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3월의 서울에도 벚꽃이 핀다

카잔 2014. 3. 30. 12:12

 

1.

또 한달이 저문다. '매월 삶을 성찰하진 못해도, 분기를 건너뛰지는 말자.' 이것이 내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삶은 주인이 사는 대로 만들어진다. 나는 삶의 주인의식을 가지려고 애쓴다. 그것은 나무같은 삶이다. 태어난 땅(숙명)을 원망치 않으면서도 하늘(꿈)을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는 것, 부단히 성장하여 결국엔 꽃과 과실을 맺어, 세상의 아름다움에 나답게 공헌하는 나무같은 삶!

 

내 삶의 마당에 누가 오물을 던지고 달아난다면, 나는 그 죽일 놈을 뒤쫓아가서 왜 그랬냐고 따지기보다는 오물을 걷어내면서 삶을 이해하고 나를 성장시키고 싶다. 사람은 모든 행위, 모든 사건 속에서도 배울 수 있는 존재니까. 모순과 불확실성이 가득한 삶이지만, 언제나 배울 수 있고 어디에서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위로요 희망이다. 

 

2.

벚꽃 나들이를 위해 4월 10일 이후로 하루 이틀의 일정을 비웠는데, 3월이 지나기도 전에 곳곳에 벚꽃이 피어버렸다. 지난 해보다 13일 앞당겨 피었다는 기상청의 소식을 듣지 않았더라도 벚꽃의 이른 개화를 눈치챌 수 있었다. 지난 해의 몇일날에 벚꽃 길을 거닐었는지 정확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2013년 4월 13일 세상을 떠나셨다. 벚꽃이 피어나던 날이었다.   

 

선생님의 장례를 치렀던 날, 저녁엔 강연이 있었다. 힘겹게 강연을 마치고 집 앞에 도착하니 밤 11시였다. 며칠 간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온 몸으로 느끼며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걸었다.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정성껏 모셨던 그 날, 가슴이 먹먹했다. 그때 길에 핀 벚꽃이 나를 맞아주었다. 아니 안아주었다. 바람이 불며 꽃잎이 떨어지니, 나는 꿈을 꾸듯 몽환적인 느낌에 빠졌다.

 

불쑥 찾아왔다가 눈깜짝할 사이에 떨어지는 벚꽃! 우리네 인생도 벚꽃 같다. 세월은 훌쩍 잘도 지나간다. 언젠가 삶도 지나가리라. '죽음에 대한 비논리적인 공포를 선동'하려는 게 아니다. 선동은 '안전에 대한 거짓 환상' 만큼이나 해롭다.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삶을 살자는 것이다. 조지 휫필드의 말처럼, 나는 녹슬어 없어지기보다 모든 에너지를 삶에 힘껏 쏟아부어 닳아 없어지고 싶다. 

 

3월의 서울에 벚꽃이 핀 건 관측사상 처음이란다. 이른 벚꽃을 보며, 삶은 종종 우리의 계획 저 너머에 있음을 새삼 느꼈다. 계획이 무용한 건 아니다. 계획은 우리를 준비시켜 삶을 음미하게 만든다. 하지만 계획에 매이면 융통성을 잃고 뻣뻣해진다. 계획은 유연함이라는 세례를 받으며 지혜로 거듭난다. 서로 다른 양극단의 가치(계획과 즉흥성)를 모두 지니고 살다가 둘 중 하나를 적시에 활용하는 것이 지혜다. 지혜는 때와 장소마다 다른 모양을 취한다.   

 

 

3.

지금 내 책상엔 이런저런 책들이 흩어져 있다. 몽테뉴 수상록, 1417년 근대의 탄생, 햄릿, 도산구곡 예던길, 르네상스 문학의 세 얼굴, 함양과 체찰, 빠리의 기자들 등등. 책의 주제가 일관되진 못하다.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하는 책들이 섞였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도 그러하리라. 하고 싶은 일(소원)과 해야 하는 일(의무)의 뒤엉킴! 자기경영이란, 갈등관계인 듯 보이는 소원과 의무를 조화시키는 과정이 아닐까. 소원을 추구하느라 의무에 소홀하지 않고, 의무에 대한 책임감으로 소원을 질식시키지 않는 삶의 균형!

 

<자기경영을 위한 Tip 하나>

1) A4 용지 한 장을 준비한다. 2) 세로로 반을 접어 좌측편에 해야 하는 일의 목록을 만든다. 3) 우측편에는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만든다. 4) 지금 마음 끌리는 일부터 실행함으로 목록을 지워나간다. 5) 3일이나 일주일 후, 목록이 많은 남은 쪽을 확인하며 자신이 소원지향으로 사는지, 의무지향으로 사는지 체크한다. 6) 자신이 소원지향이면 의무를 소홀하지 않도록, 의무지향이면 소원을 소홀하지 않도록 애쓰며 다시 3일 혹은 일주일을 실행하며 산다. 7) 양쪽 모두를 지워내면, 스스로를 축하하고 새롭게 목록을 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