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을 반가워하는 남자들이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 드는 것은, 나는 전혀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 인생의 시간을 훔쳐가는 나쁜 도둑놈이었다. 훈련에서 배우는 것들은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내가 잘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에 졸립기도 하다. 게다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리적 부담감까지 준다. 그저 어서 훈련이 마치기를 바라며 시계를 들여다 본다. 손목시계를 보며 예상보다 훌쩍 시간이 지났을 때에는 기뻐하고, 달팽이보다 느리게 시간이 더딜 때면 한숨이 나온다.

나는 의미를 찾는 사람이다. 예비군 훈련 과정에서도 의미를 찾기도 하지만, 이렇게 괴로워하며 시간을 떼울 때도 있다. 10월의 향방작계훈련 때의 내 모습이 그랬다. 가까스로 견디어 내고, 훈련이 마치는 시각이면 놀라운 기쁨이 찾아든다. 원인 모를 뿌듯한 성취감까지 느껴진다. 해냈다는 느낌이 든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지하철역으로 향하는데, 토끼뜀을 뛰는 여인의 퇴근 모습을 보았다. 1인 기업가의 삶을 살기 시작한지 3년이 지났으니 그간 퇴근의 즐거움을 잊었나 보다. 예비군 훈련이 그 즐거움을 되살려 주었다. 여인의 토끼뜀에 나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하하하.

그런데, 문득 이것은 진짜 즐거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냈다는 느낌 속에는 해낸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저 견디어 그 일을 벗어난 것에 대한 해방감이 전부였다. 이것은 벗어난다는 해방감이지 컨트롤하고 해냈다는 성취감이 아닌 것이다. 다음 달에는 5일짜리 훈련을 떠나야 하는데, 그 때에는 부담감과 해방감을 5일 동안 반복해야 하리라. 5일이 끝난 뒤에는 가장 큰 해방감을 맛볼 테지만 그것은 인생의 진짜 즐거움이 아닌 것이다. 결국 일상에서 승리해야 한다. 일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해방감과 부담감의 반복되는 감정사이클을 벗어날 수도 없다. 일이 지겨워 잠시 탈출하러 떠난 여행 뒤에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무감과 부담감이 찾아든다. 결국 귀국이 즐거운 여행도 일상의 승리를 이뤄가는 이들만이 창조해낸다.

방금 전에 보았던 그 여인의 흥겨움이 '퇴근이라는 해방으로부터 오는 즐거움'이 아니라, '하루라는 일상에서 승리한 데서 오는 즐거움'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비군 훈련에 대하여 가진 생각들과 직장인들이 자기 일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이 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었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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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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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BILLY 2009.11.25 2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기경영전문가님~ㅎ 가끔은 하루의 승리가 없더라도, 요즘은 그냥 지내려고 합니다. 승리라는게 나 자신의 한계에 맞추어야 하는지, 한계이상에 맞추어야 하는지.. 고민이 되긴 하지만, 지금 하는 것들이 나의 최선이라 생각하며 승리감은 적지만, 자주 웃으려고, 즐겁게 일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합니다. 자기경영전문가님.. 다음달도 훈련 잘 받고 오세용~

    • 보보 2009.11.26 1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말하는 일상의 승리란 '기분좋음'이지요. ^^
      자신의 소원을 따라 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고
      분주한 일정 속에서 여유로운 쉼을 누리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요.

      J.Billy 님의 댓글 덕분에 좀 더 분명히 제 생각을 전할 수 있어 좋네요.
      이전의 글, "자기경영의 본질"과 연결하여 말하자면 이렇게 되겠군요.

      자기경영은 시대의 요구를 쫓아가기 위해 '의지'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원과 기질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기 위해 '성찰'을 발휘해야 합니다.
      성찰로 얻어진 것들에 '몰입'해야 합니다.
      몰입에 방해가 되는 타성과 이기적 본성을 이겨내기 위해 '의지'가 부분적으로 필요합니다.

      자기경영에 자연스러움이 없다면 (의지만으로 끌고 간다면)
      머지 않아 지쳐 버릴 것입니다. ^^

  2. 42ko 2009.11.25 23: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근 와우팀 모임 초대 이후
    그 다음날에 엄습해올 월요병에 대비해서
    현재 배우는 네가지 분야에 대해 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광기의 성전=그림 기술+꿈+공헌 고찰
    광기의 비급=운동 기술+꿈+공헌 고찰
    광기의 마도서=자기계발 기술+꿈+공헌 고찰
    광기의 실험일지=위 모든 것의 적용을 중간중간 기록
    이제 2일째네요.
    단순한 일기가 아닌 개인적인 정신 세계관을 반영한
    본인이 주인공으로 출현하는 무협+판타지소설 형식의 일기로써
    가상(비일상, 재미요소)과 현실(실천)을 모두 아우르기에
    일상이 즐거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일요일에 떠올려서 월요일날 대략적인 착상,
    화요일부터 무작정 시작해서 좀 어색합니다만
    진정한 광전사로 거듭나기 위해 열심히 모험 하려합니다.
    요즘 선생님의 통찰력을 매일 접할수있어서 기쁩니다.
    추운 날씨에 몸조심하시고 성취감 가득한 일상이 되시길 바랍니다.

  3. 2009.12.06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보 2009.12.07 1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직장 생활을 하며 밥법이를 해결하는 것은 괜찮은 삶이다.
      퇴근길에 해방감을 느끼든, 성취감을 느끼든 스스로를 다독여줄 일이다.
      하루 동안 스트레스를 견뎌 내고, 자신을 다스리려고 노력했을 테니까.
      적어도 그러려고 한껏 시도했을 테니까. ^^

      야간비행 지원이라...
      모르는 이가 들으면 근사하고 낭만적인 일로 보일 수도 있겠네. ^^
      허나, 그것 역시 너에게는 고단한 일일 수 있겠지.
      잘 견뎌내 준 자신을 칭찬하고 다독여 주거라.

      일주일 동안, 수고했다. 또 열심히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