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대생이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해”라고 말했다. 그녀는 군대를 다녀온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를 두고 둘의 인생과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하여 비교하여 말한 걸까? 아닐 것이다. 다음과 같은 상상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언젠가 술자리에서 복학생 선배의 군대 개똥철학을 들었다. 그리고는 잊었다. 다른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가 나왔다. 문득 선배에게 들은 군대론이 떠올랐다. 자기도 모르게 복학생에게 들은 입대 당위론을 펼친다. 젊은 날의 대화라면 괜찮지만 인문학을 이렇게 공부하는 건 아쉽다. 구이지학(口耳之學)을 이룰 뿐이다. 구이지학이란 “귀로 들은 것을 그대로 남에게 이야기하는, 조금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학문”을 뜻한다. 생각하지 않으니 깊어질리 없다. 생각하지 않았으니, 실천과도 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