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발전이란 참 묘한 것

카잔 2008. 9. 7. 12:03
"단순한 생계해결 이상의 목적을 찾아야 한다. 힘든 일이다. 그리고 필요한 온갖 것들을 살 만큼 충분한 돈을 벌기 위해 한 가지 일을 '충분히' '잘' 해야 한다. 이 또한 힘든 일이다. 이런 현실은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들고, 남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을 챙기게 만든다. 더구나 발전이란 참 묘한 것이어서 두 발짝 앞으로 나갔는가 싶으면 한 발짝 뒤로 물러서게 된다. 심지어 그 반대일 때도 있다."
- 찰스 핸디, 『포트폴리오 인생』 中에서


반가운 문장이었다. 나의 생각은 찰스 핸디와 자주 맞닿아 있다. 평범한 사람은 이렇게 자신감을 얻게 된다. 나의 생각이 대가들과 비슷한 구석을 발견할 때 자신감을 얻고 행동하게 된다. 주저하던 움직임에 확신 한 조각이 더해진 것이다. 이 역시 독서의 효용이다.

찰스 핸디(혹은 번역자)가 사용한 몇 가지 단어가 반갑다.
'좋아하는 것'들을 살 만큼의 충분한 돈이 아니라 '필요한 것'들을 살 만큼의 충분한 돈.
좋아하는 것들을 사기 위해 더 많이 일해야 한다면,
나는 그것보다는 일을 조금 덜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

발전이란 참 묘한 것이다.
직업을 통해 밥과 의미를 모두 얻을 수 있다면 성공적인 인생이다. "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할까? 아니면 만족감을 위해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어느 한 가지를 택할 필요는 없다. 둘다 추구하면 된다. 다만, 인생을 통해 두 가지를 추구해야 한다. 오늘을 통해 두 가지를 이룰 순 없다. 인생의 만족감을 위해 일시적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대부분 더 중요한 가치가 적은 수입을 보상해 준다. 돈은 중요하지만, 인생의 모든 과정에서 실용적, 효율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실용적인 존재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2007년 1월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하여 회사를 나왔다. 물론 파트너십을 발휘하여 회사의 강연을 하고, R&D를 위해 회사에 종종 가고는 있지만 회사에서 받는 월급은 한 푼도 없다. 나는 만족감을 높이고 싶었고, 그것이라면 잠시 동안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개의치 않았다. 회사에서 인센티브를 받는 동료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고, 회사 MT를 떠나면 동행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부러움이 언젠가부터 몽땅 사라졌다.

회사 다닐 때 업무과부하로 인해 스트레스 받던 것이 사라졌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행복감은 더없이 좋았다. 여전히 일을 열심히 하고 있고, 만족감은 더해진다. 그 일이 스스로 만들어 낸 내가 참 즐거워하는 일이 때문이다. 2007년 가장 잘 한 일은 회사를 그만 둔 것이고, 2008년 가장 잘 한 일은 첫 책을 출간한 일이다. 이 모든 것이 회사를 나온 뒤의 일이다. 회사를 나올 때,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수입을 걱정했고, 나의 커리어를 걱정했다. 그들의 염려가 고맙고 반가웠지만 동의하지는 않았다. 분명 일시적으로 수입은 줄어들었다. 그런데 부분의 퇴보가 있음에도 나는 분명 전체적인 발전을 했다. 발전이란 참 묘한 것이어서 부분의 퇴보가 전혀 의미없을 만큼 다른 부분의 진보가 일어날 수 있다. 사람들도 참 묘하다. 전체적인 발전보다는 부분적인 퇴보에 걸려 전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발전은 정상을 향하는 일직선 고속도로가 아니다. 상향식 나선형이거나,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주가 그래프처럼 긴 상승과 짧은 하락을 반복하는 모양일 수도 있다. 아마도 수직 상승은 아니리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다 보면 인간의 교만한 본성 때문에 오히려 불행해질지도 모르기에 인생이 우리를 배려한 것이리라.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