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연남동 투어의 4가지 코스

카잔 2015. 9. 2. 15:32

연남동은 매혹적인 동네다. 연남동(과 이웃한 연희동) 곳곳에 맛집이 널렸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골목길마다 들어서 있다. 2015년 여름이 되기 전에는 경의선 숲길이 열리면서 더욱 환상적인 공간이 되었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로 나와 홍대와 상수역으로 이어지는 거리들이 10~20대 초반에게 신나는 놀이터라면, 3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펼쳐지는 연남동으로 골목들은 20대 이상의 모든 연배들을 폭넓게 유혹한다.

 

유명한 여행지가 대개 그렇듯이 연남동도 어느 골목 하나를 보거나 경의선 숲길 만으로는 매력을 충분히 느끼거나 연남동을 판단하기가 어렵다. 연남동 투어는 경의선 숲길 / 동교로 & 성미산로 / 동진시장 골목길 / 경성고 골목길 이렇게 네 군데로 나뉠 수 있다. 거리만 둘러보는 데에는 90분이면 가능하지만, 들러야 할 공방이나 카페가 많고 맛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맛집이 있으니 연남동 투어는 하루종일 또는 일주일 내내가 되어도 좋다.

 

여름밤의 연트럴 파크 (2015년 7월)

 

경의선 숲길

 

연남동의 매력은 해질 무렵부터 극대화된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의선 숲길 역시 마찬가지다. 한강이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을 갖게 한다면, 경의선 숲길은 낭만적이고 오붓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여름밤과 초가을 저녁에는 숲길에 자리를 마련하여 가족,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기에 좋다. 경의선 숲길은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모래내고가까지 1.2km 정도 이어지는 산책길이다. 최근, 연트럴 파크라는 별칭이 붙었다.

 

경의선 숲길 공원

 

홍대입구역에서 연남파출소 앞 동교로까지는 흥겨운 분위기다. 숲길 좌우에는 눈에 띄는 카페와 술집이 즐비하다. <카페꼼마>와 <빵꼼마>가 특히 눈에 띈다. <아이엠 막걸리>, <프랑스포차>, <연남부르스> 맛과 분위기를 모두 잡은 술집이다. 왕복 2차선 동교로를 건너 홍대입구역에서 멀어지게 되면, 경의선 숲길은 한적한 분위기로 바뀐다. 숲길을 걸어다니는 연인들의 밀어와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반가운 곳이고, 밤에는 산책을 하는 동네 주민들도 많다. 

 

 

Soi연남, 식사시간에는 절대 이렇게 한가하지 않다.

 

 

동교로 & 성미산로

 

연남파출소에서 연희동으로 이어지는 동교로를 걷다가 <Soi 연남>을 지나 우회전하여 동진시장 방향 성미산로는 맛집이 즐비한 연남동 먹자 골목이다. 동교로를 따라 걷다보면 <송담추어탕>, <대만야시장>, <하하>, <브래드랩>, <Soi 연남>, <미향>, <윤씨그릴방> 등의 맛집을 도로변에서 모두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하하>와 <Soi 연남>은 식사시간 때마다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는 맛집이다. <윤씨그릴방> 역시 대기해야 할 때가 많다.

 

동진시장 골목길

 

동진시장 골목길

 

홍대입구역에서 출발하는 동선대로 작성했지만, 나는 가장 연남동다운 장소로 동진시장 골목길로 꼽고 싶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동진시장 내 벼룩시장과 시장 뒷쪽 골목길을 수놓은 카페와 식당 그리고 독립출판 책방들은 로컬 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길을 돌아보면 시간이 느려진다. 여유를 누리고 싶어지고 카페에 머물고 싶어진다. 나는 종종 이곳에서 차를 마신다. 그럴 때마다 이곳은 내게 오붓한 행복감을 선사했다. <코리아식당>, <히지메>, <Tuk Tuk> 등의 맛집과 카페들도 동진시장 골목길을 빛낸다.

 

동진시장 토요일 프리마켓에서 만난 일러스트레이터

 

경성고등학교 방면

 

연남파출소에서 연남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어지는 지역이다. 동진시장과는 반대쪽 방향이라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물지만, 연남동스러운 카페와 맛집이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연남동 어디까지 가 봤니, 라는 컨셉으로 여행한다면 경성고 방면까지 둘러보면 좋을 것이다. 다만 동진시장 골목길이나 경의선 숲길처럼 카페가 모여 있지는 않아서 얼핏 보기엔 여느 동네처럼 보이기 쉽다. <배꼽시계>, <돈코보쌈>, <바다파스타> 등 아는 곳을 찍고 찾아가는 게 좋은 지역이다.

 

가을날, 연남동을 권함 

 

해질 무렵,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5분만 걸어보면 연남동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단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어야 하는데, 이것을 조건으로 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반사적으로 두리번거리게 될 테니까. 3번 출구로 나오면 길게 늘어선 작은 숲길이 보인다. 나무가 무성하지 않으니 작은 공원이나 산책길에 가깝다. 잠시 산책하다가 숲길 양측에 있는 로컬 분위기의 크고 작은 카페와 술집 중 마음에 드는 곳에서 가을밤을 즐겨보면, 사는 맛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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