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 14

일하는 베짱이, 조르바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 놓겠는데, 마음이 내켜야 해요. 분명히 해둡시다. 나한테 윽박지르면 그때는 끝장이에요.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p.24) 『그리스인 조르바』의 초반부에 나오는 말로, 조르바가 새로 만난 주인과 나눈 대화입니다. 많이 회자되는 구절이죠. 특히 다음의 짧은 물음과 답변은 강렬한 울림마저 줍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소설 속 화자는 조르바를 처음 만난 날에 단박에 매료되었습니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

새 출발을 위한 책읽기

1. “저는 올해 생일날 다시 태어났어요. 이 마음을 기념하기 위해 읽을 만한 책이 있을까요?” 와우팀원의 물음에 나는 그에게 맞춤한 다섯 권의 책을 추천했다. 한두 권이 아닌 다섯 권이나 된 까닭은 ‘알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내 고질병이 도진 결과였다. 꼭 다섯 권을 읽어야 재탄생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단 한 권만, 아니 단 한 페이지로도 누구나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변화와 도약은 책읽기가 아닌 결심으로 이뤄지니까. 결심만으로 삶을 바꿀 수는 없지만, 단호한 결심 없이는 꾸준한 실천도 없다. 2. 나도 추천한 책들을 읽고 싶어졌다. 자기 상황에 맞는 책읽기는 독자를 더 멋진 삶으로 인도한다. 그런 독서는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이라는 컨셉으로 오직 나를 위한 목록을 선정했다. 목록이 처음에는..

아카이브로 날아갈 책들

나의 장서는 양평 아카이브와 동교동 서재에 나뉘어져 있다. 장서의 90%가 아카이브에 있고, 내 생활의 중심은 90%가 동교동에서 이뤄진다. 읽을 책들을 실어오고 읽은 책들을 실어가는 일이 자연스러운 내 일상 중 하나가 되었다. 일상의 일면을 들여다본다. 군더더기를 없애 효과성과 효율성 모두를 높이고 싶어서다. 일상과 몸매는 군더더기가 없을수록 아름답다. 1. 여행서 두 권 올해 가을에 일본에 갈 뻔했다. 실행되었더라면, 오랜만에 둘이 떠나는 해외 여행이었다. 내겐 둘이 떠나는 여행이 가장 드물다. 연예인처럼 밀월여행을 떠날 수도 없고, 결혼한 친구랑 떠나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이다. 실행한다면 아마 그의 아내가 나를 싫어하게 될 것이다. 국내 여행을 둘이서 다녀 온 적은 네번이다. 친구 P와 포항,..

그윽한 인생을 만드는 단어

1. 이해(理解)는 중요한 단어다. 이보다 중요한 단어가 있을까 하는 생각될 정도다.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하는 것, 깨달아 알아서 받아들이는 것! 이해의 사전적 정의다. 앎과 이해는 다르다. 그저 '아는 일'이 앎이라면, 이해는 시간 또는 경험과 함께 온다. 다시 말해, 이해는 실천적 앎, 세월을 켜켜이 축적한 앎이다. 이해야말로 지혜롭고 그윽한 인생의 핵심 키워드다. 2. 이해는 인간관계의 갈등과 누군가를 미워할 때 느끼는 괴로움을 완화시켜 준다.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멸한다. 괴테의 말이다. 말을 뒤집어도 멋진 교훈이 된다. 이해하면 경멸하기 힘들어진다.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고상하지만 쉬이 실현하기 힘든 이상적인 조언이다. 인격적 성숙이 요구되는 말처럼 들리기도 ..

양평 아카이브에 대하여

스무살이 되면서부터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주 책을 읽었고, 돈이 생길 때마다 책을 샀다. 때때로 책 구입비가 버는 돈을 초과하기도 했다.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3~4천 권의 책을 소장하게 되었고, 취업하고 수입이 늘면서 책 구입에 들어가는 돈도 규모가 커졌다. 장서가 1만 권에 이르고부터는 책 구입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20일이 지나고 있는 이번 달에도 구입한 책은 딱 두 권이다. (한병철『에로스의 종말』, 아도르노 『계몽의 변증법』) 적지 않은 장서는 골치 아픈 문제를 동반한다. 장서의 보관 말이다. 장서는 자신이 머물 공간을 요구한다. 습기가 많으면 안 되고, 바닥이 튼튼한 공간이어야 한다. 장서의 공간은 곧 비용이다. 열렬한 독서가로 산다는 것은 결국 얼마간의 비용을 지불..

