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언젠가 삼성이 무너진다면

카잔 2016. 5. 9. 16:59

삼성이 구글이나 MS에 매각된다면, 국민들의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삼성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세계적 기업의 몰락이니 놀랄 만한 일이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이 어찌 매각되겠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무려 14년 동안 휴대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핀란드의 국민 기업 노키아는 2010년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2013년 MS에 매각되었다. 삼성은 5년째 1위를 지키는 중이다.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은 40년이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세계적 기업의 소멸을 체감할 수 있으리라. 휴대폰을 쓰기 시작했던 90년말, 모토롤라 스타택(StarTAC)은 최고의 인기 제품이었다. (내 친구도 스타택을 사용했었다.) 모토롤라는 2013년 구글에 인수되었다가 올해 레노버에 다시 매각되었다. 나는 97년, 98년 대학에서 <글로벌 경영>을 공부하면서 최고의 기업으로 모토롤라와 노키아를 선정해 사례조사를 했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경영 환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아니, 세상의 모든 것들이 변화한다.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세상의 냉엄한 논리다.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도 변화경영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언제부터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학습이 필요한 이유다. 기업이 몰락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학습 조직이 되어야 하고,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학습하는 개인이 되어야 한다. 학습하는 문화는 영속 기업의 필수 조건이고, 학습은 성장하는 개인의 특성이다.

 

피터 센게는 학습조직이 되고자 한다면 학습 장애의 유형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습장애의 7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첫번째로 제시한 유형은 '자신의 위치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자신이 맡은 일에만 시간을 쏟고, 자기 영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무관심하고 수동적인 태도를 학습을 방해한다. 오래 전, 디트로이트 소재 자동차 회사 경영자들이 일본 수입차를 분해했다. 일본산 자동차의 엔진 블록 하나에는 동일한 표준형 볼트 3개가 쓰였다. 반면 미국산 자동차에서는 서로 다른 크기의 세 가지 볼트가 사용됐다.

 

"미국인들은 왜 굳이 서로 다른 볼트를 사용해서 공정을 더디고 복잡하게 만드는 걸까? 미국 자동차 설계부서에는 '자신의 팀'에서 맡은 부품만 책임지는 별도의 기술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설계기술자 한 명이 엔진 전체를 맡고 있었다. 각자 하나씩의 부품을 맡은 미국의 각 기술팀은 자신의 팀에서 만든 볼트와 조립 공정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작업이 아주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p.47) 피터 센게의 말이다. 조금 더 들어보자.

 

"구성원이 조직 내에서 자신의 위치, 자신이 맡은 업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 여러 부분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에는 거의 책임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더구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에는 원인 파악이 매우 어려워진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망쳤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믿음이 조직의 학습을 어떻게 방해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시스템이 우리의 학습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다.

 

자기 역할에만 충실한 이들은 왜 학습에서 멀어지는가. 최소한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1) 그들은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인과관계는 단선적이지 않다. 하나의 결과가 하나의 원인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원인과 결과는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전체를 보지 못한 이들은 부분적 원인에 함몰된다. 2) 타인을 관찰하거나 다른 이들의 관점을 경청하지 못함으로 자기 패러다임에 고착된다. 나와 다른 관점을 경험할 때 학습이 극대화된다. 타인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에게만 집중된 이들은 관점의 충돌을 경험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센게가 제안하는 솔루션은 '시스템 사고'를 익히는 것과 다른 사람들의 '패러다임 이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시스템 사고는 부분으로 전체를 단정짓지 않고, 나의 관점으로 상대의 관점을 재단하지 않는 힘으로, 인과관계를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한 도구다. '패러다임 이해'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내면의 이미지를 표면적으로 드러내고, 옳은지 테스트하고,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작업”(p.233)을 말한다. (센게는 패러다임 대신 '정신모델 mental models'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패러다임으로 이해해도 좋다.)

 

언젠가 삼성이 무너진다면, 우리는 "영원한 승자는 없다" 라는 명제를 새삼스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세상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고, 변화에 적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니, '학습력'이 변화경영의 핵심 역량임을 절감했다. 요컨대, 학습은 개인과 기업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 당신의 삶이 위기에 빠졌는가? 한동안 정체되어 있는가? 헤어나고 싶다면, 진지하게 자문하라. "나는 학습하는 사람인가?" "우리 회사는 학습하는 조직인가?" 피터 센게가 『학습하는 조직』에서 언급한 학습의 정의를 음미하면서. 

 

"(내가 말하는) 학습은 많은 정보를 획득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운다는 의미다."(p.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