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2) : 좋아하는 것을 하나 더 발견하다.

카잔 2008. 8. 1. 08:05

"선생님, 음악 좋아하시죠?"
"(머뭇거리며) 그런 편이지."
"근데 왜?"
"강연 중간 중간 음악 들으실 때 참 행복해 보여서요."

며칠 전, 대원외고 워크숍을 마치고 학생과 함께 나오면서 나눈 대화다. 한 학생이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었고, 나는 처음 듣는 질문에 조금은 당황했었다. 음악 좋아하냐고 궁금하여 묻는 질문을 받아봤을 테지만, 이렇게 음악을 좋아할 것이라는 자신의 확신을 확인하는 질문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바로, 며칠 전 그 때만 해도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젯밤, 연구원과 함께 세종로에 있는 KT 아트홀에서 재즈 공연을 관람했다. 아마츄어들이었고 그들은 탁월한 실력과 쇼맨십 대신 약간의 어색함과 수줍음을 보여주었다. 유명 밴드가 아니었지만 나는 즐거웠다. 재즈 선율과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상욱과 함께 재즈 카페를 찾아다녔던 기억, 재즈가 좋아 홀로 음반을 사고 재즈사를 읽었던 기억 등. 살아가다 여유로움과 함께 음악을 즐긴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감성에 젖게 만들었다.

문득, 내가 음악을 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 삶에 음악이 깃든 순간이 참 많았다. 중학교 때에는 음악 테잎을 수집했고 수많은 가요를 들으며 지냈다. 지금도 당시의 많은 가요를 가사까지 기억한다. 초등학교 때에도 음악 듣는 것이 좋았고, 이선희, 변진섭, 조정현, 김민우, 이정현, 박성신, 박남정 등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 음악부터 방 안에 흘려 놓는다. 카페에서 가만히 음악을 듣는 것을 퍽 좋아한다.

나는 늘 음악과 함께 했고 음악을 들으면 즐거워했다. 그런데 한 번도 내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노래를 못한다는 것이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과 동일하게 여겼던 것 같기도 하고, 내 삶 속에 음악은 너무나 당연하여 그것이 좋아하는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이 여기는 것들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가졌던 자연스런 모습인 경우에는 그것이 좋아한다는 것이란 사실을 잊고 산다. 나 역시 음악에 대해서는 그랬던 게다.

생각할수록 내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그러면 이제 행복해지는 한 가지 비결을 발견한 셈이다. 내 삶 속에 음악을 자주 조각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미니오디오 하나를 갖고 싶었다. 지금은 노트북에 스피커를 연결하여 음악을 듣는데 노트북을 끄고 잘 때에는 음악을 듣기가 곤란했다. 미니오디오는 단지 절약한다는 이유로 구입하지 않았던 것인데, 당장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분명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노트북으로 음악을 듣던 때보다 보다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좋은 음질로, 이퀄라이저의 춤사위와 함께 말이다. ^^

다시 음악이 있는 공간을 찾아 종종 음악이 깃든 여유를 즐겨야겠다. 홍대 쪽 괜찮은 카페 한 두 군데 정도는 가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재즈에 대한 책 한 권을 읽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늘 듣는 재즈의 폭을 좀 더 넓혀보고 싶다. 재즈는 그저 느끼면 그만이지만, 나는 재즈에 관한 책을 읽을 때 참 기분이 좋았다. 십여 년 전, 이종학의 『재즈 속으로』를 읽을 때 무척이나 신났었다. 나는 다시 그 기분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

좋아하는 단어에 '음악'이 추가되었다. 아니, 기존에 포함되어 있던 '재즈'를 '음악'으로 대체할까? 이건 살짝 생각해 봐야겠다. 중요한 것은 참으로 당연하게 느꼈었던 음악에 대한 '애정'이 그저 그런 성향이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하는 자원임을 발견했다는 게다. 온전함 삶에 즐거움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자원 말이다.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이 한결 즐거워지게 됐다. ^^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