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코리아시리즈 4연패했던 날, 나의 하루.

* [흥분] 중요한 순서대로 일을 차곡차곡 제대로 처리해 냈다.
저녁에는 물러날 수 없는 일전(一戰)을 벌인다는 생각이 흥분케 했고, 몰입케 했다.

* [긴장] 잰 걸음으로 집에 도착하니 경기 시작 1분 전.
초반의 무기력한 공격, 하지만 장원삼의 호투를 반가워하며 경기를 관전했다.

* [불안] 마운드에서는 장원삼이 무너지고, 타자들은 5회와 6회 두 번 연속된
무사 1, 2루의 찬스를 날렸다. 번트 작전을 하지 않은 감독을 이해하지 못했다.
딱 1점만, 경기 종반에 추격을 위한 발판이 될 1점만을 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 [통한] 1점의 기회는 날아가고, 심지어 8회 1사 만루의 절호의 찬스마저 날려 버리는
타자들을 보며 가슴을 쳤다. 무지 속상했다. 이 때부터 서서 관전했다.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 [불평] 9회 말에는 타자가 들어설 때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관전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칠 순 없었다. 9회말의 사자는 움찔했지만 힘차게 포효하지는 못했다.
9회에 안타를 친 강봉규를 8회 만루 찬스 때 대타로 내보내지 않은 감독이 떠올라 아쉽고 괴로웠다.

* [절망] 경기가 끝하는 순간 눈물이 찔끔 나왔다. 경기 후, 우울했다.
속상했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함께 경기를 보았던 이가 "We are the champion"을
따라 부르는 것을 보다가 참지 못해 농담 반, 진담 반의 화를 냈다. 하지만, 진담이 51%였다.

* [부정] 경기 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패배는 아쉽지 않다. 경기 내용이 좋지 못했다.
그것이 괴로웠다. 예능 프로로 잠시 괴로움을 달래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잠들었다.

* [수용]  어제 패배에서 얻을 교훈은 인정할 건 인정하자는 것이고,
분명한 결론은 나는 여전히 삼성의 팬이라는 것이다.

* [수습] 이번 주 내로 스카이라이프를 해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카이라이프를 시청한 유일한 이유는 프로야구 경기 관람이었으니.

* [다시,일상] 어제는 불평밴드를 수도 없이 바꿔껴야 했던 날이었다.
허허. 옆에 있던 이가 밴드 끊어지겠네. 했다. 그도 나도 웃었다. 다시 웃으며 살자!

* 4연패를 당한 뒤, 27시간이 지난 뒤에야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일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프로 선수가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최선의 노력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주 서서히 희미해지거나, 아주 교묘히 사라지곤 한다.
그것을 발견하여 다시 지극의 노력을 기울일 줄 아는 이는 소수의 위대한 선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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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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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심지 2010.10.20 1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팀장님 이런말 좀 그렇지만 넘 귀여우세요 ㅋㅋㅋ

    • 보보 2010.10.21 08: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허허. 뭐 이런 말 하기 그럴 것도 없지.
      멋있다는 말을 못 들을 바에는 차선의 말은 될 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지만... ^^

  2. 2010.10.21 1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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