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뜻밖의 사고와 프로의식

카잔 2013. 12. 19. 13:10

 

 

12월 13일 금요일, 일주일 동안이나 나를 괴롭힐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내 차를 무면허 운전자가 들이받아 저 지경이 되었다. 무면허 운전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등장한 가짜 운전자는 '거짓'말을 거듭했다. 나는 서너 차례 '거짓'을 믿었고, 믿을 때마다 새로운 '진실'이 밝혀졌다. 진실을 밝혀 준 것은 CCTV와 자가당착이었다.

 

가짜 운전자는 신고만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그는 운전자(차주)의 절친한 지인이었다. 그는 차주의 입장에선 충성스러운 동생이었고, 내 입장에선 괘씸한 사람일 뿐이었다. 나는 일요일이 되어서야 운전을 했던 차주를 만났다. 그는 정중했지만, 어려운 사정에 처해서인지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진 못했다. 자기도 고생스럽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며칠 동안 실랑이를 했다. 수리비를 좀 깎을 순 없냐, 지금 자기도 힘든 상황이다, 제발 한 번 용서해 달라는 말로 요구하기도 했다. 나는 들어줄 수 만한 선에서 배려하려고 애썼다. 그는 사소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분명한 배려였고 아주 작은 친절이었다.

 

- 공업사 중 범퍼값 기준으로 수리비가 저렴한 곳 선택 (직접 조사)

- 공업사에서 차량렌트를 권했지만, 가장 싼 차량이 K5 라는 걸 듣고

  차주 형편을 생각하며 일단 보류. 결국 차주를 통해 아반떼 렌트.

- 차량 수리를 시작하면 견적이 더 나올지 모르니 보험처리가 제일 좋고

  현금합의하려면 견적에서 50만원을 더 받으셔야 할 거라는

  공업소의 얘기를 무마하고 수리비만으로 합의한 것. (견적 378만원, 합의금 370만원)

 

오늘, 시세하락손해금 150만원과 합의금 150만원을 받았다. 그에게는 꽤나 큰 금액이었으리라. 하지만 나는 중고차 매매시에 떨어질 차값과 이런저런 일로 시간을 쓰고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을 합당하게 요구하고 싶었다. 합리적인 금액이기를 바랐지만, 서로간의 입장 차이가 커서 양측 모두 만족한 합의는 아니었을 터.

 

차수리는 오늘에서야 시작되었다. 불안, 갈등, 신경씀, 시간 손실을 선사한 사건이 일주일이나 이어진 셈이다. 조르바 원고를 쓰지 못했고, 와우랩 내에서 추진할 여러 가지 일들도 밀렸다. 개인사로 리더로서의 공적인 임무를 다하지 못함을 보면서 나의 프로의식이 낮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오늘부터 만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