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멋진 외모, 부드러운 매너남 J

카잔 2009. 8. 25. 23:34
 

여행 친구들 이야기 (1)

멋진 외모, 부드러운 매너남 J


8월 14일 금요일 오후 6시, 빈에 도착했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기차역에 있을 I(information)에서 숙소 리스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호객꾼들 몇 명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가방이 무겁다는 것만이 골칫거리였다.


허나, 나는 두 시간 넘게 숙소를 찾느라 고생했다.

너무 쉽게 생각했나 보다. I에서 얻은 호스텔 리스트는

지도에 표기된 리스트가 아니라 그냥 사진과 주소만 나와 있어서 찾기 힘들었고,

기차역 주변을 어슬렁거려도 다가오는 호객꾼들이 없다.

결국 기차역 근처를 직접 돌아다니며 찾아보기로 했다.


역시 가방 3개가 꽤 무겁다.

거리의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근처에 있는 호스텔을 알지 못했다.

결국, I에서 얻은 호스텔 리스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아보았다.

지하철을 타고 가야하는 거리다.


72시간 프리 교통패스(비엔나 카드)를 구입하기 위해

다시 기차역에 갔는데 매진되었다 한다. 에고. 일이 꼬이네.

내일 비엔나 카드를 살 텐데,

오늘 교통 1회권을 구입하는 돈이 아까워 다시 역 밖으로 나왔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동양인 청년 한 명이 지나가자 무턱대고 말을 걸었다.


"혹시 한국분이세요?"

우리는 처음 이렇게 만났다.


*

그(이하 J)는 근사하게 생긴 서른 살 청년이다.

세련된 옷맵시, 서글한 웃음이 단번에 마음에 들었다.

2시간 후, 다시 기차역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후 헤어졌다.

J는 숙소를 잡은 뒤, 잠시 관광을 나온 터였으니

내가 숙소를 잡고 나서 다시 만나 맥주 한 잔을 하기로 한 게다.


우리는 다시 만났다.

나는 그 때 여전히 짐 가방 3개를 가지고 있었다.

숙소를 잡지 못하여 그의 호텔에 짐을 맡겨 둘 터였다.

가방이 없으면 다운타운에 가서 숙박을 찾는 게 훨씬 쉬울 테니.


함께 생맥주를 마셨다.

맥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는

며칠 동안 심심하게 지내던 여행인데, 한국인을 만나 반갑다고 했다.

우리는 예정 시간보다 훨씬 늦은 시각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맥주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나누었다.

나를 부르는 호칭이 '희석씨'에서 '형님'이 섞이여갔다.

그도, J도 기분이 좋았던 순간이었으리라.


11시 30분이 되었다. 그가 그냥 오늘 밤 함께 자자고 한다.

예상보다 늦은 시각이라,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후, 우리는 빈에서 3박, 프라하에서 1박을 함께 지낸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


*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을 매우 편안하고 즐거웠다.

나도, 그도 서로를 잘 배려했던 까닭이다.

서로를 배려했다는 사실은 두 사람이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도 아쉬운 점 하나 느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참 고맙고 괜히 기쁘기도 한 일이다.


그는 맥주를 아주 좋아했다.

나는 그렇지 못하지만

기꺼이 그와 맥주잔을 밤늦게까지 기울였다.

그가 떠나는 날에는 낮에 두 번이나 맥주집에 들르기도 했다. 하하. ^^

이것은 J를 향한 나의 작은 배려다.


나는 J 덕분에 4일밤을 호텔에서 묵었다.

침대가 하나일 때는 객실 바닥에서 자기도 했지만

숙박료를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개의치 않았다.

J가 조금도 싫어하거나 주저하는 기색을 보였더라면

나는 결코 4일밤 씩이나 그에게 신세를 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J가 보여 준 나를 향한 큰 배려다.


J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좋았던 것은

우리는 더불어 보내는 시간과 홀로 자유롭게 여행하는 시간의

조화를 기가 막히게 잘 맞췄다. ^^

하루 중 7~8시간을 우리는 각자 여행하다가 다시 만났다.

함께 식사를 하고 저녁 시간을 보냈던 게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인 나는 늦게 자도 7시 30분 정도면 깼다.

7시 전후로 일어나면 내가 먼저 호텔을 나선다.

그는 푹 자는 편이다. 우리는 늦은 오후에 함께 만난다.

어떤 날은 함께 시내까지 가서 구경을 하기도 한다.

고독의 자유와 동행의 즐거움 사이에서

아주 기막힌 균형을 이뤄낸 것 같아 참 고맙다.


J는 프라하 - 빈(3박) - 부다페스트 - 프라하(1박)의 일정이었다.

빈에서 만나 그는 부다페스트로 가고 나는 좀 더 빈에 머물렀다.

헤어졌다가 다시 프라하에서 만날 때는 어찌나 반갑던지. ^^

그리고 이튿 날, 한국으로 떠나는 그를 배웅할 땐 어찌나 아쉽던지.

J를 태운 공항 버스가 출발할 때 마음이 짠했다.


그는 삼성동에 산다. 나는 이웃 동네 역삼동이다.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 지금 생각해도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끝까지 그에게 존대를 한 내게

J는 "한국에서는 말 편하게 하세요"한다.


J에 대한 글을 쓰니 그가 보고 싶다.

한국에 돌아가면 며칠 내로 그를 만나 맥주잔을 부딪치고 싶다.


(그의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동의를 구하지 못하여 참는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