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 5

허탈, 허망, 괴로움의 10월

1. 한 달이 지났다. 어떤 때보다 힘들었던 날들이었다. 절친한 우정을 상실했던 7월이 잔인했다면, 지나간 자아를 잃어버린 듯한 10월은 괴로웠다. 몹시 허탈했고 많은 것들이 억울했다. 내게 일어난 일들이 허망하여 믿을 수가 없었다. 가끔은 믿을 수 없는 일들도 일어나는 게 인생이다. 종종 곽진언의 ‘후회’를 들었다. 처음 들었던 때처럼 종종 눈물을 흘려가며 들었다. 잠깐이나마 위로를 얻었다. 떠나간 우리 엄마를 다시 볼 수 없다고 노래한 대목은, 곽진언의 어머니 작품이란다. 그 어머니를 찾아뵈어 손이라도 잡고 싶었다. 그 어머니의 엄마는 어떤 분이셨는지 듣고 싶었다. 2. 결국, 한달 동안 『인문주의를 권함』 원고는 전혀 만지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런 날도 있는 거라며 조바심 갖지 말라는데, 이건 조..

인생은 우리의 계획을 초월한다

1. 가수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영원한 이별이라 슬픔에 잠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갑작스런 떠남에 분노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슬펐다. 그리고 화가 났다. 인생에도 너무 많은 괴로움과 슬픔을 만나야 하는 것 같아서다. 무섭기도 했다.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슬픔을 겪고, 얼마나 많은 아픔을 만날 것인가. 우리는 인생길을 걷는 여행자! 기회와 더불어 ‘위기’가 가득한 모험 정도라면 무섭지 않을 텐데,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니, 두렵다. 장애물 달리기 선수처럼,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허들을 만날 수 밖에 없는 존재란 말인가. 허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허들을 넘을 때마다 우리가 조금씩 강해지고 지혜로워지는 걸까. 부모님이나 소중한 친구와의 사별, 사랑의 상실, 사업 실패,..

나는 후회가 많은 사람

1. 감정이 생생할 때 써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노트북은 여전히 상대하기 어려운 존재다.) 고통과 슬픔과 화해해가는 과정이야말로 인생살이의 지혜 중 하나인데... (나는 그 과정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한 달을 그저 생각 없이 살았다.) 이 상황을 지금보다는 잘 대처하고 싶은데... (마음뿐이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멍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얼른 예전의 일상을 회복해야 하는데... (삶의 연속성이 사라졌다. 나는 지금까지의 살아오던 방식과는 다르게 사는 중이다. 소비 지향적 삶을 살았고 무계획적으로 지냈다.) 2. 쓰다 보니 후회투성이다. 후회!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내게 어울리는 단어다. 후회가 많은 사람이니까. 조금 더 잘 해 주었어야 했는데, 이기심을 좀 더 내려놓았어야 했는..

다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다

SSD가 돌연사한 날, 용산전자상가로 향하면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도, 인생이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고... 허무주의에 빠질 것을 미리 예방이라도 하듯 줄곧 머릿속을 뒤적였다. 나는 길거리에서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시선은 이리저리 발걸음을 요리조리 옮겨다니는 사람처럼 나는 찾아댔다. 나를 힘차게 살아가게 만들어 줄, 여전히 활기차게 살아가게 해 줄 그 무언가를. My Bucket List 인문주의를 권함 누구나 하면서 산다 낭만여행자 와우스토리 10기 와우 프로젝트 지중해 크루즈 여행 미니, 조르지오 알마니, 브레게 메세나폴리스 신형철, 이승엽, 김민종 비밀 10개를 작성했고, 9개는 위와 같다. 10개 중 4개가 책 출간인 걸 보면서 '내가 작가구나' 하고 생각했다. ..

해결을 위해 한번에 하나씩

1. 드디어 10월 20일이다. 며칠동안 이 날을 기다렸다. 더 이상 지난 한 달처럼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기로 한 날, 어떻게든 예전처럼 활기찬 일상을 살기로 한 날, SSD와 함께 날아가버린 글쓰는 일상을 다시 되찾기로 한 날! 내일도, 모레도 그렇게 살려면 지금의 부정적 모멘텀을 바꾸어 놓아야 한다. 그 결정적 전환을 이루려는 날이 바로 10월 20일이다. 나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것! 2.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다. 세상을 떠난 친구는 되돌아올 줄을 모르고, 돌연사한 SSD는 여전히 내게 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아니 문제는 좀 더 심각해졌다. 좀처럼 완치되기 힘들다는 눈병을 앓게 되었으니까. 이 놈으로 인해 휴일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17시간 동안이나 누워 지냈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