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난생 처음 읽는 고전들

카잔 2009. 1. 21. 19:39

수년 전, 일간지에서 소설가 김탁환에 대한 글을 읽었다. 나의 마음을 움직인 몇 문장이 있었다는 정도 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청난 독서가에 다작가이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책의 질을 유지한다는 정도가 어렴풋한 정도.
그의 독서편력을 담은 책이 나왔다. 소설가 김탁환의 눈과 가슴을 ‘뜨겁게’ 달군 100권의 책을 한자리에 모은 『뒤적뒤적 끼적끼적』이란 책이다. 인터넷 서점을 뒤적이니 "소설가 김탁환이 읽고 질투하고 어루만지며 배운 100권의 책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되었다. 책의 목차를 훑어 보았다.

꿈을 요리하는 책 : 폴 오스터, 『빵굽는 타자기』
책 한 권의 기적 : 오르한 파묵, 『새로운 인생』
과거와의 해후 : 노먼 F. 매클린, 『흐르는 강물처럼』
모험하는 시간 :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시선으로서의 역사 : 이언 피어스, 『핑거포스트, 1663』
문학과 역사의 만남 : 조너선 D. 스펜스, 『왕 여인의 죽음』
작가다운, 한없이 작가다운 :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
노동하는 손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릴케의 로댕』
누워서 책 읽는 여자 : 정혜윤, 『침대와 책』
책은 만인의 대학 : 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사이버 민주주의 : 우메다 모치오, 『웹 진화론』
과학과 예술과 역사 : 김호, 『조선과학인물열전』

무작위로 목차의 일부를 옮겼다. 이런 식의 목록이 100권까지 이어짐을 말하려고.
그런데, 말하고 싶은 한 가지가 더 있다. 100권의 목록 중에 내가 읽어 본 책은 단 2권에 불과하다는 것.
겨우 2권이라니.... 헉!

난 '겨우  2권'이라는 표현을 '2권이나 읽었다'고 바꾸고 싶다.
그래, 난 어느 열정적인 소설가가 읽어 온 책의 추천목록 중에 2권 씩이나 읽어낸 괜찮은 독서가다. ^^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저 착각 속에 빠진 자만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왔다 하더라도 여전히 읽지 못한 작품은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읽어 온 책의 목록과 읽어야 할 책이라고 알려진 목록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저, 자신을 뒤흔드는 책을 만나기 위해 좋은 책을 골라 묵묵히 읽어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탈리아 문학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의 고전에 대한 재미있는 정의 하나가 떠오른다.

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 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 를 읽고 있어"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다.

유명한 저작을 읽지 않았음을 부끄러워 하지 말자. 자신의 지식에 대하여 정직하게 대면하면, 읽어야 할 책이 명료해지고 더욱 적절한 독서 리스트를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나는 난생 처음으로 다음의 책들을 읽을 예정이다.

니체 『도덕의 계보』
칸트 『순수이성비판 서문』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마르크스  『경제학-철학 수고』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