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3분 36초의 시간 있으세요

카잔 2016. 2. 26. 09:55

 

여유, 향유, 자유, 공유!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다. 어제는 한 곡의 팝송을 통해 네 가지 단어들을 모두 누렸다. 카카오톡 단체창에서 조지 이즈라(George Ezra)의 <Budapest>가 링크되었다. 음악 감상은 3분 36초가 요구되는 일이었다. '들어볼까? 하던 일이나 할까?' 여유가 없으면 후자로 귀결된다. 휴식이나 예술을 향유하려면 잠깐의 여유가 필요하다. 시간적 여유만이 아니다. 때때로 마음의 여유가 더욱 중요하다.

 

하루 중 3분 36초를 내지 못할 만큼 바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그리 믿는다. 3~4분은 엉뚱한 활동으로 쉽사리 소비되는 짧은 시간이다. 시시콜콜한 카톡으로, 전화 통화로, 인터넷 서핑으로, 물건을 찾는 일로, 딴 생각이나 멍 때림으로 수십 분을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5분을 내지 못하는 여유의 빈곤은 놀랍다. 나는 3분 36초를 투자하기로 했다. 딱 5분만 여유를 누리고자 마음 먹었다. (자막과 번역 : 쿠뉴의 팝스토리)

 

 

음색을 듣고 1993년 생의 젊은 가수라고는 상상치 못했다. 컨트리송 느낌과 어쿠스틱 사운드에 반해 하루를 보내면서 틈날 때마다 음악을 향유했다. 첫 소절의 가사에도 마음이 동했다. "부다페스트의 나의 집, 비밀 보물상자와 황금 그랜드 피아노, 나의 아름다운 요새!" 노랫말 속의 화자는 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연인을 위해서라면! 젊은 날의 사랑, 그 맹목적 아름다움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늦은 오후, 나는 다시 3분 36초를 할애했다. 이번에는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노래가 시작되기 전의 반주 소리에 눈물이 찔끔 났다. 내 취향의 곡이기도 했지만, '지금 내가 자유를 누리고 있구나' 하는 인식이 가슴을 쳤기 때문이다. 마음의 여유 한 조각이 팝송 한 곡을 향유하도록 이끌었고, 작은 여유와 순간의 향유를 통해 잠시나마 자유를 경험했다. 나는 미래와 과거 사이의 좁은 틈, 현재 속에서 짧고 깊게 존재했다.

 

조지 이즈라가 누구나의 마음에 들진 않을 것이다. 취향은 개인적이다. 나는 존 콜트레인의 재즈곡 <Say it>을 무지 좋아하지만, 어떤 이는 끈적거린다고 싫어한다. 감상은 개인의 취향을 쫓아야 한다. <Budapest>는 나와 음악 취향이 비슷한 이의 추천곡이었다. 덕분에 3분 36초 투자는 수월하게 결정되었다. 어제 저녁에는 조지 이즈라의 음색과 <부다페스트>의 분위기를 좋아할 법한 친구를 만났다. 그에게 음악을 들려 주었다.

 

친구는 듣고 좋아했다. 집으로 가는 길, 그가 카톡을 보냈다.

"오늘 즐거웠네. 지금 <Budapest>를 들으며 가고 있어."

음악 권유가 혼자만의 '강권'이 아닌 기분 좋은 '공유'가 되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 아로새겨진 하루였다. 좋은 날이다.

(아래에 무자막 버전의 영상도 올려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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