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자기다움은 단순하게 사는 것

카잔 2011. 3. 7. 17:50

자기다움은 단순하게 사는 것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기 ②]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What do you want? 가 아니라, What do you really want? 를 묻는 것입니다. 결국 마음이 원하는 길을 따라야 인생에서 가장 많이 남기는 길입니다. 돈이든, 사람이든, 가치든, 영혼이든 당신이 원하는 것이 남을 것입니다. 인생의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우리가 들여다 보아야 할 곳은 자신의 마음입니다. '내가 원하는 곳'을 향한 열망이 '지금 여기'를 떠나야 할 이유를 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갑니다. What do you really want? 라는 다섯 단어로 된 질문을 어려워합니다. 자기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알면, 인생이 그렇게 복잡하거나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자기를 알면, 삶이 점점 단순해지고 명료해집니다. 학문의 대가들은 명료함을 추구하지만, 이류와 삼류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호함을 추구합니다. 마찬가지로 인생의 대가들은 단순함과 고유함을 추구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다양성과 차별화를 추구하느라 자신을 잃어버리는데 말이죠. (이번 글에서는 다양성과 단순함을, 다음 글에서는 차별화과 고유성을 다루겠습니다.)

다양성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다양성은 개인이 추구할 가치가 아니라, 개인들이 모인 집단에서 존중되어야 할 가치입니다. 개인은 오직 자기 인생의 고유한 목적을 향하여 단순하게 삶을 꾸려야 합니다. 자기다움에 가까워질수록 단순하게 살아가게 됩니다. 자기 삶이 복잡하다면 자기다움과 멀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면 복잡해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5년 전에 비하여 제 삶은 단순해졌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줄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아주 기쁜 일입니다. 단순해지니 작은 것에도 많이 기뻐하게 됩니다. 이것은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기쁨입니다. 오늘 저는 단순하고 간소한 삶이 주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마음의 풍요로움에서 오는 기쁨이었습니다. 

저는 33년 동안 도시에서만 살다가 처음으로 시골로 이사왔습니다. 이제 겨우 일주일 째라 시골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릅니다. 시골 생활의 불편함은 첫 날부터 느꼈기에(신한은행에 가기 위해 차를 타고 하남시까지 30분을 달려야 했지요), 여전히 도시의 편리함이 그립습니다. 요즘 이곳은 7시만 되면 캄캄해집니다. 새벽 4시에도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강남구 역삼동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이전 역삼동 집에서는 1분이면 편의점에 도착하지만, 여기서는 슈퍼에 가려면 30분을 걸어가야 합니다.

고맙게도 집 근처에 식당은 여럿 있습니다. 양평으로 가는 국도변에 있는 몇 군데 맛집들입니다. 정말 맛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다행한 일입니다. 때마다 끼니를 즐기기에 맞춤하니까요. 오늘은 늦은 점심을 먹고 음식점을 나서니, 오렌지 주스 한 잔이 그리웠습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배고픈 건 못 참지만, 먹고 싶은 건 잘 참는 편입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오후의 햇살이 좋아 잠시 시골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매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식당의 큰 간판에 가리워져 있던 작은 매점이었습니다. 학교도 아닌데, 상호명이 매점이었습니다.

나는 오렌지 주스와 우유 그리고 일요일에 먹을 짜파게티를 두 개 사서 나왔습니다. 매우 적은 품목만을 판매하는 매점이지만, 나오면서 매우 기뻤습니다. 도시의 풍요 속에 있으면서도, 그간의 제 마음은 매우 빈곤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기쁨을 모른 채 살아왔으니까요. 늘은 매점의 빈약한 상품들 속에 있으면서도 마음이 매우 풍요로웠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 하나를 챙겨 주었더니 참 기뻤습니다.

오렌지 주스 만으로도 풍요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듯이, 인생살이에서도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덜어내고 자신에게 유익하고 필요한 것들만을 챙겨 가는 것이 자기다움의 비결입니다.
필요를 채워 주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야 합니다. 기쁨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니,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공간은 단순해지고 간소해졌지만, 내가 살아가는 공간은 여전히 복잡하고 어수선했던 게지요.

이삿짐을 정리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본질은 그것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이제 나는 공간 정리를 단행하려 합니다. 윌리엄 모리스의 조언을 금쪽같이 따를 것입니다. "유용하다고 생각되거나 아름답다고 믿지 않는 것은 어떤 것이든 집 안에 두지 말라!" 그렇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과감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정리란, 버린다는 것입니다. 정리가 먼저고 정돈은 그 다음입니다. 잘 버리지 못하면, 정돈이 무의미해지니까요. 위약금이 많지 않다면 메가TV와 스카이라이프도 해지해야겠습니다.
저렴하다고 구입한, 그러나 읽지 않았던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책을 쓰는데 필요했던, 하지만 지금은 원고가 날아가 당분간 들여다볼 여력이 없는 자료들은 또 어떡할까요? 책과 자료는 제 인생의 목적과 연결된 부분이기에 무조건 버려서는 안 될 것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남은 것들만을 모아 아름답게 정돈하면 될 것입니다. 옷가지는 단호하게 정리해야겠습니다. 앞으로는 내가 사랑하지 않는 것들이 내 삶 속에 끼어들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집안에도 사랑하는 것들만을 남겨질 때까지 정리하려 합니다. 책 읽는 것을 사랑하는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내 공간에 남았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는 것을 사랑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치웠습니다. 다만 몇 개의 사랑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그리울 때에는 인터넷으로 봐야겠습니다.

자기다워지면 단순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을 따를 필요가 없으니 불필요한 소비가 줄고, 이것 저것 추구하지 않으니 시간을 쓰는 모양마저 단순해집니다. 집 안을 정리하다가, 십년 전에 스크랩 했던 신문 기사 뭉치를 발견했습니다. 니체에 관한 논문 초록한 자료가 있는가 하면, IMT 2000 기술에 대한 기사와 하드웨어의 신 기술에 대한 신문기사도 있었습니다. 스크랩은 매우 광범위했습니다. 반면, 최근에 스크랩해 둔 파일은 몇 가지 분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간 내가 공부할 분야와 쓰고 싶은 분야가 명료해졌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알면 인생의 목적을 깨닫게 되어 삶이 단순해집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렵니다. 그래야 시간도, 마음도 좀 더 여유로워질 것입니다. 그 여유가 있어야 문화와 세월 속으로 숨어 버린 나를 찾아 내어, 애정을 듬뿍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