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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사랑한 소설가들

카잔 2016. 3. 9. 09:51

관심을 부르는 기사를 읽었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최근 10년간 누적 판매량 Best 10 작가를 다룬 <우리가 사랑한 소설가들>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작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다.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기욤 뮈소가 뒤를 이었다. 5위부터 7위는 한국 작가였다. 신경숙, 김진명, 공지영! 내 눈엔 김진명과 기욤 뮈소가 의외다. 21세기 히트 소설에 별 관심이 없었던 탓이리라.

 

 

미국과 독일 작가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 이채롭고 한국 작가의 선전이 눈에 띈다. 내가 읽은 책이 거의 없다는 점도 또렷한 인상이다. 문학과 소설을 좋아하긴 해도 고전 소설을 읽기에도 시간이 모자라 현대 작품까지 읽을 여력은 없었다. 전체 장르 중 소설의 판매량이 압도적이라는 점과 소설가 중에서도 인기 작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 목록은 초특급 베스트셀러인 셈인데, 내가 읽은 책들은 거의 없다.

 

『상실의 시대』,『엄마를 부탁해』,『봉순이 언니』가 고작이다. 그것도 20년 전으로 소급하여 뽑아낸 책들이다. 『상실의 시대』와 『봉순이 언니』는 90년대 말에 읽었던 것 같다. 종종 나는 생각한다. '90년대 말, 그러니까 20대 초반부터 무라카미 하루키를 쭈욱 읽어왔더라면, 나는 재즈를 좀 더 좋아했을 테고 조금은 도시적이고 세련된 남자가 되었거나 적어도 오랫동안 좋아하는 외국 작가 한 명을 가졌을 텐데...' 뒤늦은 바람과는 별개로 하루키의 책도 에세이 몇 권을 읽었을 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기욤 뮈소, 김진명, 조정래, 조앤 K. 롤링의 소설은 한 권도 읽지 못했다. 10명의 작가를 보고 있노라니, 읽고 싶었지만 시간을 내지 못해 하염없이 독서를 미루던 책들이 떠오른다.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조정래의『정글만리』!  올해 안에 읽게 될지는 모르겠다. 읽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읽을 목록에 포함시켜 둔다.  

 

 

기실 목록은 독서가에게 수많은 푯대 중 하나의 참고사항 뿐 바로미터가 되기는 힘들다. 내가 책을 잘 읽고 있는가 하는 측정 기준으로 삼을 필요도 그럴 수도 없다는 말이다. 목록이 베스트셀러든 스테디셀러든 필독 고전이든 마찬가지다. '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품목 베스트 10' 품목을 두고 '나는 왜 저걸 사지 않았을까?' 하고 자기를 보채지는 않을 것이다.

 

스테디셀러나 고전 목록들이 안기는 자괴감(내가 정말 책을 안 읽고 살았구나 하는 감정)이, 나는 시시한 생각의 결실로 보인다. 책은 무지 무지하게 많다. 누구도 여러 목록의 모든 책을 읽으며 살 수는 없다. 평생 줄기차게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자기 분야의 중요한 책만을 일부 읽을 뿐이다.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에게 필요한 책들을 즐기면서 읽어나가면 그만이다. 꾸준하게, 오랫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