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 18

사진

[짧은 소설] “다음 순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입니다. 내빈 여러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매년 5월 19일, 남양주 해유령 전첩지에서는 임진왜란 때 최초로 육지전 승리를 이끈 신각 장군 추모 제향식이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다. 사진작가가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카메라에는 큼직한 셔터가 달렸다. 하늘은 잔뜩 흐렸다.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빛을 들이는 정도를 잘 조절해야 하기에 날씨는 중요한 변수였다. 그는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고 선 이들의 사진을 몇 컷 찍었다. 사회자는 순서를 진행해 나갔다.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그는 입을 크게 벌리는 이들의 모습 두 장을 가까스로 찍어냈다. 그는 디지털 화면을 통해 방금 찍은 사진을 보며 사냥꾼이 느낄 법한 포획감을 느꼈다. 사진 속 주인공이..

카테고리 없음 2015.08.31

선택을 돕는 6가지 질문

도무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선택의 상황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분들로부터 카페 운영을 함께 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서, 나는 그렇게 몇 주 동안을 고민했습니다. 고민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떤 선택이 현명한 것인지 몰랐으니까요. 나는 선택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책장을 살폈습니다. 선택과 결정에 관한 책을 여러 권 갖고 있으니까요. 헤아려 보니 일곱 권이더군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잘못된 선택은 대가를 치른다는 깨달음을 얻은 이후로 선택에 관한 좋은 책을 모아 온 덕분입니다. 좋은 선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관해 이론적으로 설명한 책이 있는가 하면, 선택의 기술을 실용적으로 다룬 책도 있습니다. 『넛지』는 행동경제학의 이론으로,『탁월한..

어디로 가는 길인가

"모든 사람은 죽기 전에, 어디에서 어디로 그리고 왜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제임스 써버 (미국 소설가) 자기이해는 자기경영의 초석이요, 지름길입니다. 살다가 자신을 조금씩 이해할 때마다 세상을 다 얻은 듯이 기뻐하며 웃으세요. 그것은 실로 세상은 얻은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 1990년대의 인기 그룹 GOD의 은 (누구나 직면하는 화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노래입니다. GOD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춤을 추며 행진하는 사람

1.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사랑 고백처럼 달콤하고, 이곳 서울역사 내의 공기들이 반짝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걸핏하면 삶의 의미를 몰라 염세적인 정조에 휩싸이곤 하는 요즘인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있습니다. 내가 여기에 숨 쉬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A4 3페이지 남짓의 글 하나를 완성했거든요. 작은 일로도 행복하다는 사실이 생경하면서도, 반갑습니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에 말이죠. 보다 자주 써야겠습니다. 훨씬 더 부지런히 써야겠습니다. 이런 생각은 은근히 나를 안심시키기도 합니다. 집필했던 원고를 몽땅 잃어버린 사건을 지우거나 덮어버리거나, 그 방법이야 어떻든 그 일과 화해하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와! 이것 보세요. ..

세월따라 사람도 변한다

1. 오랜만에 대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1박 2일 취업캠프 중 제가 첫 번째 시간을 맡았네요. 담당자가 무슨 기준으로 순서를 정했는지 모르지만, 아마 주제의 흐름을 고려했지 싶습니다. 제 강연 주제는 '인문학'인데, 이를 제외하면 모두 취업을 위한 스킬 교육이더라고요. 그래도 고맙습니다. 그렇잖아도 생뚱 맞은 주제인데, 캠프 끄트머리에 위치했더라면 무슨 부록이나 별첨 또는 깍뚜기 같잖아요. 설사 그랬더라도 저는 또 몇몇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기를 희망하며 열심히 인문학의 힘에 대하여 역설했을 테고요. 인문학 강연을 할 때마다 저는 인문학의 비실용성을 고백함으로 시작합니다. "인문학은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일부 인문학 입문서라 자칭하는 책들이 인문학을 공부하면 리더가 되고 천재가 된다고 하지만 실상..

