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베를린대성당

카잔 2009. 9. 9. 01:44

in Berlin

8월 28일 오후 11시 40분 도착

9월 01일 오후 12시 35분 출발



베를린대성당은 규모도 거대했지만

화려한 내부가 무척 인상적인 곳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 한 번, 화창한 날에 한 번

이렇게 두 번을 보았더니 성당의 외관은

뚜렷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베를린대성당



자신이 보고 경험한 일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그들의 경험은

보통 사람들처럼 얕고 가볍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표현해 내고 싶은 대상이 있을 때에

애정으로, 온 감각으로 바라볼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풀꽃 한 송이를

예쁘고 사랑스럽게 받아들이는 시인의 감성 뒤에는

오랜 시간과 가까이서 들여다 본 애정이 있었다.


나 역시도 어떤 하나의 명소에 들를 때마다

시간을 들여, 애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외부 세계를 객관적으로 묘사해내는 능력이

한창 길러지는 중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베를린대성당의 내부로 들어갔다.

사진기도 없고, 여행 책자도 없다.

그저 눈과 가슴으로 보는 수 밖에 없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아는지는 설명할 수가 없다.

나는 이제 비로소 지각할 수 있는 단계와

설명할 수 있는 단계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으니.

무엇인지 감은 잡지만, 왜 그것인지 설명은 하지 못하는 단계.


성당 정면에는 황금빛 제단이 있고, 제단 위로는 세 개의 그림이 걸려 있다.

가운데에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그림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아기 예수님이 어머니에게 안겨 있는 그림,

오른쪽에는 승천하신 예수님을 그린 그림이다.

예수님의 전 생애를 본받는 것이 신자들이 살아갈 최상의 삶임을,

그것이 바로 성도들의 비전임을 나타내는 듯하다.


'우와, 정말 화려하다!'

성당내부를 올려다보고 있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금까지 보았던 성당 중 내부가 가장 화려한 성당이다.

둥근 반구 모양의 높은 천장과 천장 내부에 그려져 있는 독수리 그림,

천장의 사방을 둘러가며 8개의 그림이 걸려 있고,

그림은 각각 황금 액자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8개의 그림을 들여다보려고 눈을 찡그려보지만 워낙 높은 곳이라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촛대의 은은하고 화려한 모습

그리고 벽면과 천장의 아름다운 조각들.

사방을 둘러싼 벽면에 많은 조각들이 있어

스테인드글래스 없이도 화려한 내부를 이루고 있었다.


정면을 바라볼 때 좌측 2층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보인다.

웅장하고 아주 멋지게 생긴 그것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최고의 파이프오르간인 것 같다.

와, 저렇게 멋질 수가. 어찌 저런 악기를 만들어낼 수가 있을까.

(확인해 보니 7,269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독일 최대의 오르간이었다.)


황금빛과 연한 베이지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내부로 인해

아름다운 여성적인 이미지의 베를린대성당이지만

동시에 규모의 웅장함은 그와 상반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듯했다.

이 모든 예술적 아름다움이 신을 향한다는 생각을 하니

경건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천장 사방을 둘러 가면서 4개의 큰 그림이 있는데

복음서를 쓴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의 그림이었다.

Matthaeus 라고 적힌 글을 처음엔 몰라보았지만

루카스, 요한 등의 다른 독일 이름을 보고

마태의 독일 단어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관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성당 꼭대기에 가려고 계단을 올랐다.

성당이나 교회의 탑으로 올라가는 길은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나는 꼭 계단을 택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에 배움의 기회가 있을 거라 기대하는 듯하나

대부분은 그저 오르는 힘겨움 그 자체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베를린 시청사




와!

역시, 전망대에서는 바람을 맞으며 풍광을 바라 보아야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TV 타워는 203미터라는 어마어마한 높이의 전망대였지만

내부에서 보아야 했기에 창공의 바람을 맞을 수가 없었다.

또한 너무 높아 시내를 관찰하기에 오히려 불편했다.

전망이 좋으려면 시내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서도 곤란하며

너무 높아도 현실감이 떨어져 버린다.

또한 전망대가 폐쇄된 공간이 아닌 개방된 공간이어야 더욱 좋다.


그런 차원에서 베를린대성당은 아주 괜찮은 편이다.

박물관섬의 남단에 위치하고 있어 중요한 명소를 모두 볼 수 있고

가까이에 있는 시청사와 TV 타워도 보인다.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베를린대성당 위에서 본 TV타워



햇살이 좋아 잔디밭 위에 드러누운 시민들의 여유도 좋고

(아마도 하늘의 공기로 인해) 기분 좋아진 관광객들이

베를린대성당 꼭대기의 좁은 길을 서로 양보하는 모습도 좋고

저물어가는 베를린의 일몰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베를린에서의 하루는 박물관섬을 돌아보고

해 질 무렵에 베를린대성당에 올라

하루 동안 관람했던 박물관을 내려다보면 참 좋을 것이다.

운이 좋아 일몰의 아름다운 빛깔을 만끽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혹 다시 베를린에 오게 되면 하루를 이렇게 보내야겠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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