나이는 마음을 앞서간다

월요일 오전, 카페로 일하러 가는 길이었다. 한 여인이 바쁜 걸음으로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막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와 출구를 나선 참이었고, 여인은 내 곁을 지나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찰나의 스침에도 그녀의 출렁이는 배가 눈에 띄었다. 중년으로 보이는 그 여인은 친구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게 했다. Inspection 모임이라 부르는 친구들과 주말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둘째 날 아침, 하루 늦게 합류하는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패스트푸드점 에 잠시 들렀던 때였다. 건강에 관해 잠시 말을 주고받았는데, 요지는 명료했다. “우리도 이제 진짜 건강에 신경 쓸 나이다.” ‘진짜’라는 말이 강한 억양으로 강조되었는데, 지난 번에도 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거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왔음을 말하는 와중에 ..

오늘 밤은 헤세가 친구다

1. 헤세의 시 는 다음과 같이 끝난다. "그토록 사랑스럽던 화려한 세계가 이별을 고한다. 내 설혹 목표를 놓쳤어도 나의 여행은 대담했나니." 2. 20대, 나는 스스로를 '행복유통업자'라 정의했다. 행복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나의 곁에 있고, 그의 곁에 있고, 당신의 바로 곁에도 있다. 누구나 눈이 밝아지면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그리 믿었다. 행복유통업자로서 나는 행복을 제조하거나 창조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개안(開眼)을 위한 지혜를 나누면 되었다. 한동안 나는 행복의 향유와 공유를 위해 살려고 노력했다. 30대 후반이 되면서 나의 일을 행복유통업이라 부르기가 힘들어졌다. 이제는 '불행예방업자'가 된 것 같다. 긍정성을 걷어찬 것은 아니었다. 행복유통업자로 지낼 때에도 밝음은 어두움을 이면으..

독서강연 <렉티오 리딩> 안내

독서법 강의 30기 참가 안내 강의일자 : 2015.11.25 (수요일) 강의시간 : pm 7:30~10:00 강의장소 : 마이크임팩트 스퀘어 수강료 : 30,000원 “독서는 삶의 성장과 도약을 돕는 강력한 수단이다” 자기 삶을 사랑하고 독서를 즐긴다면 누구나 더 나은 자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렉티오(Lectio)는 라틴어로 ‘독서’라는 뜻입니다. 중세 유럽의 수사들에게 렉티오(독서)는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내면세계로 들어가 신의 진리를 깨닫는 수련 과정이었습니다. ‘나는 읽는대로 만들어진다’ 저자 이희석의 ‘렉티오 리딩’ 강연은 책 속의 지식을 활용하는 법과 책읽기로 자기를 경영하는 노하우를 전합니다. 독서는 강력한 변화와 도약의 수단입니다. 독서의 힘을 체험할 수 있는 렉티오 리딩 강의를 통해 2..

커피, 독서 & 브래드랩

1. 적당한 포만감으로 마시는 진한 커피는 내가 즐기는 아침 일상이다. 지금 나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읽는다. 머그잔을 기울일 때마다 크레마 아래로 기어나오는 까만 속살을 보며 미소 짓는다. 후 불며 커피를 홀짝인다. 키스라도 하듯이 커피가 입 안으로 들어온다. 짧은 키스의 반복이 이어진다. 커피 맛은 어쩌면 사랑 같다. 진할수록 향기롭다. 씁쓸함 속 그윽함이 있다. 커피 맛을 모르면 씁쓸하나, 맛에 눈 뜨면 달콤해진다. 사랑의 실체가 아무려면 어떤가. 어차피 인생처럼 희로애락이 있을 테고, 회사 일처럼 의무가 있으니 가끔씩은 휴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뻔하지 않은가. 사랑 따위 다 안다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랑에 빠지면, 흑백 세상이 컬러로 바뀌고 시들해던 삶 곳곳에 생기가 돈..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1. 최고의 책읽기 방법은 슬로리딩이다. 천천히 읽을수록 독서의 효과가 향상된다. 많은 현대인들이 냉면을 들이키듯 후루룩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조사하지 않는다. 모르는 단어조차 그냥 건너 뛴다. 조사하거나 사전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2. 진중하게 시간을 내어놓은 이들이 학습에 성공한다. 벼락치기에 성공한 이들은 손에 쥔 단기기억에 잠시 만족하지만, 감(感)하고 동(動)하지 못한 지식은 모래알처럼 움켜쥔 손을 빠져나간다. 현대는 속도전을 벌이는 시대다. 소중한 이에게 느긋하게 편지를 쓰는 기쁨,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는 행복을 앗아간 시대다. 최고의 독서를 하려면 분주한 마음부터 컨트롤해야 한다. 고대든, 중세든, 현대든 시계의 속도는 똑같다. 다른 것은 우리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