기만

[짧은 소설] 목요일 밤, 시민대학에서는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강연자인 김 교수는 섬세하고 유능했다. 청중의 반응을 포착할 줄도 알고, 포착한 반응에 어찌 대처해야 하는지도 체험으로 터득한 베테랑 교육자였다. 연구에도 성실하여 모두가 강연 내용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했다. 12명의 청중들은 하나같이 열렬히 경청했다. 은영은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강연의 흐름에 동참한 청중이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교수는 흥을 얻었다. 청중의 적극적 참여가 선생의 열정을 이끌어냈다. 김 교수는 기분 좋게 흥분했다. 은영을 위시한 청중들이 열렬히 배우려는 이들이라 판단했다. 평소에는 청중의 수용력이 어떠한지를 가늠하는 센서를 켜 두고 강연했지만 이 날은 센서마저 필요 없었다. 편안하게 열강을 토해냈다. 막..

평범한 휴일 오전의 일상

1. 난 이런 게 참 신기합니다. 삼일 연속으로 정확하게 7시 30분에 일어났거든요. 규칙적 습관을 가졌거나(요즘 잠드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죠) 알람을 맞춰 둔 것도 아니고, 우연이라 하기엔 신기함이 앞섭니다. 눈을 뜨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취침 시간을 계산합니다. 제 오랜 습관입니다. 5시간 40분. '아! 15분만 더 잤으면 좋을 텐데..' 램수면을 염두에 둔 바람이지만, 알람이나 햇살의 재촉 없이 자연스레 깼으니 거의 램수면 주기에 맞춰 일어났다는 생각도 듭니다. (램수면 주기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90분 단위의 취침이 좋다는군요. 6시간, 7시간 30분...) 2. 사과원액으로 만든 주스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휴일입니다. 마음이 느긋해지는 날이고 이불 빨래와 화장실 청소가 떠오릅..

새로운 문이 열릴 거예요

20대의 열정을 추억하며 새로운 연재를 하나 시작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무형식 메일링입니다. 연재의 주제는 '명랑한 하루경영' 정도가 될 것 같고요, 발송일, 소재, 형식은 들쭉날쭉 할 겁니다. 부정기적인 서간이고 이곳에 포스팅도 할 테지만 신청하실 분들은 댓글에 주소를 남겨 주세요. 종종 메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아래가 첫 메일인데, 최근(이번 달)에 만난 두 분께 보냈네요. ^^ 생각난 분들이 많았지만, 스팸메일이 워낙 많고 멋적기도 하여, 소박하고 편안하게 시작했습니다.

10개의 순간을 기록하다

1. 오늘 13시에 꽤나 흥미로운 미팅이 있는데, 그래서 무언가 사전 준비를 좀 하려고 했지만, 결국 조금도 준비하지 못했다. 그보다 앞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와우팀 8월 수업에 대해 생각했고(10기들에게 간단한 소식 하나를 전하기 위해 이런저런 고려를 해야 했다), 메일 회신을 하는 일에도 얼마간의 시간을 썼다. 이런 활동들은 분명 해야 하는 '일'이지만, 하면서 즐겁거나 교감하는 '기쁨'이기도 하다. 이 말을 합치면 '일하는 기쁨'이 되는 건가. 2. '오늘은 바쁜데, 집안 일을 하루 건너 뛸까?' 아침에 하루 일과를 체크하며 든 생각이었다. 아내나 가정부가 있지 않은 이상, 집안 일은 매일 쏟아진다. 이 놈들은 어김이 없다. 먼지는 날마다 성실하게 쌓이고, 빨랫감도 꾸준히 자신의 ..

GLA 한국현대사 수업 안내

9월에 Great Legacy Academy 한국현대사 강좌가 시작됩니다. 일정 : 9월 03일, 10일, 17일, 24일 (목요일) 19:30~22:00 장소 : 토즈 홍대점 (홍대입구역 2번 출구, 도보 1분) 신청 : 입금 후 댓글로 성함/ 이메일/ 전화번호 기재 (기신청자는 성함만) 수업료 : 12만원 (신한 801-04-851616) 개강하기 수일 전에 한국현대사 카톡방에 초대하겠습니다. 슬슬 분위기를 달굴 만한 자료를 공유해 드리기 위함입니다. '한 달 안에 한국현대사를 얼마나 깊이 개괄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겸손함과 '한 달이라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기본기를 탄탄히 쌓자'는 포부를 조화롭게 버무려 즐겁고도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가 보죠. ^^ 수업내용 Great Legacy Acad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