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N②] 순항 인생

카잔 2011. 1. 23. 14:55


2. 순항 중이던 희망적인 인생

- 불청객이 찾아들기 전의 날들 

독서와 음악감상, 이것이 그의 취미였다. 요즘에서야 누가 취미나 관심사를 물을 일도 없지만, 그도 한 때 대학생이었고 서너 번의 미팅을 했다. 처음 만난 남녀들은, 말수가 적어질 무렵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묻는다. "취미가 뭐예요?" 이것은 비장의 무기가 아니다. 이 말을 던진 자기도 무안해하며 후회하는, 어색한 침묵을 견디다 못해 꺼내 든 비운의 카드다. 그는 대답했다. 제 취미는 독서와 음악감상이라고. 이런 대답은 "난 취미 같은 거 안 키워요"라는 말보다 썰렁하고, "열심히 공부만 해서 취미는 없어요"라는 말보다는 센스없는 류다. 심심할 때면 누구나 한 번 즈음은 집에 있는 잡지를 뒤적여 봤을 터이고, 10대를 거쳐온 이라면 귀에 꽂은 이어폰 속 세상으로 빠져든 적도 있었을 것이다. 독서와 음악감상은 Everybody의 취미였고, 그러니 Nobody의 취미이기도 하다.

독서를 진짜 취미로 가진 이들에게는 억울할 일이다. 그도 억울한 경우에 속한다. 그의 집에는 책이 많다. 아니, 책'만' 있다. 서른이 넘은 그의 집에는 반듯한 가전제품이 하나 없고, 친구들은 이미 7~8년 전부터 소유하기 시작한 My Car도 없다. 5천여권의 책'만'이 그의 집을 가득 채우고 있다. 책값으로 만만치 않은 비용을 썼으니 다른 것들을 구입할 여력도 없었다. 집은 작은 도서관 같다. 도서관에는 책장과 책상 그리고 책이 있을 뿐이다. 책을 읽는 이를 위한 냉난방 기구와 복사기 외에는 다른 것들이 없다. 그의 집도 마찬가지다. 5천여권의 책 외에는 냉난방 기구와 옷장 하나 뿐이다. 집을 나선 그는 BMW를 타고 다닌다. Bus와 Metro를 타거나 Walking을 애용한다는 말이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이동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의 취미는 독서다. 대학 시절에는 수도 없이 서점과 도서관을 드나들었고, 어딜 가나 책을 들고 가며 틈날 때마다 책을 읽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처음 몇 년간은 독서노트를 작성했고, 언젠가부터는 한 권씩 읽을 때마다 리뷰를 쓰기도 했다. 독서를 통해 조금씩 생각이 깊어지고, 세상에 대한 이해가 쌓일 무렵부터 그에게는 독서 이외의 또 하나의 취미가 생겼다. 메모! 알게 된 모든 지식을 체계화하고 싶은 욕망이 그로 끊임없이 메모하게 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볼펜을 들고, 책의 여백에 메모하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떠오른 단상들을 적어 노트북에 파일별로 정리해두기도 했다. 물론 아직 자신의 메모를 통합할 만한 사고의 틀을 갖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수많은 메모들이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도록 노트북에 폴더별로 잘 저장해 두었다. 그는 그 구슬들을 꿰어 보배로 만들 포부를 가진 것이다. 그가 읽는 책의 분야는 다양했다. 뉴턴인가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관심사를 묻는 질문지에 "Everything"이라고 썼다는데, 그는 이 이야기 좋아했다. 자신의 관심사를 묻는 질문에 종종 그 이름 모를 과학자의 일화를 들곤 했다.

그는 자신이 독서를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독서를 주제로 한 책도 여러 권 읽었다. 살아 있는 지식을 좋아했기에, 책을 읽은 후에는 책의 내용이 실제 자신의 독서 생활에 도움을 주는지 직접 적용해 보았다. 그가 훗날 마르크스의 유명한 포이어바흐의 열 한 번째 테제, "지금까지의 철학자들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해왔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일"이란 말을 좋아한 것은 당연하다. 자신을 이해하고 세계를 해석하는 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세계를 변혁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식을 중요하게 여겼다. 어느 날, "당신의 독서 생활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책들은 무엇입니까?"라는 메일을 받은 그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지적 생활의 방법』, 『북 by 북』, 『생각을 넓혀 주는 독서법』, 『책 읽는 방법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의 5권의 책을 소개하며 한 권, 한 권에 대해 소갯말을 덧붙여 회신해 주었다. 그는 자신의 독서 생활에 진지한 사람이었다.

그가 이런 질문 메일을 받은 까닭은 웹진으로 독서 칼럼을 썼고, 자신의 독서 생활을 담은 한 권의 책을 출간했기 때문이다. 취미삼아 시작한 독서 생활이 오랫동안 축적되어 책 출간, 독서 강연회로 이어졌으니, "나이 취미는 독서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된 것이다. 올해로 그는 첫 책을 낸지 벌써 삼년이 지났고, 그 동안에도 그의 독서와 메모는 계속 쌓였다. 그의 강점은 방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정보 더듬이다. 예능 프로그램 만큼이나 다큐멘터리르 좋아한다. QOOK TV를 신청한 후로, 원하는 시간에 양질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일은 그가 식사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하는 일이다. 집필하고 있는 책의 주제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필요한 자료를 워드로 정리하는 것은 그의 일과 중 하나다. 스무 살이 되면서부터, 자신이 즐거워서 시작한 독서와 메모 그리고 자료 정리는 다행스럽게도 그의 직업이 될 만큼 조금씩 실력이 되어왔다.

