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새 출발을 위한 책읽기

카잔 2015. 10. 22. 09:46

1.
“저는 올해 생일날 다시 태어났어요. 이 마음을 기념하기 위해 읽을 만한 책이 있을까요?” 와우팀원의 물음에 나는  그에게 맞춤한 다섯 권의 책을 추천했다. 한두 권이 아닌 다섯 권이나 된 까닭은 ‘알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내 고질병이 도진 결과였다. 꼭 다섯 권을 읽어야 재탄생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단 한 권만, 아니 단 한 페이지로도 누구나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변화와 도약은 책읽기가 아닌 결심으로 이뤄지니까.

 

결심만으로 삶을 바꿀 수는 없지만,
단호한 결심 없이는 꾸준한 실천도 없다.

 

2.
나도 추천한 책들을 읽고 싶어졌다. 자기 상황에 맞는 책읽기는 독자를 더 멋진 삶으로 인도한다. 그런 독서는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새 출발을 위한 책>이라는 컨셉으로 오직 나를 위한 목록을 선정했다. 목록이 처음에는 다섯 권이었지만, 한 권으로 줄였다. 지금까지 해 온 방식대로 가다가는 새 출발은커녕 책 읽는 일에 인생을 죄다 갖다 바쳐야 할 판이었다. 이미 내게는 지적 성장을 위한 긴 독서 목록도 있으니, 새 출발을 위해서는 단 한 권으로 결판내자.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그 한 권의 책 제목이다. 

 


 
3.
나는 『순례자』를 느리고, 느리고 또 느리게 읽기로 했다. 읽기 쉬운 소설이니, 독서를 멈추게 만드는 어려운 낱말이나 사전에 알아야 할 배경지식 같은 것은 거의 없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느림은 무지를 해소하기 위함이 아닌, 사유와 실천을 위한 느림이다. 사유하고 실천하려는 목적은 간명하다. 일상의 변혁! 이를 위해 그윽한 자기경영과 친밀한 인간관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코엘료의 책은 서른여덟,
자기경영자로서의 도약을 위해 읽는 첫 책이다.
(후보 도서가 있긴 하지만, 두 번째 책을 손에 들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4.
파울로 코엘료의 설명에 따르면, 람은 1492년에 기독교 평신도회에서 창설한 단체다. 책에는 여러 가지 람 훈련법이 소개된다.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도록 도와주는” 훈련들이다. 오늘은 첫 번째 의례인 ‘씨앗 훈련’을 수행했다. 다시 태어남을 몸과 마음으로 경험하는 것! 이것이 씨앗 훈련의 의미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씨앗 훈련>

 

“땅에 무릎을 꿇으십시오. 엉덩이를 뒤꿈치에 대고 앉아 얼굴이 무릎에 닿을 정도로 웅크리고 두 팔은 뒤로 뻗으십시오. 당신은 이제 태아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음을 편히 가지고 당신 안에 있는 모든 긴장을 풀어내십시오. 천천히 깊게 호흡하십시오. 차차 자신이 안락한 대지에 안겨 있는 아주 작은 씨앗이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주위의 모든 것은 따뜻하고 감미롭습니다. 당신은 편안하게 잠이 듭니다. 깊고 아늑한 잠에 빠져듭니다.”(p.43)

 

5.
그리그의 <Morning>과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번갈아 들으며, 나는 씨앗 훈련을 15분 동안 수행했다. 가능성과 잠재력을 잔뜩 품에 안은 태아의 형상을 갖추었다. 한 단계 도약하는 자기경영자가 되기를 열망하는 마음으로 내 영혼에 오롯이 집중했다,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내 산만한 마음을 붙잡아 한 정신으로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도를 통해 겨우 씨앗 훈련에 가까워졌다.

 

나도 모르게 신에게 다섯 가지 가치를 간구했다. ‘신이시여! 저는 영혼의 성장을 원합니다. 자유의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모든 것을 사랑으로 행하게 하시고, 제 영혼에 용기를 채워 주옵소서. 다시 제 일상에 신실함을 회복시켜 주시고 인생 전체가 균형이라는 가치를 이루게 하옵소서.’ 날마다 씨앗 훈련과 이 기도를 반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순례자』의 주인공처럼 고백할 수 있을 때까지.

 

“오늘 나는 작은 씨앗이 되었다. 나는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내가 빠져있던 깊은 잠과 대지가 안락함으로 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저 높은 곳’의 삶이 더 아름다운 것임을 발견했다. 난 원하는 만큼 새롭게 또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내가 태어난 대지를 넉넉하게 감싸 안을 수 있을 때까지.”(p.48)

 

* [인용도서] 파울로 코엘료/ 박명숙 옮김,『순례자』, 문학동네,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