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베토벤 동상 평균관람 시간

카잔 2009. 8. 25. 23:51




- 8월 16일 (주일) 오후

베토벤 동상을 바라보며
베토벤 교향곡을 들으며
벤치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작은 터에 세워진 동상 하나를 보러 오는 관광객은
많지는 않았지만 끊이지도 않았다.
두 명, 세 명 등의 관광객들이 찾아왔다.
일단의 그룹이 온 적은 없었으니
아마도 가이드는 이 곳이 변변찮음을 알고 있으리라.

동상 앞에서 몇 십 분을 앉아 있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이들의 평균 관람 시간은 3분이었다.
이들은 이 곳에 와서 잠시 동상을 바라보고 난 후 (혹은 이것도 생략하고)
동상 앞에 서서 사진을 두 어장 찍는다. 그리고는 사라진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머물다 가서 몇 팀의 시간을 재었더니 3분이었다.
5분을 넘기는 관광객은 아무도 없었다.

베토벤 동상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살짝 아래쪽을 내려다 보는 모습이었다.
그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두 개의 벤치가 있다.
나는 그 벤치에 앉아 두 곡의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듣는다고 해서 내가 별 다른 감동을 받거나
남다른 감상록을 남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들어보았다. 음악인 베토벤을 그저 느껴보고 싶었다. 

이것은 이번 여행 나의 자연스러운 노력이다.
빈의 링을 따라 돌며 바로크 양식, 르네상스 양식, 고딕 양식을
이해하기 위해 건물을 한참을 들여다 보았듯이
음악가의 집에 가거나 동상 앞에 서면
나는 잠시 벤치에 앉아 그의 노래를 듣는다.

언젠가 고전 음악에 일가견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그저 내가 여행을 즐기는 방식이다.
나는 사진만 찍고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좋은 풍광을 만나면 앉기 좋은 곳에 털썩 주저 앉아 한참을 보는 사람이고,
의미 있는 장소에 다다르면 준비한 관련 문헌을 읽으며 내 가슴에 의미를 담고 싶은 사람이다.

베토벤 동상 앞에서 음악을 들었지만,
별다른 소감을 기술할 수가 없다. 
그저 좋았을 뿐, 특별히 얘기할 꺼리가 없는 게다.  

베토벤 동상 앞에는 큰 도로가 있다.
건너편에는 별다른 건물이 없다.
자동차 수리점 같기도 한 단층 건물 몇 채가 있다.
다행인 것은 오른쪽 30m 즈음에 콘체르트 하우스가 있다.
베토벤이 바라보는 방향의 길 건너편이다.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베토벤은 자신의 동상을 찾아 준 이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을까?
그들이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기를 바랄까?
동상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어 가기를 바랄까?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사진 한 장 남긴다고 하여
고전 음악에 대해 일가견을 갖는 것도 아니고
의미 있는 여행 스케쥴이 되는 것도 아니란 점이다.

훌륭한 업적을 남긴 예술가의 동상 앞에 선 여행자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어떻게 자신의 삶과 연결시킬 수 있을까?

앞으로 괴테하우스에 갈 것이고, 쉴러의 동상을 볼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을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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