책을 좋아하는 그였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도 즐거워했다. 특히, 자신이 배운 것을 잘 정리하여 사람들에게 강연으로, 글로 공유하는 일에서 기쁨을 느꼈다. 20대 초반을 보내면서 그는 기업교육 강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고, 틈이 날 때마다 읽고 배운 것을 파워포인트로 교육 자료를 만들었다. 노력의 결과로, 혹은 사람들의 소개로 그는 여러 번의 강연 기회를 맞았고 그 때마다 강연을 즐겼다. 청중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강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술을 마시는 것과 비슷했다. 어떤 날은 매우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어떤 날엔 머리가 아플 정도로 괴롭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까지 속이 쓰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은 그가 실력 있는 강사로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강연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의 강연 자료도 탄탄해져갔고, 강연 경험도 다양해져갔다. 무엇보다 즐거워하는 일이니 아주 오랫동안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강연도 그를 키워 주었지만, 결정적으로 그를 성장시킨 것은 20대 중반에 시작한 작은 모임이었다.

<와우팀>이라 불리는 모임은 매년 10명 이내의 사람들을 모집한다. 강연을 통해, 블로그를 통해, 책을 통해 그를 알게 된 불특정 소수의 사람들 중 1년 동안 '자기발견'을 위해 함께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은 일년짜리 <와우> 과정에 지원한다. 그는 10명의 성실한 사람들을 선발하여 같은 책을 읽고, 긴 시간의 수업시간을 통해 발표하고 토론하며 자신의 고유성과 인간의 다양성에 대해 공부한다. 그는 그 수업에 온 마음을 다해 참여한다. 자신이 구성한 커리큘럼이지만, 자신이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이다. 8년째 진행해 온 경험과 커리큘럼, 그리고 모임 때마다 기록하고 정리해 둔 깨달음을 정리하여 2011년에는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내심, 첫 책보다 훌륭한 책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미 책의 목차와 대부분의 글들은 완료된 상태다. 몇몇 기업에서 책의 내용으로 워크숍으로 진행한 결과도 좋았다. 책상에서 고민한 내용들과 현장에서 검증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가 곁들여졌으니 기대할 만한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책이란, 바쁘게 현장을 뛰어다니면서도 책상 앞에서 진득하게 연구할 줄 아는 사람들이 써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야 살아 펄떡이면서도 깊이가 있는 책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책을 낼 만한 삶을 살려고, 그는 노력하고 있었다.

그의 열심있는 삶을 좋아해서인지, 블로그의 글들에 공명해서인지 아니면 책이나 강연으로 만난 인연 때문인지 사람들은 종종 그에게 메일을 보낸다. 자문을 구하는 메일도 있다. 그는 자신을 찾아 준 이들에게 고마움이 느껴져 시간을 내어 정성스럽게 회신한다.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 그다. 착하다는 말이 아니라, 누군가의 어려움을 도우려는 성정이라는 말이다. 아줌마들의 오지랖을 닮기도 했다. 누군가와 정성스럽게 주고 받은 메일은 그것 자체로도 소통의 기쁨이 있었지만, 메일 내용이 그의 지적 자산이 되었다. 질문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자신도 생각지 못한 것들에 대해 깨닫거나 좋은 표현을 발견하기도 했다. 매일 60~9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이지만, 메일 회신은 그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즐거움이었고, 종종 자신의 생각을 다듬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꿈으로 한 방향 정렬된 실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필요한 일은 자신의 일상을 개편하는 일이다. 2011년, 그는 일상의 개혁을 단행했다. 지난 해까지는 항상 꿈 따로 삶 따로였던 삶이었다. 책을 내겠다고 하면서도, 독서 생활은 즉흥적이었다. 출간할 책과는 관련없더라도 그때그때 자신의 흥미에 맞는 책이면 즉흥적으로 선택으로 독서했다. 새해가 되면서 이런 습관을 내던졌다. 한 해 동안 어떤 책을 출간할 것인지 꼼꼼히 따졌고, 출간할 책을 위해 어떤 책을 읽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하게 계획했다. 그렇게 일년 독서계획을 세우는데 대여섯시간을 할애했다. 신중하게 계획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를 접한 덕분이었다.

2011년은 승부를 걸 시기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인문학에 대한 그의 관심이 더욱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 경영서들을 조금씩 읽어왔지만, 요즘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졌다. 더 늦기 전에 지금까지 공부하고, 읽어오고, 써 왔던 자기경영에 관한 지식들을 책으로 묶어야 했다. 지금을 놓치면 쓰지 못하게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부터는 동양고전과 역사학을 깊이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2011년은 매우 희망적으로 보였다. 새해의 일상 개편을 위해 지난 해 11월부터 준비해 온 것 핸드폰 없애기, 일상을 단순화하기, 목표에 집중하기 등이 주효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불청객의 등장은 갑작스러웠고,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과연 불청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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