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정리 정돈에 대한 단상

카잔 2009. 8. 22. 14:57


- 여행 둘째날. 8월 14일(금)

류블랴나에서 빈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정리는 버리는 것이고,

정돈은 남은 것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오늘은 정리 정돈에 대한 생각이 정리 정돈되었다.


1.
일행과 헤어지면서

가방이 두 개 더 생겨났다.

몸을 힘들게 할 만큼 짐이 무거워졌다.

더해진 가방 안에 든 것들은 먹을거리 혹은 소모품이기에

며칠만 고생하자는 생각으로 들고 다니는 중이다.


짐을 하루 빨리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류블랴나 역으로 향하는 길에서였다.

몸이 힘든 것은 견디면 그만이지만, (꽤 힘들긴 했다)

무게를 감당하느라 풍광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것이 뻐근한 어깨보다 더욱 속상했다.

류블랴나 역으로 10여 분 동안 걸으면서

본 것은 신호등과 멀리 보이는 기차역 뿐이었다.

머리 속은 어서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 뿐이었다.

과정을 즐기지 못한 채 목적지에 다다르게 되면 절반을 잃은 것이다.


오른쪽 건물이 류블랴나 기차역



여행 중에는

있으면 편리하거나 좋지만

없어도 문제되지 않은 것은 버려야 한다.

물티슈, 다섯 벌을 초과하는 옷, 고향 식품 등.

그래야 몸을 가볍게 할 수 있고,

몸이 가벼워야 보아야 할 것들을 볼 수 있다.

(여행자마다 버려야 할 품목들이 조금씩 다를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다양성이고 개성이다.)


삶은 여행이기에

이 얘기는 삶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버릴 것을 어서 빨리 버려야 한다.


어깨 위에 짊어진 짐이 너무 무거운 까닭은 간단하다.

너무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깨위에 짊어진 무게가 너무 무겁다고 신을 탓하지 말 일이다.

세상과 신이 준 삶의 무게는 견디고 즐길 만큼의 적당한 무게다.

다만 스스로 정한 한계와 구속으로 지나치게 무거워진 게다.

혹은 지나친 욕심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갖게 된 짐이다.

그러니 문제를 일으킨 원인 제공자는 자신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 점에서 절대로 예외는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다.


물건을 단순화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깊게 하자.

외면하고 있던 문제가 있다면, 직면하여 해결해 버리자.

그리하여 어깨 위의 무게를 가볍게 하자.

정리는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하다.

중요한 것만은 남기는 과정이기에 그렇다.

버리지 않고 정돈하는 것은 어리석다.

정리가 먼저이고, 정돈은 그 다음이다.


2.
있으면 아름답거나 훌륭한 것이라면

그것을 정돈하고 가꾸어라.

정돈이 필요한 까닭은 필요한 때에 즉시 활용하기 위함이다.

가꾸어야 하는 까닭은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함이다.


슬로베니아의 집들은 무지 아름다웠다.

화려한 부잣집이 아닌 서민들의 집들이 모두 아름다웠다.

골목길을 걸을 때마다 만나는 작은 집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오늘 기차를 타고 빈으로 향하면서

슬로베니아의 시골 집을 참 많이 보면서 거듭 느끼는 점이

집들이 참 아름답다는 것이다.

나는 무엇이 집들을 아름답게 하는지 들여다 보았다.


그 까닭은 집집마다 아름다운 꽃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모든 집들의 창가 발코니에,

집을 둘러싼 울타리 아래에 꽃들이 피어 있었다.

지금껏 내가 찍은 사진들을 봐도 그랬다.

아름다운 꽃들이 먼 나라에서 온 이방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게다.




아름다운 것이라면 버려서는 안 된다.

아름답고 훌륭한 것은 더욱 가꾸어야 한다.

편리하거나 좋은 것은 감탄을 창조하지 못한다.

아름답고 훌륭한 것만이 그것을 해 낸다.

세상에 감탄을 더하는 것이라면 의미 있는 것이다.


그것이 항상 유지되도록 가꾸고 보살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면,

오래 유지되도록 가꾸고 손질을 해야 한다.

그것의 활용에만 신경을 쓸 일이 아니라,

유지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야 한다.

또한 언제라도 활용할 수 있도록 잘 정돈해 두어야 한다.


3.
빈을 향하여 달리는 열차 안에서 졸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계를 보니, 30분 정도가 지났다.


잠에서 깬 것은 비몽사몽 중에 어떤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는 다시 맞이할 수 없는 날이 될 것이고,

이미 나는 후회스럽지만 돌아갈 수 없는 수많은 어제들을 가졌다는 생각.


가장 먼저 정리하고 정돈해야 할 것은 나의 삶이다.

삶이야말로 어떠한 자연 풍광보다 아름다울 수 있음에,

동시에 어떠한 쓰레기보다 악취가 날 수 있음에,


중요한 일은 미루면 안 된다.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대충 찍은 사진을 모두 지웠다.

이것은 사소한 일이지만, 중요한 일이다.

그저 카메라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돌보는 것이다.


모든 형이상학적인 생각의 실천은

형이하학적인 요소들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집을 정리 정돈하거나

창고를 깨끗이 청소하는 것은 중요한 활동이 된다.


작은 것들부터 시작해야 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떼어야 하고,

한 권의 책도 첫 문장을 쓰는 것으로 시작된다.

원대한 꿈의 시작도 작은 하나의 활동이기에

오늘 나의 하루는 꿈으로 가는 중요한 여정이다.

그 여정이 힘겹지 않도록 정리 정돈에 힘써야겠다.

너무 무거운 짐을 메지 않도록,

더욱 아름다운 여정이 되도록.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