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지혜롭게 거절하는 법

카잔 2016. 5. 25. 14:06
하지 못할 일은 지혜롭게 거절하라


“No”라고 말할 줄 안다는 것! 꼭 필요한 인생 경영의 지혜다. 세상에는 나를 향한 요구와 비합리적인 기대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원인도 다양하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거절할 이유를 찾기 힘든 긴급하고 갑작스러운 부탁, 우선 순위를 잊고 지냄, 여지를 남기는 분명하지 못한 거절의사, 자존감 부족, 자신의 가용 시간에 대한 부정확한 측정, 상대방이 상처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사실 이 두려움은 자신이 좋지 않게 비쳐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 경우가 많다).

거절하기 힘든 이유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거절해야 할 일은 거절해야 한다. 거절하지 못하면 크고 작은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거절보다 더욱 미안하게도) 뒤늦게 취소하거나, 마음이 없는 모임에 앉아서 피해의식을 느껴야 한다. 먹기 싫은 음식을 꾸역꾸역 집어 삼키듯 하기 싫은 일에 매달려야 할 수도 있다. 거절하지 못함에서 오는 불만을 가족이나 연인 등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불평하거나 하소연하는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거절했어야 하는 일인데도 '인내심을 키우는 기회로 여기자'며 합리화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상대방과 자신을 지켜 주는 지혜로운 거절의 기술이 필요하다. <경청 → 거절 → 이유 → 대안>이라는 4단계를 기억하시기 바란다. 거절의 4단계는 단순하니 실천하기 좋고, 실천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1 경청하라.
거절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나에게 찾아 든 전화와 상사의 부탁에 과민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모든 일에 마음을 닫으면 세상과 소통할 수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도, 자신을 발전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와 적극적인 자세는 삶을 발전시킨다. 거절을 해야 하더라도 일단 말이 끝날 때까지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받아들이든, 거절하든 첫 단계는 경청하여 상대방의 요구를 이해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부탁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채 거절하면, 시간은 지킬 수 있어도 다른 어떤 것을 잃게 될지 모른다.

 2. 거절하라.
자신의 우선 순위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 등을 고려하여 거절해야 할 것 같으면 공손하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하라. 미안하다고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나는 갑자기 걸려 온 전화에 대한 거절 의사가 분명하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해 상대방이 또 다른 가능성을 품게 한 적이 많았다. 그 결과는 전화 통화가 결론 없이 질질 늘어지는 것이다. 결국, 상대에게 정말로 피해를 끼친 것이다.

 3. 이유를 말하라.
경청을 하고 난 후, 자신의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인 거절이라면 상대방이 이해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든 경우마다 그 이유를 말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이유를 말해 주는 것이 신뢰 유지에 도움이 된다. 상대방이 서운해 할 것 같다고 느껴지면 친절하게 거절의 이유를 말하라. 이때, 다시 부탁의 여지를 주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오직 거절의 이유를 진솔하게 말하면 된다. 이유를 말하는 것조차 미안하여 3번째 단계를 생략할 때가 많지만, 상대방은 나의 진솔한 이유를 듣고 오해 없이 거절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상기하자.

 4. 대안을 제시하라.
부탁한 사람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알고 있다면 그것을 알려 주라. 자신이 당장 할 수 있는 이야기만 하면 된다. 미안한 마음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대안을 찾으려는 생각은 지혜롭지 않다. 나에게 부탁을 한 그는 또 다른 대안을 나보다 빨리 찾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 주에 저녁 식사를 한 번 하자는 연락이었다. 지난 주에 미리 나에게 이야기했었던 터라 거절하기 참 힘들었다. 나도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번 주에 중요한 일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와우 행사, 유학 간 후배의 귀국, 지난 해부터 미뤄왔던 모임 약속 등. 나는 후배에게 거절해야 했고 양해를 구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미안함에 살짝 당황한 나머지 거절의 이유를 말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다시 전화를 걸어, 몇 가지 불가피한 상황을 얘기해 주었다. 후배의 마음이 보다 편해졌기를 바란다. 분명한 사실은 두 번째 통화에서는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는 것이다.

 때로는 상사의 업무 부탁에도 지혜롭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거절이라기보다는 상사에게 우선 순위를 여쭈어 일의 순서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일을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받는 사람의 형편을 고려하기가 쉽지 않다. 어제 부탁 받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상사는 오늘 또 다른 일을 맡기는 경우, 어떡해야 하는가?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것은 어떨까?

“부장님, 어떤 일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생기네요. 저는 지금, 부장님께서 어제 지시하신 일을 하고 있는데, 아마도 오늘 업무 시간까지 부지런히 해야 겨우 끝낼 수 있을 듯 합니다. 지금 주신 일과 제가 하고 있던 일 중,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할까요?”

 한꺼번에 일을 처리하려는 과욕은 대개 어설픈 결과물로 이어진다. 상사에게 우선 순위를 정해 달라고 부탁하여 하나씩 제대로 처리해 나가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고, 상사에게도 흡족한 결과물을 보고 드릴 수 있는 길이다. 머리를 짜내어 점잖게 이야기해도 “자네는 그것도 모르나?”라는 핀잔만 되돌아 올 수 있다. 그런 경우에도 꿋꿋하자. 대부분의 상사는 칭찬에 인색하다. 어떤 일을 하든, 상사의 칭찬을 기대하기보다는 탁월한 성과를 내기 위한 본인의 성장을 목표로 삼는 것이 현명하다.
우선 순위를 모르면 물어야 한다. 핀잔을 들으면 자신의 업무와 상사의 우선 순위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면 그만이다. 아이들은 무르팍을 깨며 자라고, 직장인들은 상사에게 깨지며 성장한다.


거절의 기술을 다룬 글이지만, 모든 부탁이나 제안에 거절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평소 거절을 잘 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4단계의 거절의 기술을 전하고 싶지만, 무슨 기회든 눈여겨 보지 않고 다른 이들의 부탁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이들에게는 아래 네 가지의 말들이 좀 더 유용할 것 같다.


 1. 우리의 능력은 자신의 상상보다 훨씬 크다.
무턱대고 거절하기보다는 일단 시간 관리 기술, 업무 처리 능력을 향상시키며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거절은 그 다음 문제다. (물론 거절하는 것 자체가 시간 관리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거절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과 연결된 것이기에 진솔한 태도와 섬세함이 필요하다.)

 2. 자신에게 소중한 것과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시간이나 능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중요한 일을 거절하는 것은 어리석다. 거절한 일들은 자신의 일감 바구니에 들어 있는 일들보다 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 (회사 혹은 당신에게)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아는가?”라는 질문에 YES라고 답할 수 있다면, 그렇지 않은 일에는 NO라고 거절할 수 있다.

 3. 두 가지 모두 중요한 것이라면 하나를 거절하는 게 아니라, 함께 끌어안아야 한다.
일과 가정이 그러한 경우다. 거절은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들 사이에서 취사선택을 할 때 필요한 기술이다두 가지 일이 모두 중요하다면, 거절보다는 균형과 조화를 시도해야 한다. 두 가지 중요한 일을 동시에 할 수는 없지만 한 주, 한 달이라는 시간 속에서 균형을 이룰 수는 있다.

 4.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사랑스럽지 않다면, 외부의 인정이나 칭찬을 갈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의 부탁을 받아들이기에 바빠지거나 힘겨워한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이렇게 시간 경영을 이야기하는 뜻밖의 장소에서도 등장하는 주제다. 자기 사랑은 인생에서 참 중요한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