋아하지만, 내 삶은 김영하의 것보다는 김현의 것을 닮아갔으면 좋겠다. 자주 만나 술을 즐기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삶!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은 종이 위의 활자보다는 어떠한 장소, 어떠한 대화, 어떠한 시각이라는 '삶의 구체성'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황동규 선생의 시를 보라.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 삶으로 표현된 저 가슴 아픈, 하지만 아름다운 문학을.

 

<너 죽은 날 태연히 - 김현에게>

                                                황동규 시인

너 죽은 날 밤

차 간신 몰고 집에 돌아와

술 퍼마시고 쓰러져 잤다.

아들의 방.

아들이 밤중에 깨어보니

내가 화장실에서처럼

소변보고 있었다.

태연히,

그리곤 방을 나가

화장실에 누웠다, 태연히.

 

김현은 왕성한 활동력으로 사람들을 조직했고 리드했던 인물이라 한다. 이론적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도 삶의 현장에서도 정력을 보인 게다. 구체적으로 어떤 억압과 폭력에 맞섰는지 아직은 모르지만, 아래 권오룡 선생의 말도 가슴에 울림을 주었다.

 

"선생은 무엇보다도 세상의 폭력과 억압에 맞서 싸우셨고,

그 싸움에서 조금도 지치거나 물러서지 않으셨다." - 문학평론가 권오룡

 

 

2.

"그가 도달한 정신의 봉우리는 공허한 이념이나 낭만적 환상의 그림자를 배제하고 있어서 너무나 맑고 투명하다." - 문학평론가 김치수

 

"그의 정신은 참으로 넓고 깊게 열려 있어서, 어떤 의견도 어떤 상반된 시각도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소화한다." - 문학평론가 김병익

 

김현은 빛나는 지성의 소유자였다.

하나의 관점에 매몰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는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려고 노력했고

관념으로만이 아닌 구체적 삶으로 이론을 다루었다.

나도 지성인이 되기 위해 이런 노력들을 하고는 있다.

 

"내가 아는 한, 김현은 수학과 자연과학의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유일한 문인이었다." - 작곡가 서우석,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그는 텍스트 분석에 있어서, 천부적인 자유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 시인 곽재구

 

 

3.

"인간적인 면에서도 따뜻함과 섬세함, 그리고 지적인 엄격함을 아울러 지녔던 분"

- 문학평론가 오생근

 

"귀를 기울일 줄 알았던, 경청 속에서 신전을 세울 줄 알았던 영혼" - 시인 정현종

 

"그는 소탈하며 말을 쉽게 트고 분위기를 맞추는 친구였다." - 정문길 (고려대 명예교수)

 

김현의 감수성 그리고 사람과 어울리기를 즐기는 소탈함을 상창한 말들도 많았다.

김현은 친구들과 따뜻하게 어울리며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비평가였을까.

홍정선의 말이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지 궁금해졌다.   

 

"김현의 비평은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비평이고 즐거워지고 싶어하는 비평이다."

- 문학평론가 홍정선

 

 

김현은 활동하면서도 이론적 사유를 통해 아름다운 지성이 넘치는 글을 썼다.

홀로 전진하는 독립군이 아닌 연대하여 문학사에 줄기 하나를 세웠다.

활동하는 삶, 이론적 깊이를 더해간 사유, 연대의 힘을 모두 보여주었다.

이 모든 김현의 특징을, 마종기 선생이 기막힌 한 줄로 표현했다.   

 

"박력의 삶, 정곡의 글, 한지에 써 보내준 정겨운 편지들......" - 시인 마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