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어느 휴일날에 올리는 기도

카잔 2012. 9. 9. 14:25


1.

지난 일주일 내내 일정이 많았다.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분들과의 미팅이 두 번, 광주 전남대학교에서의 강연도 두 번이었다. 4/4분기 강연을 위한 마이크임팩트 스쿨팀과의 기획미팅이 있었고,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카페 오픈을 위한 회의도 있었다. 그리고 유니컨 수업과 와우 수업도 한번씩 있었던 주간이었다. 바쁠 수 밖에 없었던 날들.

 

나는 정신없이 지내거나, 일정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월요일 아침엔, 친한 친구와 만나 영적인 담소와 비전을 나눴다. 아침일찍 한강변을 달리거나 자전거를 탄 것이 세 번이었고, 끼니도 거르지 않았다. 월요일 저녁엔 친구와 스크린 골프를 치는 것으로, 수요일엔 오랜만에 만나는 4기 와우연구원과 식사를 했다. 편안하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2.

드디어 휴일이다. 쉬어야 하는데도 오전 내내 일을 했다. 외부 일정이 많았던 만큼, 해야 할 일이 조금 밀리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오늘 있을 독서수업과 와우 연구원과의 미팅이 다음 주로 조정되었다는 점이다. 다가오는 주도 만만치 않은 일정이지만, 10분 동안 숨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은 1시간 이상을 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짧은 쉼이라도 의미가 크다.

 

오늘도 결혼식 하나가 있고, 잠깐 와우연구원을 만나기는 하지만, 짧은 여유가 오랜만이라 반갑다. 달콤하다고 하기에는 오전 내내 일을 했으니 억울하고, 음미하지 않고 지나가기에는 네다섯 시간에 가까운 덩어리시간이라 아쉽다. 그래서 나는 여유 시간의 끝자락을 잡고 이 글을 쓴다. 글을 쓰기 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와 '나가수 시즌2' 영상을 보기도 했다.

 

3.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이제야 보았다. 신났다. 가수 싸이의 힘인지, '강남스타일'이라는 뮤직의 힘인지, 동영상의 힘인지, 그도 아니면 전세계가 열광하기에 나도 덩달아 동참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유쾌하게 웃었다. 세상에는 재미와 유쾌함이 필요하다. 진지함보다 유쾌함이 지혜에 가까울 때도 많다. <강남스타일>이 내게 의미 있는 까닭이다. 

 

김건모가 '서른 즈음에'를 부르는 영상을 보았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라는 가사는 언제나 가슴을 친다. 단칼로 치듯이 단박에 심장으로 들어온다. 나의 감성은 세월의 흐름에 민감하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면서도 감상적인 느낌에 빠져 허우적대지는 않는다. 행복한 일이다. 


욕심과 이기심으로 바다에 빠지는 사람도 있지만, 

지혜와 사랑으로 멋지게 항해하는 사람도 있다.


4.

느낌의 바다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감정적 에너지는 강력하다. 나는 인생이 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은 짧고, 짧은 인생마저도 속절없이 지나가 버린다는 사실에도 덦없지 않다. 오히려 고맙다. 생을 살 수 있어서. 인생살이가 쉽다는 건 아니다. 나에게 인생이란, 즐거움이 넘치는 낙원이 아니라 아픔과 고통이 더 많은 바다다. 


하지만 인생이 고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은 해 볼 만한 여행이 된다. 슬리퍼를 신고 나갔는데 높은 산을 올라야 한다면 그것은 힘겨운 여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높은 산이라는 것을 알고 준비를 해서 나간다면 해 볼 만한 여정이 되는 이치다. 마음의 준비가 여정을 즐기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인생이 즐겁다고만 생각하는 이들이 고난을 맞으면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라고 생각하며 힘들어한다. 진실은, 누구나 고난을 맞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삶은 고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고난을 맞으면 '이것이 인생이구나'하고 생각하며 사람들과의 동질감, 유대감을 느낀다. 고난을 경험한 사람들을 보다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5.

젊음은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의미 없이 흘러가 버리는 것도 아니다. 세상의 시계는 그저 흘러가 버리지만, 한 개인의 시간은 쌓여간다. 하루하루가 쌓여 그의 인생이 되어간다. 마치 퍼즐조각이 맞춰지는 것처럼 과거에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 하나둘씩 현재의 내 삶을 구성한다. 흘러가지 않고 쌓여간다는 사실이 나에게 무상함이 아닌 묘한 힘을 준다. 


시간이 흘러 이틀이 지났다. 휴일 오후에 3번까지 썼던 글을 매만지는 지금, 나는 다시 내 젊음을 음미하고 있다. 신체적 노화가 진행된지 10년이 지나, 이제는 눈가의 주름도 많이 생겼고 지속적으로 머리도 빠지고 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젊다. 내 몸은 더욱 나이들겠지만 나는 편안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마음만큼은 언제나 젊도록 노력하겠다.


6.

"모든 수행자는 기도로써 영혼의 양식을 삼는다. 기도는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자산이다. 사람의 이성과 지성을 가지고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기도가 우리를 도와준다." 법정 스님의 말씀이다. 기도가 영혼의 양식이라는 말이 가슴을 친다. 내 영혼이 빈곤한 이유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 노력은, 기도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떻게 할 수 없을 때에도 기도하지만,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에도 기도로 그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기도가 나의 동기를 선하게 만들어 주고, 기도하는 중에 내가 원하는 것 대신에 내게 필요한 것을 깨닫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도는 신앙과 연결시키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스님께선 말한다. 


"기도는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간절한 소망이다. 따라서 기도에는 목소리가 아니라 진실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진실이 담기지 않는 말은 울림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존재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진정한 기도는 종교적인 의식이나 형식이 필요없다. 간절한 마음만이 필요하다."


7. 

내 안에 사랑이 가득하게 하소서. 나와 내 가족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이 날마다 커지기를 소원합니다. 그 사랑이 내 안의 모든 두려움보다 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