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음악 좋아하시죠?"
"(머뭇거리며) 그런 편이지."
"근데 왜?"
"강연 중간 중간 음악 들으실 때 참 행복해 보여서요."

며칠 전, 대원외고 워크숍을 마치고 학생과 함께 나오면서 나눈 대화다. 한 학생이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었고, 나는 처음 듣는 질문에 조금은 당황했었다. 음악 좋아하냐고 궁금하여 묻는 질문을 받아봤을 테지만, 이렇게 음악을 좋아할 것이라는 자신의 확신을 확인하는 질문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바로, 며칠 전 그 때만 해도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젯밤, 연구원과 함께 세종로에 있는 KT 아트홀에서 재즈 공연을 관람했다. 아마츄어들이었고 그들은 탁월한 실력과 쇼맨십 대신 약간의 어색함과 수줍음을 보여주었다. 유명 밴드가 아니었지만 나는 즐거웠다. 재즈 선율과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상욱과 함께 재즈 카페를 찾아다녔던 기억, 재즈가 좋아 홀로 음반을 사고 재즈사를 읽었던 기억 등. 살아가다 여유로움과 함께 음악을 즐긴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감성에 젖게 만들었다.

문득, 내가 음악을 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 삶에 음악이 깃든 순간이 참 많았다. 중학교 때에는 음악 테잎을 수집했고 수많은 가요를 들으며 지냈다. 지금도 당시의 많은 가요를 가사까지 기억한다. 초등학교 때에도 음악 듣는 것이 좋았고, 이선희, 변진섭, 조정현, 김민우, 이정현, 박성신, 박남정 등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 음악부터 방 안에 흘려 놓는다. 카페에서 가만히 음악을 듣는 것을 퍽 좋아한다.

나는 늘 음악과 함께 했고 음악을 들으면 즐거워했다. 그런데 한 번도 내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노래를 못한다는 것이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과 동일하게 여겼던 것 같기도 하고, 내 삶 속에 음악은 너무나 당연하여 그것이 좋아하는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이 여기는 것들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가졌던 자연스런 모습인 경우에는 그것이 좋아한다는 것이란 사실을 잊고 산다. 나 역시 음악에 대해서는 그랬던 게다.

생각할수록 내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그러면 이제 행복해지는 한 가지 비결을 발견한 셈이다. 내 삶 속에 음악을 자주 조각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미니오디오 하나를 갖고 싶었다. 지금은 노트북에 스피커를 연결하여 음악을 듣는데 노트북을 끄고 잘 때에는 음악을 듣기가 곤란했다. 미니오디오는 단지 절약한다는 이유로 구입하지 않았던 것인데, 당장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분명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노트북으로 음악을 듣던 때보다 보다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좋은 음질로, 이퀄라이저의 춤사위와 함께 말이다. ^^

다시 음악이 있는 공간을 찾아 종종 음악이 깃든 여유를 즐겨야겠다. 홍대 쪽 괜찮은 카페 한 두 군데 정도는 가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재즈에 대한 책 한 권을 읽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늘 듣는 재즈의 폭을 좀 더 넓혀보고 싶다. 재즈는 그저 느끼면 그만이지만, 나는 재즈에 관한 책을 읽을 때 참 기분이 좋았다. 십여 년 전, 이종학의 『재즈 속으로』를 읽을 때 무척이나 신났었다. 나는 다시 그 기분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

좋아하는 단어에 '음악'이 추가되었다. 아니, 기존에 포함되어 있던 '재즈'를 '음악'으로 대체할까? 이건 살짝 생각해 봐야겠다. 중요한 것은 참으로 당연하게 느꼈었던 음악에 대한 '애정'이 그저 그런 성향이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하는 자원임을 발견했다는 게다. 온전함 삶에 즐거움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자원 말이다.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이 한결 즐거워지게 됐다. ^^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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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1 08: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보 2008.08.01 22: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회사 코칭실습 과제를 (녹음하여) 제출해야 해서 MP3도 샀다. 아마 내일쯤 배송될 것 같네. 녹음할 수 있는 기계가 없어서 2주 동안 숙제도 못해서 그냥 음악도 들을 겸 질러 버렸지. ^^ MP3를 처음 사서 그런지 종류가 너무 많아서 어지럽더라. 그냥 인터넷쇼핑몰에서 검색하여 처음 뜨는 것으로 샀지. 이번 미니오디디오는 조금 신중하게 살려구~ ^^

