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자기야, 지수 잘 보고 있어야 돼. 그리고 세탁기에 빨래 꺼내서 좀 널어줘. 부탁해. 나 병원 갔다가 슈퍼 들렀다 올게.” 아이 엄마가 집을 나서며 말했다. 아이가 감기에 걸려 병원에 다녔는데 거의 다 나아서 마지막 약을 받으러 나간 참이었다. 아내는 ‘부탁’이라고 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말투였다. 그런 뉘앙스가 아니더라도 남편은 요즘 집안 분위기를 간파하고 있었다. 아내는 몇 달 전부터 신경이 부쩍 날카로워졌다. 세살 짜리 아이를 둔 친구는 아기가 10개월쯤 되면 한창 힘들 때라고 했다. 그 말은 때때로 위로가 되었지만, 짜증이 날 땐 내뱉고 싶은 말을 참아야 하는 재갈이 되기도 했다. 지난 주말이 그랬다. 평일에는 퇴근 후 몇 시간을 잘 견디면 되지만, 주말이면 하루 종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