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유머와 진실 ^^

카잔 2009. 9. 15. 19:18


드레스덴의 셋째 날에는 비가 왔다.

잠시 비가 내리지 않을 때에도

잔뜩 흐린 하늘이 '곧 비 올 예정임'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비가 그친 순간을 이용하여

드레스덴 성과 성모 교회를 관람했다.


성모교회



성모 교회에는 11시 50분에 들어갔는데,

거의 모든 자리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예배가 있는 날임을 직감하고 얼른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파이프 오르간만 연주하는가 싶었는데 예배였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들었지만 설교 시간에 졸음이 왔다.

결국 졸았다. 독일어 설교는 몇 번째 들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오르간 연주가 끝나고 설교가 시작되기 직전에

많은 사람들이 예배당을 빠져 나갔는데,

어찌 그 절묘한 타이밍을 알고 갔을까. 함께 나갈 걸 그랬다.

25분간 설교를 듣다가 결국 나도 나왔다.


성모 교회 주변을 둘러보고 브륄의 테라스를 돌아

가방을 맡겨 둔 드레스덴 성에 갔다.

이제 가방을 찾아 드레스덴에서의 마지막 90분을

브륄의 테라스에서 보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드레스덴성 안뜰의

맥주 한 잔 하기에 좋은 레스토랑을 마다했다.

글쓰기에는 테이블이 있는 레스토랑이 좋지만

브륄의 테라스에서 엘베강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런.데.

브륄의 테라스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다니!

곧 빗줄기가 굵어졌다. 배낭까지 짊어져서 뛸 수도 없어 난감했다.

잠시 가늘어진 빗줄기를 뚫고 레스토랑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걸었다.


점심 식사는 가볍게 건너뛰려고 소시지와 빵을 사 먹었는데

다시 레스토랑에 가다니. (상황은) 안타깝고 (돈은) 아까운 일이다.

전략을 바꿨다. 저녁 비용을 점심에 쓰기로 한 게다.

비도 피하고 끼니도 떼우자는 생각이다.

레스토랑이 아니면 마땅히 비를 피할 곳이 없었다.


비 오는데 마이센행 배가 출발하려나?

어쨌든 선착장으로 가 보자.

비 오는 유람선 여행도 즐거울 것 같다.

위의 한 문장을 쓰자마자 빗줄기가 세졌다.

아이고야.


어쩌지? 비가 너무 오는데.

드레스덴의 마지막 인사, 거창하구만.

결국 비를 맞으며 뛴다.


오후 2시 40분, 유람선 출발 5분 전이다.

이제 엘베강을 따라 마이센으로 간다.

표를 건네며 "마이센으로 가는 거 맞죠?"

라고 물으니 "No"란다. 아니, 무슨 소리를 하시나?


개찰구 직원의 말이 맞았다.

마이센행 유람선은 30분 전, 2시 15분 떠난 것이다.

2시 45분 출발인 줄 알았던 나의 불찰이다.

시간이 남아 레스토랑에서 돈(!) 들여가며

시간을 떼우다 온 것인데 이를 어쩌나?


일단 표를 환불받기 위해 매표소로 갔다.

"제가 배를 놓쳤어요. 환불 안 되나요?"


안 된단다. 표정이 단호하다.

나도 난감하고 불쌍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절반이라도 환불해 주시면 안 돼요?"

PLEASE...


여전히 안 된다는 저 무뚝뚝한 표정.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표정 연기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그 표로 지금 배를 탈 수는 있단다.

마이센으로 가는 것은 아니고

90분 유람하고 다시 드레스덴 선착장으로 오는 배.


결국 12유로의 비용이 아까워 이 배를 탔다.

아쉽지만 마이센으로 가는 것은 포기했다.

마이센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가 엘베강 유람선을

타는 것이니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수 밖에 없다.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오늘의 교훈 : 유머와 진실>

1) 타이밍이 중요하다. 앉아야 할 타이밍, 떠나야 할 타이밍을 놓치지 마라.

2) 연기가 미흡하다. 연기를 완성하는 것은 몰입이고, 몰입은 진정성에서 온다.

3) 객관적 정보도 중요하다. 승리의 노하우는 객관성으로 무장한 주관성이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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