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내가 팟캐스트를 할 수 있을까?

카잔 2014. 2. 26. 09:40

 

유투브에서 고대 그리스 관련 자료를 찾다가 책읽기 팟캐스트 방송이 눈에 띄어 잠시 들었다. 나를 유혹했던 것은 '책읽기'라는 프로그램명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 제목이었다. 수잔 손택이 쓴 책이었으니까. 관심있게 듣기 시작했지만, 30분 남짓을 듣다가 말았다. 방송은 진행자와 전문가의 대화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전문가라는 분의 손택 이해가 깊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스스로 『해석에 반대한다』를 읽지 않았다고 진솔하게 얘기했다. (진솔함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신뢰가 떨어졌다. (책을 반드시 읽어야만 그 작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에서 논할 정도라면 대표작 정도는 읽어야 한다는 내 안에 생각이 있나 보다.) 실제로 전문가는 손택에 대한 통찰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터넷 서점의 책소개보다 조금 나은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다른 날짜의 방송은 다르겠지만, 내가 들었던 방송분은 시시했다. 손택의 견해가 소개되기보다는 전문가가 알고 있는 손택에 관한 정보가 더 많았다. 그래서 끝까지 듣지 않았다. (내용을 겉핥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17:40분 정도에 등장하는 두 분의 웃음이 억지 웃음처럼 들린 게 청취를 그만 둔 결정적 이유였다. 진행자는 자신의 무지에 정직해야 한다. 때론 청취자의 입장에서 질문도 해야 한다. 방송엔 그 정직함의 미덕이 결여됐다.)

 

내게도 유익은 있었다. '주저를 읽지 않고서도 방송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인식의 전환이 내가 얻은 유익이다. 나는 책 한 권을 출간하고, 팟캐스트 방송을 하는 걸 너무 어렵게만 생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딱 2~3일만 준비하여 '수잔 손택'의 『해석에 반대한다』 책소개를 녹음해 볼까? 이런 생각을 하니, 두려워진다. 내가 무얼 안다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의 지적 오류를 누군가에게 지적 당하면 어쩌지... 등등.

 

내가 아는 것만 전하면 되고, 몰라도 겸손함을 잃지 않으면 되고, 작은 오류들이야 배워가고 개선해 나가면 될 것을, 나는 시작하기도 전에 나의 불완전함만을 직시하며 계속 준비만 한다. 나 역시 내 방식대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몇 명은 내 이야기를 듣고 좋아해 줄 수도 있을 텐데...! 내가 과연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할 수 있을까? 최소한 와우들만이라도 들을 녹음파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팟캐스트를 해 보라고 권유받은 지 두어달이 넘었지만, 만들어 둔 목록을 공부만 하고 있다. 시작은 안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