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부유한 여행이 시작되다

카잔 2009. 9. 2. 16:29

"배낭여행은 저렴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 근거를 알 수 없는 명제가

지금까지의 여행을 지배해 왔다.

물론, 나는 인내심이 강하지 못하고

절제력도 없어 처절한 배낭여행의 근처에도 못 간다.


그러나, 보다 저렴한 비용을 위해 노력은 했다.

베를린에서는 13유로짜리 8인실 도미토리에 묵고 있고,

(내일은 16인실 10유로 60센트짜리로 옮길까 고민 중이다.)

30분 전에는 코카콜라가 그리도 먹고 싶었는데,

50센트 저렴한 '카카오'라는 이름의 음료를 구입했다.

그러다 보니 최초 예산보다 비용을 절감했다.


저렴한 배낭여행은 좋은데,

위의 명제를 지키려다 보니 종종 자유가 구속당한다.

콜라를 먹고 싶은 자유, 맛있는 빵을 먹고 싶은 자유 말이다.

오늘부터 비용보다 자유를 우위에 두기로 결정했다.

사실, 대부분의 관광객들보다 자유로운 편인 줄은 알지만

나의 기준은 그들과의 비교에 있지 않다.

나의 완전한 자유가 목적이다.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는

나의 선택이 참으로 비합리적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콜라 대신 카카오를 구입함으로 50센트(900원)를 절약했다.

이렇게 약간의 유로를 절약했다는 이유로

도시마다 한 번 즈음은 근사한 식사를 하곤 한다.

근사한 식사가 맛있으면 좋지만 실패하는 경우에는

그야말로 몇 만원을 날리는 꼴이 된다.

이런 경우, 나의 비용절감 전략은 성공한 것인가?


지금 나는 춥다.

어제부터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다.

셔츠 하나를 70% 할인가로 사 입었지만 여전히 춥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직 저렴한 배낭여행을 위하여

추위도 버틸 때까지 버티자는 생각을 했다.

오늘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지금 윗도리 하나를 쇼핑하러 가련다.

부디 너무 저렴한 곳만을 찾아다니지 않기를.


이번 여행의 컨셉이 저렴한 비용이었는데,

이것은 여전히 유효한 컨셉이다.

다만, '자유'를 한껏 추구하기로 했다.

염려 마시라.

자유가 만용이 되지 않을 만큼의 배려심은 있고,

신용카드를 박박 긁어대지 않을 만큼의 소심함은 있으니.


나는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조금 더 부유한 여행을~!

룰루랄라. ^^


- 8월 29일, 베를린 초역 근처에서.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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