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 14

두 가지 흥미로운 푯대

1. 모순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세상사 곳곳에, 인간 존재 깊숙이 모순이 박혀 있다. "모든 사실 관계는 모순 관계를 포함한다"는 어느 철학자의 명제 없이도, 사유하는 사람들은 모순의 존재를 어디에서나 발견한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모순을 배제하고서 이해하려고 한다. 세상사 이해가 일면적인 수준에 머물게 되는 이유다. 모순은 내 안에도 가득하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혼자 있기를 갈망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다보면 함께함을 그리워한다. (직업적으로는 수업이 있는 날엔 놀고 싶고, 놀다가 보면 수업을 하고 싶어지는 모습이 된다.) 시간 활용에서 쉬이 발견되는 이 모순은 그나마 간단한 모순이다. 해법도 비교적 용이하다. 혼자 있을 때에는 모든 접속을 끊고 스스로에게 침잠하여, 자신의 주체성을 발현하는 것이다. 함..

부부는 부창부수하며 산다

주말에 또 싸웠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 상스러운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언성을 높여갔다. 급기야 남편이 물건을 집어 던졌다. 아내는 앙칼지게 달려들었다. 옆집 얘기다. 이번에는 조용한 축에 속하는 싸움이었지만 훨씬 소란스럽게 싸우는 일도 잦다. 아내가 걱정도 되고 밤잠을 설치기도 해서 경비실이나 경찰에 신고하려다가 관둔 적이 여러 차례였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남편이 먼저 노래를 부르면 아내가 이에 화답한다는 말이다. (물론 아내가 선창하고 남편이 따를 수도 있겠다.) 나란히 길을 걷던 부부가 있었다. 남편이 노래를 흥얼거리자 곧이어 아내가 따라 불렀다. 며칠 전 내가 목격한 장면이다. 곁에 있던 나까지 행복감을 느낄 정도로 흥겨웠다. 서로 아는 같은 취향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는 쉽..

내가 만난 최고의 스승

1. 2005년도 연말의 추억이다. 나는 한국리더십센터 연말 행사를 준비하는 TFT팀의 일원으로 강사 섭외를 담당했다. 내게 주어진 예산은 2회 강연에 100만원이었다. TFT 회의에서는 김재동, 한비야 같은 유명 인사도 거론됐다. 젊음의 패기 덕분인지,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김재동 매니저(?)에게 연락했다. 30분에 900만원이란다. 그 말에 기겁을 했는지, 협상을 시도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혀를 내두렀다는 사실만 기억난다. 다음 후보 분에게 연락을 했다. 유명한 작가였다. 그 분도 두 번의 강연에 '100만원'이라는 금액에 난색을 표하셨다. 나는 몇 차례 정성스러운 메일도 보내고, 행사의 취지도 말씀드렸다. 그 분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그대의 열정에 손을 듭니다. 그렇게 합..

사람들을 의식하는 기술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 이들은 크게 두 부류다. '시선'을 의식하는 이들과 '존재'를 의식하는 이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대개 자기중심성의 발로다. 타인을 위하기보다는 자신의 평판을 신경 쓴다는 점에서 그렇다. 누군가를 대하면서도 상대를 이해하기보다는 그의 모습 속에서 자기를 비추어 보거나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신경쓰는 것이다. 이것은 나르시시즘이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싶다면 그들의 시선이 아닌 존재를 의식해야 한다. 존재를 의식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고 욕망을 헤아리고 불편을 덜어주려는 노력이다. 존재를 의식하는 사람들은 상대를 알기 위해 질문한다.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은근한 질문을 던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타인의 존재를 의식하면 말과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