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겨울을 맞는 일상들

카잔 2015. 11. 26. 23:39

1.

겨울이 성큼 다가섰다. 나는 두터운 머플러를 꺼내어 목에 둘렀고, 올 겨울 들어 첫 난방을 가동했다. 기온은 영하로까지 떨어졌다. 이번 주부터는 캐롤을 듣고 있다. 어제가 크리스마스 한 달 전이었고, 매년 이맘 때 즈음이면 캐롤과 연말이 다가온다는 설렘이 찾아든다. 한 해를 살면서 개인의 에너지도 부침을 거듭할 텐데, 나는 12월에 기운이 솟는다. 얼마간의 긴장 덕분인 것 같다. 한 해를 잘 갈무리하고 싶다는 건설적인 의지 말이다. 오늘 친구가 나를 보더니 묻는다. "좋은 일 있어?" 별일이 없었다. 그래서 대답도 "아니"였다. 녀석의 화답, "뭔가 밝아 보이는데..." 그런가 보다. 뭔가 생기가 도나 보다.

 

2.

겨울의 스타벅스는 특별하다. 여느 때도 좋지만, 스타벅스가 들려주는 겨울 음악은 더욱 마음에 든다. 재즈로 듣는 캐롤이 HOLIDAY의 분위기를 한층 드높인다. 어제 강연을 하기 전에 스타벅스에 들렀다. 올해 중반부터 스타벅스에서는 옥수수, 고구마, 감자를 판다. 제품명이 '옥고감'이다. 왠지 겨울과 더 어울리는 듯한 메뉴다. 한동안 프렌차이즈 카페를 뜸하게 방문했는데, 당분간 스타벅스를 애용할 것 같다. 겨울이 왔으니까.

 

3.

어제 만났던 P를 오늘도 만났다. 녀석은 나보다 열살보다 조금 더 적다. 나도 젊지만, 녀석이야말로 젊음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청년이다. 그는 투명하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를 드러내는 일에 거리낌이 없다. 나는 그의 솔직함이 좋다. 다혈질이라 내게도 한번 화를 낸 적이 있지만, 그걸 두고 부끄럽다고 표현할 만큼 점점 더 자기를 잘 의식해 간다. 세월이 흐르는 만큼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점이 그의 힘이리라.

 

이제는 제법 친해졌다. 나의 직언이 친해지는 데에 도움이 되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친해져서 종종 직언도 하는지 헷갈리지만, 아마도 전자가 선행된 후에 후자가 덧붙여진 것 같다. 점심 식사를 하고 카페에 들렀는데 2시간20분이 훌쩍 지나갔다. 녀석은 오늘 만남을 위해 대화 소재 준비를 해 왔다. 내게 필요할 만한 유인물을 슬쩍 내밀기도 했다. 말하기를 즐겨하면서도, 상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그다. 연말이나 연초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12월은 만남의 달이다. 묵은 만남을 갖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달!

 

4.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두달 만에 받아드는 새 책이다. 이성복 시인의 『무한화서』를 펼쳤다. 책 장부터 빨려들어가는 구절이 많다. 다음은 그 중의 하나. "사상가와 달리, 작가는 언어의 추동력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사람이에요. 언어의 그물이 먼저 던져지고, 그걸 끌어당기는 게 작가의 역할이에요. 이것을 이해하고 나면 어떤 사상에도 기댈 필요가 없어요."(p.13)

 

선생님에 대한 나의 이해가 옳음을 확인했고, 내가 무엇을 훈련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글이다. 나는 말하고자 하는 상황, 대상에 언어의 그물을 던진다. 그물이 촘촘해야 글이 알차다. 운이 좋으면 마음에 드는 시어를 만나기도 한다. 시인은 이런 말도 썼다. "시는 진실과의 우연한 만남이에요." 겨울이야말로 독서의 계절이고, 12월의 밤엔 시를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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