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와우팀 이야기

와우스토리 설명회를 마치고

카잔 2014. 11. 29. 23:26

 

오늘, 와우스토리 설명회가 있었다. ‘내 생각들과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고 마음 편히 준비하려던 계획이었는데, 날짜가 다가오면서 와우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제가 뭘 도와드릴 게 없을까요?” 그리하여 진행자와 발표자가 생겨났고, 간식으로 귤과 쿠키가 제공되었다. 간식을 책자로 대체하려던 내 계획은, 이렇게 와우들의 도움으로 행사가 좀 더 풍성해졌다. 고마운, 와우들.)

 

행사를 마친 소감을 정리해 둔다.

 

 

1.

수업 후, 나는 행복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와우에 호감을 가진 분들의 참여 자체로도 기운을 얻었다. 기실 나는 오늘 설명회가 내게 행복을 선사하리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강사에게 관심 가진 분들 앞에서의 강연이니, 부담도 되지만 긍정 에너지도 얻을 테니까. 나는 그 행복에 보답하고 싶었다. 두툼한 책자는 감사한 마음의 작은 표현이었다. 행여 강연을 망칠 될 경우, 참가비에 값하는 책자가 불찰을 만회해 줄 것도 같고.

 

2.

분위기가 화목했다. 화목, 갑자기 왜 이 단어가 떠올랐을까? 사전을 찾아보니 무척 마음에 들었다. “서로 뜻이 맞고 정다움.” 자기 이해에 관심을 갖고 자기답게 살려는 바람을 공통적으로 지녀서인지, 강연 내내 진지하면서도 유쾌했다.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편안함도 멋지지만, 뜻이 맞는 초면과 함께 호기심 어린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강단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행복이고.

 

3.

와우들이 일찌감치 도착하여 행사를 준비해 주었다. 덕분에 편안하게 강연에 집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연이 초반부를 더듬거리며 시작했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콘텐츠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적절한 도입과 효과적인 마무리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그럴 때에도 3~4분이 지나면 제 페이스를 찾는다. 이전의 실수에 함몰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할 것! 이것은 인생살이에서도, 강연장에서도 참 유용한 자기경영의 기술이다. (과거의 실수에 빠져 있다는 것은 자기중심성 때문이리라.)

 

 

4.

강사로서의 내 특징을 적어 본다. 대놓고 자랑할 생각은 없지만, 본의 아니게 자랑질이 되긴 하겠다. 어쨌든 가장 큰 특징은 다음의 세 가지다. 뛰어난 스토리텔링, 삶과 연결된 진정성, 청중과의 교감. 설명회가 끝난 후, 한 참가자가 이 세 가지를 콕 집어 내게 피드백을 했다. 그도 강사였다. 그러고 보니 현업 강사들과 예비 강사가 여러 분 계셨다. 어제 강연에서, 세 가지 특징이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따져 보는 것은 괜찮은 케이스 스터디일 것 같다. 약점도 짚어가면서. (시간은 정확히 지켰지만, 불분명한 발음과 어눌한 도입은 지적되어야 할 테고, 구체적 노하우를 다루지 못한 것은 설명회였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5.

40분의 질의/ 응답 시간은 진행 방식이 아쉬웠다. 실상, 테이블 토론이나 2인 대화는 이끌기 쉽지만, 참가자 전체를 대상으로 질의/ 응답은 질문하기가 어려운 분위기다. 질문을 잘 이끌어내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포스트잍에다 무기명으로 질문 받는 것이다. 포스트잍을 준비할까 하다가, 오늘 참가자는 와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니 불필요한 절차가 생각하여 관두었다. 나의 실수였다. 지원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 팀의 선생에게 민감한 질문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훌륭한 질문도 많았지만, 정작 지원과 관련된 호기심을 해결하는 “왜 이렇게 수업료가 비싼가요?” 같은 질문은 없었다. 나의 판단 착오가 아쉬웠던 시간이었다.

 

 

6.

행사가 끝난 후, 12명이서 점심 식사를 함께 먹었다. 사람들의 형편에 눈이 밝은 와우의 도움으로, 예약을 하지 않았지만 헤매지 않고 적당한 식당에 들어갔다. 맛난 식사를 하고서 와우들만 남았다. 우리는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넓은 창을 너머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는 눈이 시원한 카페였다. 새로운 만남이 주는 싱그러운 기대감은 사라졌지만, 오랜 벗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가 우리를 감쌌다. 나는 그 분위기를 사랑한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선약이 없었으면 참 좋겠다, 는 생각이 들 만큼 고맙고, 편안하고, 즐거웠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동욱이가 무척 반가웠다. 카페를 나오면서도 눈에 밟혔으니.

 

7.

와우스토리 프로그램은 설명회 형식으로 누군가에게 소개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와우 첫 번째 행사였던 셈이다. 2015년에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강연 시간을 좀 늘리더라도 실제적인 노하우를 담고, 질의/ 응답 시간도 좀 더 효과적으로 진행하면 더 유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10기 와우에 지원하겠다고 말한 이들이 있었다. 아직 첫 과제를 제출하기 전이니, 직접적으로 처음 듣는 말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반가움(친밀함을 나누겠군요), 감사함(와우를 좋게 봐 주셨네요), 기대감(이 분들과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책임감(내가 좋은 선생이 될 수 있을까)이 차례로 스쳐갔다. 아니 한꺼번에 뒤범벅이 되어 여전히 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