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선한 사람이기보다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카잔 2008. 9. 13. 13:15
"소유에 집착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은 결국 소유물의 상실을 의미한다.
반면 존재를 지향하면서 사는 사람에게 나눔과 소비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나누면서 충족을 체험하며, 자신이 가진 힘을 쓰면서 힘이 더욱 자라나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 『내가 에리히 프롬에게 배운 것들』中에서

이번 주는 강연을 제외하고 10번의 약속이 있었다.
주로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와우팀원도 있었고, 친구도 있었다.
2번은 얼굴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이처럼 직업상 얼굴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글을 통해 알게 되었고, 용기를 내어 만나자고 얘기를 건네 온 사람이다.

나는 꽤 열심히 산다.
누군가를 만날 때에 여유롭게 보내기 위해서는 홀로 있을 때에 성실을 발휘하여야 한다.
3시간의 여유로운 만남을 보내기 위해 이른 오전부터 일을 한다.
부지런히, 메일 회신을 하고 와우팀원들의 글과 과제를 읽는다. 가끔 책을 읽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늘 집안 일이 밀린다. 장도 봐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는데.. ^^

때로는 해야 할 일이 넘칠 때도 싶지만 만나자는 메일에 꽤 흔쾌히 "yes"라고 답한다.
만약 내가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용기와 절절함 때문이기는 하지만 내가 도움이 될 때가 더러 있다.
이것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조금씩 실현하는 것이다.
대신 넘치는 일을 끝내기 위해 더욱 열심히 내야 한다.

이렇게 나는 한 사람을 만난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고 누군가를 만나지 않은 적은 없다.
최근 『한국의 글쟁이들』이라는 책을 읽으며 내가 그들과 똑같이 살 수는 없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글을 쓰는 것이 소명이었고, 그것을 위해 모든 삶을 재편했다. 글쓰기에 맞도록.
나는 글쟁이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모양으로 태어났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나는 글쟁이가 아니다. 소통하기 좋아하고 나누기를 좋아하다 보니 '글'을 수단으로 선택한 것일 뿐.

나는 만남쟁이다. 만난다고 지치지 않는다.
나는 만남 이후의 별도의 휴식 시간이 필요치 않다.
홀로 있으면 생산적이던 한 시간.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또 다른 시간이 된다.
내 일에 대해서는 생산적이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와 나, 우리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나는 하나님께 칭찬받을 만한 작은 일 하나는 했다며 주님께 자랑한다.

나는 남들보다 시간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인식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시간을 잘 내어준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때로는 밥값까지 내면서 그를 원망않는 순간은 내 영혼이 자라는 순간이다.
이 모든 동기가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님은 축복이다.
거절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게 만남이 자연스럽기에 만난다. 이것은 행복하다.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소명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다.
물질이든 지식이든 체력이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때에는 탈진이 없다.
가진 것은 퍼 내어도 새롭게 샘솟기 때문이다.
탈진은 많이 주어서가 아니라, 없는 것을 주려다가 만나는 불청객이다.
그 불청객은 우리 삶의 친절한 안내자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라는 조언을 주는 지혜자다.

나누면서도 새롭게 채워지는 충족을 경험하는 비결,
자신이 가진 힘을 쓰면서도 더욱 새로운 힘을 공급받는 비결,
그 비결은 자신의 타고난 빛을 더욱 밝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가진 것을 발견하여 그것을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융의 말처럼 나는 선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온전함은 무엇인가? 아직은 다 알지 못하지만, 몇 가지 조각을 알고 있다.
홀로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
카페에서 음악을 듣거나 홀로 노래를 흥얼거릴 때 아주 행복해진다는 것,
누군가와의 진솔한 만남을 통해 의미 있는 관계로 맺어질 때 행복해진다는 것,
아! 이 조각이 너무 적다.
나에 대한 이 조각이 조금 더 많이 모아지면 나에 대한 큰 그림 퍼즐을 모두 맞출 수 있을 테지.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