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

카잔 2009. 8. 4. 21:22


친구 L.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여 자주 생각나는 녀석이 있다.
지난 해부터 보험 영업을 시작한 그가 참 잘 되기를 바라게 된다.
오늘은 밥을 함께 먹을까, 하고 생각할 때도 더러 있고
만나면 전해 주어야지, 하며 써 둔 엽서도 한 장 있다.
아직 그 엽서는 나에게 있다. 전화를 먼저 하지 못해서.

할머니.
하루에도 여러 번 할머니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생각나고, 맛난 걸 사다 드리고 싶은 때도 있다. 
최고로 기쁠 때에는 엄마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분이 엄마의 엄마, 할머니다.
그나마 조금 자주 전화를 드리는 편이지만, 대부분은 마음만 전할 뿐이다.
 
생각이 나면 전화를 한다는 사람도 있던데,
두 번, 세 번 생각을 해도 생각만 하는 사람들도 있나 보다.
내가 마음이 따뜻하지 못하여 그런가, 하는 생각은 지나친 자괴감일까?
자주 생각이 나는 그들이지만, 마음으로만 안부를 전한다.
(따뜻한 마음은 있을지 몰라도 정겨움은 떨어지는 건 분명해 보인다.
소식과 만남이 자주 오고 가야 살내음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결국, 생각만 하던 그들로부터 먼저 전화가 온다.
"어.. 희석이냐? 잘 지냈어?"
"와, 신기하네. 나 오늘 네 생각 했는데..."
나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전한 것인데, 
상대방은 의미 없이 건네는 안부 인사 즈음으로 들리나 보다.
정말 그를 생각했던 날에 전화 오는 경우는 참 많다.

오늘도 핸드폰을 테이블에 둔 채
소식이 궁금한 분들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숙모와 삼촌, 선생님, 친구 K, 친한 형과 누나들, 와우팀원들.
전화를 하기엔 시간이 너무 늦었다.
내일은 아마 다른 이유들 때문에 소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리라.
식사 중이실꺼야, 일하느라 바쁘실지 몰라, 출근시간엔 정신 없을 테지.

따뜻하고 살가운 성격이 아닌데다가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도 작아지는 소심함까지 겹쳤다.
다행히도 소심함은 점점 벗어나고 있다는 게 작은 희망이다.
(수시로 내가 먼저 전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그의 존재가 고맙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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