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사랑을 희망하다

카잔 2009. 8. 25. 07:34


- 빈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순간,

이정석의 노래 '사랑하기에'가 시작되었다.


여행 단상을 정리 하던 나는

노랫말이 나오자마자 얼어 버렸다.

어린 시절,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

'얼음'이 되어 버린 것처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끝없이 펼쳐지는 옥수수 밭의 푸르른 싱그러움이

빗물로 인해 더욱 진해졌다.

이것은 창밖의 풍광이 보일 때다.


내 곁에 머물던 그녀를 생각한다.

어쩌면 나를 좋아했는지도 모를 그녀를.

나를 초대해 준 그녀의 마음이 고와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예뻐서

때로는 손을 잡아 보고 싶었고

때로는 꼬옥 안아 보고도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내 행동에 책임을 지고 싶었고

그녀를 아껴주고 싶었던 게다.

이것은 그녀를 향한 배려일까, 나의 소심함일까.

사랑을 향한 순수한 마음일까, 사랑을 모르는 무지함일까.

이것은 마음 속의 풍광이 보일 때다.


창밖의 풍광이 보이지 않다가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

비는 오래지 않아 그쳤다.

작은 역을 지나치는데, 가만히 보니

역 안의 모습이 바뀌었고

이정표 색깔도 바뀌었다.

아마 오스트리아로 접어들었나 보다.

새로운 나라에서의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크로아티아에서 슬로베니아로 넘어설 때,

겨우 선 하나 넘어섰을 뿐인데

풍광이 참 다르다는 사실에 감탄했었다.

오늘은 무지 빠른 속도로, 여권 검사도 하지 않고

국경을 넘어섰다.

국경을 경계로 언어가 바뀌고 문화가 바뀐다.

사랑하는 방식도 국경처럼 바꿔 볼 수는 걸까?


나는 늘 비슷한 사랑을 했다.

대상이 바뀔 뿐, 나는 바뀌지 않았다.

5년을 사귈 때에도, 1년을 사귈 때에도 비슷했다.

힘들게 했던 나의 문제는 늘 그것이었고,

그녀를 기쁘게 하는 나의 장점도 늘 이것이었다.


나를 더욱 나답게 빚어주는 그녀를 만나야 하고,

그녀를 더욱 그녀답게 아름다워지도록 돕는 내가 되어야 한다.


그녀를 힘들게 할 여지가 있는 나의 상처를 치유하자.

나의 성격을 깊이 이해하는 일은 그녀를 현명하게 사랑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노력들은 나의 사랑이야기에 도약을 만들어낼 것이다.


국경이 바뀔 때마다

언어가 달라지고, 새로운 풍광이 펼쳐지는 것처럼

날이 더할 때마다

조금씩 성장하고 좀 더 아름다운 사랑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어느 새 비가 그치고

거짓말처럼 쨍, 하고 햇살이 내리쬔다.

창밖의 풍광이 다시 예뻐졌다.

내 삶에 저런 예쁜 사랑이 펼쳐지기를.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