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연지원의 독서지침&비전

카잔 2015. 1. 28. 09:00

 

1. 공감하여 기억하라. 책의 메시지, 저자의 강점과 문체를 이해한다.

2. 독서 충동을 억제하라. 읽은 것에 대한 사유 없이는 다음 책도 없다.

3. 기대할 바를 기대하라. 저자의 약점을 나의 강점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4. 읽은 것으로 글을 써라. 나의 언어와 사례를 들어 찬반을 표시한다.

5. 한 방향으로 나아가라. 같은 주제의 책으로 최소 3권은 읽어 비교한다.

 

공감은 정말 중요하다. 지적 독서의 정수는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을 만나는 것이다. 독자는 저자의 생각을 얻을 때 진보한다. 독서는 문자를 보아 생각하는 행위다. 다시 말해, 읽기 = 보기 + 생각하기다. 지적 성장을 위한 책읽기는 사유와 결합되어야 한다. 책 읽는 맛에 빠져 사유를 건너뛰게 할 정도의 독서 충동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기대론(3번)은 내가 책의 장단점을 가려뽑는 일을 즐기는 성향의 독자이기에 필요한 명제이고, 창작론(4번)은 작가적 역량을 키우기 위한 지침이다. 마지막 명제는 학습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다섯 가지 지침은 이미 습관화된 방법론들이다. (비교 독서가 불가능한 때도 있는 편이기에 경우에 따라 5번 지침은 불필요할 때도 있다.) 아래 한 가지는 덧붙여 실천하고픈 지침이다.

 

6. 지성을 강화하라. 최고 사상가의 텍스트에 빠져들어라.

 

수년동안 나는 쉬운 책만을 읽어왔다. 그러는 동안 내 지적 성장도 멈춰버린 느낌이다. (느낌일 뿐이기를!) 그 기간의 독서는 마치 손쉽게 해내는 횟수의 푸시업만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 횟수를 늘려 근력에 자극을 주는 것은 고통스러우니까. 근육에 자극이 되지 않는 운동은 근력을 키우지 못한다. 최근 몇년 간 나의 지적 근육은 정체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들어 세 명의 최고 지성을 읽기로 했다. 니체, 윌버 그리고 푸코.

 

나의 전공에 전문성을 더해질 지성들이다. 이들의 평이한 저작들부터 찬찬히 읽어나갈 계획이다.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텍스트를 만나면, 전공자의 도움을 받아가며 (강연을 듣거나, 자문을 구하거나) 헤쳐나가면 될 테고. 니체의 주저 5권, 푸코와 윌버는 3권씩 읽으며 지성을 훈련해야겠다. 내 공부와는 조금 빗겨있는 맑스와 프로이트도 기본적 지식은 정리해야겠다. (맑스, 프로이트, 니체는 현대 사상계에 들어서기 위한 정문이다.)

 

현대 사상계에 입문하고서, 나는 어디로 나아가고 싶은 것인가. 어설프거나 경박하게 들리겠지만, 나의 방향은 사방팔방이다. 전천후 20세기 이후의 사상사에 획을 그은 (인문학이든, 사회과학이든, 자연과학이든) 인물들이라면, 영향력의 우선순위대로 지속적으로 공부할 것이다. 그들의 사상을 개괄적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관점으로 나의 화두와 아젠다를 비춰보는 것이 목적이다. 

 

'자기실현'이라는 개념을 전(全)학문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고, 현대의 지적 텍스트를 잘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선(先)이해를 위해 19세기와 20세기의 사상가들을 공부하려는 것이다. 고대의 사상가들과 근대의 사상가들은 얄팍하게나마 공부해 왔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었고, 칸트와 헤겔의 의미와 영향력을 공부했다. (칸트와 헤겔은 저작 대신 개론서를 읽어서 공부했다고 표현했다.)

 

자기실현(과 공동체 그리고 비평)이라는 나의 공부 주제가 있긴 하나, 순수한 지적 희열도 모르는 바 아니기에 공부가 실천과 멀어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다. "이론적인 지성은 실천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으며 피해야 할 것이나 쫓아야 할 것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아리스토텔레스)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닌, 삶을 위한 공부를 하겠다는 말이다. 나는 삶과 탄탄하게 연결되는 공부, 인생의 전 영역을 아우르도록 폭넓은 관점을 취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 비록 얄팍하고 경박하더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