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의 제2권을 읽었습니다. 노장의 학문을 좋아하여 예법을 무시하고, 속세를 피해 죽림에 모여 제멋대로 살았다 해서 ‘죽림칠현’이라 불렸던 이들의 고사(古事)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책의 첫머리에 다짜고짜 등장합니다. 이야기의 전문을 옮겨 봅니다. 혜강, 완적, 산도, 유영이 죽림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왕융이 늦게 왔다. 완적이 이죽거리며 말하였다. “속물이 또 와서 흥이 깨졌다.” 그러자 왕융은 웃으며 말했다. “자네들도 흥이 깨질 때가 있는가?” 이야기는 끝입니다. 이게 뭐야? 나의 첫 반응입니다. 감흥을 느끼지 못했지만 책 내용은 계속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고사도 짤막한데, 나를 황당하게 만들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혜강은 성품이 대장장이 일에 잘 맞았다. 집에 버드나무 한 그루가 있어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