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인문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요즘

카잔 2014. 2. 28. 11:34

 

며칠 동안 키케로와 그가 만든 개념인 '후마니타스'를 공부했다. 인문학의 본질과 인문정신 탐구에 소홀한 인문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는 인문학을 강연하는 사람으로서 (좀 거창하게 표현하면) 인문학의 정수를 알려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느꼈다. 무엇이 인문학인가? 인문학을 인문학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 앞에 나를 세운 까닭이다. 인문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키케로와 페트라르카는 필수 코스다. 키케로의 저작을 읽어간 이유다.

 

후마니타스를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가가 내 공부의 핵심이었는데, 나름대로의 결론을 얻었다. 풀리지 않던 고민들도 어제 해결되었다. 짜릿했다. 그저께 밤엔 키케로에 관한 꿈도 꾸었다. (몽테뉴인지 키케로인지 헷갈리는데 아마도 키케로인듯 하다. 키케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등은 묻지 마시길. 나도 가물가물하다.) 내가 내린 결론이 적합한지 검토하려고 키케로의 『수사학』을 주문했다. 안재원 교수님이 고전문헌학에 기초하여 각주와 주석을 충실히 단 번역본이라 키케로의 여러 개념에 대한 해설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

 

 

책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기 전 문제의식이나 화두를 갖고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뒤에 자신의 생각과 저자의 생각을 비교해 가는 것, 다시 말해 독자와 저자 사이의 대화를 누리는 것이 독서의 기쁨이요 묘미다. 키케로의 『수사학』을 매개체로 한 안재원 교수님과의 담화, 기대된다.

 

"지적이고 세련된 담화만큼 유쾌하고 후마니타스에 알맞은 것은 없다.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생각을 표현할 수 있으니 짐승보다 훨씬 우월하다." - 키케로

 

키케로를 어떻게 이해할지에 도움을 준 저자들은 이광주, 피터 왓슨, 루돌프 파이퍼였다. 『수사학』을 꼼꼼히 읽으며 키케로 공부를 일단락해야겠다. 책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중세의 대학'에 관한 자료들을 정리할 생각이다. 집에 관련 책들이 많아 우선은 이 책들부터 읽어가겠지만, 조금 맛본 느낌으로는 대학의 역사를 일갈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책장에 꽂힌 크리스토프 샤를의 얇은 책 『대학의 역사』부터 살펴야겠다. 이병주 선생의 살림지식총서 『대학의 역사』는 구입해야겠다. 얼마 전부터, 이병주 선생의 지적 편력을 따라갈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래된 생각이지만, 나의 정신적 고향이 점점 유럽이 되어간다는 느낌이다. 바이마르에서 느꼈던 그 안정적인 느낌이 기억난다. 아테네나 로마 혹은 피렌체에 가면 더욱 진한 느낌이 들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