      너도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을 이미 시작했잖우. 그 여행 중에 자신을 만나 기쁨과 환희를 느끼기를... 그럴 수 있는 성실과 용기가 이미 너에게 있으니, 자신과의 온전한 만남은 시간 문제일 게다. ^^

  2. 2008.08.01 16: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보 2008.08.01 22: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똔지야~ 방가 방가 방가.
      그렇잖아도 네 소식이 궁금했다.
      상욱이랑 그저께 통화하면서 잠깐 네 얘길 하기도 했지. ^^

      책 주문했구나. 좋은 책인데 조금 어렵다는 얘기도 있더라. 도움 되었으면 좋겠네. 읽게 되면, 내게도 너의 5가지 강점 테마 알려주숑. ^^ 궁금하네.

      올 여름 휴가는 8월 15일부터 9일 동안 뉴질랜드로 가는거야. 오늘 그 예비모임이 있어. ^^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지만 긴 기간 동안의 단체 여행이라 살짝 부담도 되네. ^^ 넌 언제 휴가야?

      난 이제 방명록에 가봐야겠다.

  3. 김소라 2008.08.01 1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재즈를 좋아하죠.
    전 대학로에 있는 학교를 다녔는데, 집에 가려고 정문에서 나서면 가던 발길을 멈추게 할 만한 재즈로 늘 귀를 즐겁게 해주던 음반가게가 있었어요.
    희귀한 재즈음반들을 많이 팔던.. 지금도 있더라구요,,, 그곳에서 비싼 음반을 흔쾌히 사곤했던 저의 사치스런 행동들이 무지하게 그립다는...
    재즈를 배우고도 싶은 마음에, 한동안 미쳐서 레슨 받으러 다니던 적도 있고, 혼자 작곡도 해보고... ㅋ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할 때마다 ... 인생이 더욱 풍요롭고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 보보 2008.08.01 22: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재즈를 좋아하는군요? ^^ 하하하.
      저는 이번에 베트남 여행 때 재즈음반을 10개 정도 사 왔지요. 미니오디오를 사게 되면 하나씩 음미해 보려구요. ^^

      지난 7월 강연 때, 소라님의 좋아하는 단어 10개를 모두 작성하면 제게도 슬쩍 알려주기로 하셨지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호호.

  4. 똔지 2008.08.01 17: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욱이가 나를 기억하니..? 무슨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군. ㅋ
    어릴적 그때 생각하니, 괜히 웃음난다. ^^

    휴가는 아직 계획을 못했는데, 8월 말이나 더위가 한풀 꺽인 가을에 갈까 싶기도하고.
    곧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봐야지...

    좀전에 "더 시크릿" 동영상을 봤는데, 보면서 계속 니 생각 나더라.
    니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꼭 이럴거 같단생각이 들더라.
    딱 이희석 스타일의 다큐멘터리라고 해야하나? ㅎㅎ 암튼~
    너한텐 긍정에너지가 넘치는거 같애.
    그래서 니 글을 읽는 사람들도 좋은기운을 느끼는거 같고...

    뉴질랜드라..너무 좋겠다. 대자연을 마음껏 느끼고 오렴~
    완전 부럽삼~~

    • 보보 2008.08.02 08: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너를 기억하고 말고. 1996년의 송년회는 너도 잘 기억나지 않냐? ^^
      하하하. 흐뭇한 기억이네. ^^

      '더 시크릿' 동영상이라...
      정작 나는 그 유명한 동영상을 아직 못 봤네. 책도 못 다 읽었는데 동영상만큼은 한 번 봐야겠는걸~ ^^ 격려 고마워. 좋은 기운을 느끼다면 나야 더없이 기분 좋지. 하하.

  5. 박상 2008.08.01 2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보게 친구, 자네는 음악을 정말 좋아했다네...수업시간에 선생님 강의를 듣는 대신 노래를 크게 부를 정도로 말야....'난 내 삶의 끝을 본적이 있어.....' 기억나지? 친구?

    • 보보 2008.08.02 08: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으하하하하. 친구야. 나 네 댓글 읽고 웃겨서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
      그래, 맨 앞 줄에 앉아서 저 노래를 불렀지.
      "난 내 삶의 끝을 본 적이 있어. 내 가슴 속은 답답해졌어."
      그럼, 수학 선생님이 뭔가 소리를 들으셨는지 이렇게 말씀하셨잖우.
      "웅... 이게 뭔 소리고? 이상하다.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하하하하. 그렇네. 그 때도 음악을 좋아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