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다음 순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입니다. 내빈 여러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매년 5월 19일, 남양주 해유령 전첩지에서는 임진왜란 때 최초로 육지전 승리를 이끈 신각 장군 추모 제향식이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다. 사진작가가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카메라에는 큼직한 셔터가 달렸다. 하늘은 잔뜩 흐렸다.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빛을 들이는 정도를 잘 조절해야 하기에 날씨는 중요한 변수였다. 그는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고 선 이들의 사진을 몇 컷 찍었다. 사회자는 순서를 진행해 나갔다.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그는 입을 크게 벌리는 이들의 모습 두 장을 가까스로 찍어냈다. 그는 디지털 화면을 통해 방금 찍은 사진을 보며 사냥꾼이 느낄 법한 포획감을 느꼈다. 사진 속 주인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