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라틴어 복습해야 하는데...' (수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오늘도 하지 않으면 이번 수업은 따라가기 버거울 것이다.) '벤야민도 읽어야 하는데...' (벤야민 세미나는 미리 읽어가지 않으면 얻는 것이 확연히 줄어든다.) '마음편지를 미리 써 두면 좋은데...' (월요일마다 보내는 마음편지는 작성하지 않고 당일날이 되면 과업처럼 다가온다.) '원고도 한 번 더 퇴고해야 할 텐데...' (한번만 더 들여다보아야만 여타의 출판사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애일당 청소하는 날인데...' (아침에 하려다가 관두었는데, 오후가 되니 귀찮아졌다.) 여느 때 같으면 즐거운 공부요 독서요 일감바구니 비우기 놀이거리일 텐데, 오늘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이것은 압박감의 목록이다. 나는 내 소중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